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잉거솔은 사실 타일러 목사와의 학부모 상담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돋보이게 해 주는 빨간색 니트 원피스를 입었는데, 전날 남편이 셔츠 주머니에 휴지를 넣어 놔서 세탁기 돌릴 때 그 먼지가 온통 옷에 다 달라붙고 말았다. 그래서 니트 원피스도 깔끔한 상태이지 못 했다. 애초에 징조가 안 좋았군 하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사실 잉거솔 부인은 타일러 캐스키 목사를 예전부터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울 앞에서 그와 상담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도 연습하고 목사에게 자신의 신앙심을 보이기 위해 십자가 목걸이도 걸고 나갔다. 비록 바빠서 교회를 잘 나가지 못 하지만 목사는 분명 잉거솔 부인의 바쁜 상황을 이해해 주는 말을 해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목사를 만나서 딸 캐서린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목사는 집중 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고 내내 피곤해 보였다. 막판에 심리상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보인 목사의 냉담함에 잉거솔 부인은 그만 상처를 크게 입고 말았는데...
그날 밤 남편한테 과장해서 목사에 대한 험담을 한다. 목사가 자신을 비웃고 어린애처럼 눈싸움이나 했다면서.(아니 대체 언제?)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자 친구인 심리학 전공자 론다 스킬링스와 다른 친구들한테도 전화를 걸어서 목사에 대해 더 과장해서 험담을 하고나자 편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일러는 누구 험담이라도 하며 털어 놓을 사람이 없었고 잠에 들지 못 한 채 소파에 누워 밤을 새는데... 자신 안에 어두운 무언가가 딱딱한 돌멩이 같이 존재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를 마음이 들다가 곧 사라지고는 놀이터에 혼자 서 있는 딸 캐서린의 모습이 마음속에 남게 된다. “아무도 캐서린이랑 안 놀아요” 라던 잉거솔 부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떠오르면서 옛날의 기억이 덮쳐온다.
그의 누나 벨이, 어린 시절 셜리 폴스의 놀이터에서 혼자 서 있던 모습. 두 살 어렸던 타일러는 그런 누나를 외면하고 친구들한테로 갔던 기억. 무심한 척하는 표정으로 애들 노는 걸 구경하다가 돌아서던 누나의 모습을. 그 기억이 떠오르자 타일러의 마음은 아팠다. 그는 학창시절 반장도하고 축구팀 주장도 했건만...
타일러는 다시 이리저리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떠오르고 설교문을 완성하지 못 했다는 걱정도 떠오르는데... 몇 주 지나면 헌신 주일이고 그러고 나서는 예산안이 나오고 확정 투표도 곧 하게 될 텐데, 그때 도리스 오스틴은 새 오르간을 사자며 교회 위원들을 조정하려 들 거고 그걸 막아야 한다는 걱정을 또 하고... 그러다가 코니 해치의 초록색 눈을 떠올리니 졸음이 오는데...
선잠에 들고 다시 깨어났을 때 딸 캐서린이 옆에 와 있는 걸 본다. 캐서린은 침대에 실수를 했고 옷이 다 젖어 있었다. 캐서린을 욕실로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켜주면서 따뜻한 톤으로 학교에서 비명 지르는 짓 하지 말자고 타이르고, 친구들한테 가서 같이 놀자고 다정하게 말해보라고도 말해 본다. 캐서린은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이제 아침이다. 아침 햇살이 찬란하게 반짝이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과연 인간이 이 세상을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아침. 후르시초프가 핵무기를 4년 안에 없애야 한다고 말했지만, 군비 축소에 대한 사찰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1959년의 이 시대에 대한 배경이 또 다시 서술된다.
타일러는 새로 산 흰 셔츠를 입고, 접은 담요를 팔 아래 끼운 채 교회를 향해 걸어간다. 러시아 지도자와 잉거솔 부인을 위한 기도를 하는 중일까 아니면 세상의 아름다움에 감사하고 있는 중일까? 다 아니고 타일러는 코니 해치를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나눴던 시선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에 놀랐고, 오랜 세월 누구의 눈도 그렇게 마주한 적이 없었던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회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교회는 1796년에 지어졌고 작은 언덕에 기대어서 서 있다. 그 교회 모습을 보고 있으면 주변의 소나무와 삼나무들처럼 교회도 땅 속으로 뿌리를 레이스처럼 내려서 단단히 뻗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고.
목사 서재는 교회의 본관 지하에 있었고 지금 타일러가 향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하지만 먼저 예배당에 들러서 가지고 온 담요를 뒤쪽 의자 밑에 집어넣는다. 교회는 대공황 때부터 부랑자들이 와서 자지 못 하도록 문을 잠그곤 했다. 타일러는 교회 운영에 대해 거리를 두는 성향이었지만 처음 부임했을 때 교회는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유의 열정적인 어조로 옛날에는 쫓기는 범죄자가 성스러움의 감화로 인해 교회 예배당 안에서 피난처를 찾았다고 설교했다. 그래서 타일러 부임 이후 웨스트 아넷 교회는 계속 열려 있게 되었고 교회에서는 이제 어느 부랑자라도 잠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가 촛대를 훔치다 잡힌다면, 다른 한쪽 촛대도 그에게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사랑의 본질입니다.” 라고 설교하는 캐스키 목사. 아무도 목사에게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목사에게 이 설교 이후 은촛대를 은도금 촛대로 바꿔 놓고 진짜 은촛대는 제인 왓슨에게 맡기고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 다시 가져다 놓는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 웨스트 아넷 교회 교인들 너무 웃기잖아. 이게 바로 작가 스트라우트식 유머겠지만.
