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면 이토록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내려가지 못 했을 것이다.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의 어린시절은 참 예쁜 추억이 많았구나 그녀가 이렇게나 내성적이었구나 그녀의 어머니는 딸과 많은 교감을 나누었구나 하면서 정작 소설보다는 작가의 실제 모습을 떠올리면서 읽게 된다. 아마도 나같은 독자들 때문에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이름 대신에 메리 웨스트메콧이라는 이름으로 이 소설을 발표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이 소설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전적 고백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순수하게 소설 자체로 존재한다면 어떤 가치가 있을지 애매하다. 왜냐하면 이야기 자체가 참으로 진부하기 때문이다. 동화와 공상을 좋아하고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소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공상 속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 현실의 세상에 조금씩 눈을 떠가다가 남편의 외도로 그동안의 세상이 산산조각 나고 소녀에서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문학에서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주제가 아닌가.......

 

 

그러나 애거사 크리스티가 진짜 겪어낸 이야기라는 현실성이 덧붙여지면 진부함은 제쳐두고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자기성찰적 고백으로 읽히게 된다.
이 이야기를 쓰기까지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들여다 보고 어째서 소녀의 세상은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 처절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을 그녀를 생각하게 된다.   
추리소설의 대가라는 이면에는 인생이란 드라마 속에서 상처를 겪어내고 성장했던 한 인간이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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