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면 이토록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내려가지 못 했을 것이다.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의 어린시절은 참 예쁜 추억이 많았구나 그녀가 이렇게나 내성적이었구나 그녀의 어머니는 딸과 많은 교감을 나누었구나 하면서 정작 소설보다는 작가의 실제 모습을 떠올리면서 읽게 된다. 아마도 나같은 독자들 때문에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 대신에 메리 웨스트메콧이라는 이름으로 이 소설을 발표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이 소설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전적 고백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순수하게 소설 자체로 존재한다면 어떤 가치가 있을지 애매하다. 왜냐하면 이야기 자체가 참으로 진부하기 때문이다. 동화와 공상을 좋아하고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소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공상 속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 현실의 세상에 조금씩 눈을 떠가다가 남편의 외도로 그동안의 세상이 산산조각 나고 소녀에서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문학에서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주제가 아닌가.......

 

 

그러나 애거사 크리스티가 진짜 겪어낸 이야기라는 현실성이 덧붙여지면 진부함은 제쳐두고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자기성찰적 고백으로 읽히게 된다.
이 이야기를 쓰기까지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들여다 보고 어째서 소녀의 세상은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 처절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을 그녀를 생각하게 된다.   
추리소설의 대가라는 이면에는 인생이란 드라마 속에서 상처를 겪어내고 성장했던 한 인간이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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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열여섯 마리 고양이와 다섯 인간의 유쾌한 동거
이용한 글.사진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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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이 따뜻하고 귀여워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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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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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요셉과 류는 물론이고 여기 나온 모든 인물들이 아주 흥미롭다. 이 인물들이 엮어내는 촘촘한 `이야기`를 읽고 싶었으나 그저 인물들 성향 특히 주인공 요셉의 인물묘사에 복역하는 작은 에피소드들로만 소설이 구성된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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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여울
이우환 지음, 남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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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의 글은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이다. 글속에서 짐작가능한 작가의 성격처럼 표현은 넘치지 않고 절제되어 있지만 그 깊이는 참으로 깊다.
생활의 무심한 에피소드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툭툭 이끌어 내지만 그것에 젠체하는 어색함이란 전혀 없다.
세상이 정한 이념이나 틀을 거부하는 예술가적 고집은 그의 천성인가 싶게 글 곳곳에 흐른다. 하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다.
너는너 나는나 철저하게 개인으로 살고자 하는 확고한 철학을 내보이지만 자식의 고통앞에서 너는내가 되는 일체감을 맛보며 괴로워하는 애틋한 부성애는 예술가도 역시 아버지였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에 친밀감이 들기도 했다.
단편소설같은 몇몇의 글에서는 마치 홍상수 영화속 에피소드를 보는 것같아서 슬며시 웃기도 했다.

  
사실 이우환의 그림을 보고 마음속에 와닿는다거나 그 의미를 깊이 새겨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그저 '역시 현대미술답구만' 하는 생각만 했던거 같다.
하지만 그의 글들을 읽다보니 그 작품들의 의미가 새삼 다시 마음속에 새겨지는 것이다. 글 속에 담긴 그의 일상과 생각과 가치관들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나니 비로소 그림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것 같달까...
미술작품을 보는 눈이란게 나에게는 딱 이정도 수준인가 보다. 글로 떠먹여 줘야 비로소 눈이 조금 뜨이는 수준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작가가 그림과 조각잡업에 대해 서술한 글들은 참으로 유용하게 읽었다. 공간과 그 공간 너머를 생각한다는 작가의 작품론.
앞으로 이우환의 작품들이 내게 더 의미를 갖고 다가올거 같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글들도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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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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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마을의 역사가 유려한 글솜씨로 뭉쳐지는 부분부분들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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