타일러가 촛대 일을 알았다고 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마음을 쓴 곳은 촛대 따위보다는 월터 윌콕스라는 교인이다. 그는 아내를 잃고 나서 아내와 살던 집을 못 견뎌서 교회에 와서 자곤 했다. 깨우면 때때로 어린아이처럼 울기도 했던 월터에게 타일러는 목사관에 와서 자라고 초대하기도 했었다. 타일러의 아내는 당연히 반대했지만.
지난밤에 잠을 뒤척이며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월터 생각도 났고 요즘은 날씨도 쌀쌀하니 교회에 담요를 가져다 놓자하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물론 월터 이후에 교회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런 다음 교회 지하에 있는 서재로 들어갔다. “사적인 허영의 위험”에 대한 설교문을 다 쓰고 나서 외우기까지 하려고 했다. 이건 그가 존경하는 본회퍼 목사가 해야 한다고 믿었던 방식이었고 캐스키 목사도 올해 전까지는 계속 해 오던 방식이었다.
허영은 영적 성장을 방해한다. 예배 장소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 필요하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을 예배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장소여야 한다. 이런 설교문을 구성하다가 오르간 문제를 직접 언급할까 말까로 고민하다가 스스륵 졸음이 오고, 잉거솔 부인이랑 상담했던 내용이 다시 생각을 방해하고, 개인적 허영은 차림의 단정함과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라는 설교문을 졸음 속에서 흔들리며 다시 또 생각하고...
그러다 위층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나가 보니 도리스 오스틴이 계단 위에 서 있다. 타일러를 만나러 온 것이다. 타일러는 도리스를 서재에 들인다. 그때 순간적으로 도리스의 순종적인 얼굴을 한 대 때리는 장면이 예상치도 못 하게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캐스키 목사가 왜 이런 장면을 상상하지? 아무래도 목사가 도리스와 대화를 하기가 너무 싫은데, 그 마음이 이런 환상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셔츠 사러 갔을 때도 도리스를 피했는데 말이다. 도리스 너무 눈치가 없군.
도리스는 목사에게 너무 슬프다면서 남편 찰스 오스틴이 자신을 때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데...그는 울고 있는 도리스를 보고 지친 기분을 느낀다. 그러면서 지난 몇 달 동안 홀리웰의 자동차 세일즈맨들을 부러워했던 자신을 떠올린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영혼에 대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즉 목사는 도리스 같은 이런 교인들, 목사에게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이들이 부담스러운 걸까? 지친 걸까? 그 선하고 다정했던 캐스키 목사가 속마음은 이렇다고? 너무 수상한 걸?
목사는 도리스에게 그다지 위로가 되는 말을 해 주지 못 하고 다른 지역의 목사에게 가족 상담을 받아 보라는 이야기나 한다. 그리고 그때 캐서린이 학교에서 토했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이 상담은 중단된다.
이제 도리스 오스틴이 목사의 성의 없는 상담에 실망하여 험담을 퍼트리고 다닐 것 같은 예감이 들지 않는가?
토요일 아침이다. 타일러의 어머니 마거릿 캐스키가 사랑스러운 아기 제니 캐스키를 데리고 목사관에 와있다. 마거릿은 목사관의 청소 상태를 못마땅해 하고 가정부 코니가 대체 뭘 하면서 돈을 받는 거냐면서 자신이 직접 청소를 한다. 아무래도 코니 해치는 손이 야무지지 않은 모양인데... 마거릿은 이렇게 살고 있는 아들 타일러를 보며 걱정을 늘어놓고 그런 어머니를 보고 있기 힘든 타일러는 설교문을 쓴다고 서재로 들어가는데... 사실 설교문을 이미 다 썼다. 원래 쓰려던 “허영”에 관한 설교문은 결국 쓰지 못 했고 신학교 시절에 써 놓았던, 현재 타일러 교회의 상황과 하나도 관련 없는, 설교문으로 내일 있을 예배 준비를 마쳤다.
책상에 그냥 앉아서 방을 둘러보던 중 “본회퍼의 옥중서신”에 눈이 놓인다. 너무 자주 들여다본 나머지, 전체 단락들을 외워서 말할 수도 있는 책.
그 책을 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신학적 문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베를린의 한 집을 상상해 보게 된다. 독일 라디오 방송 소리와, 본회퍼의 또렷한 목소리가 “인간이 악에 맞서 책임을 지는 것은 행동하는 것에 있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떠올렸지만, 라디오는 정부 당국에 의해 문장 중간에 끊긴다. 젊은 금발의 목사 본회퍼가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도 상상한다. 뉴욕에서 배를 타고 독일로 돌아가는 본회퍼의 모습, 또 그가 “인간의 죄란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리고 테겔 군사 감옥을 떠올린다. 그 남자의 용기와 고통의 수많은 장면들을 떠올려 보고나니 타일러 자신의 절망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지 강하게 느끼게 된다. 뒤틀린 자신의 고통에 비해 디트리히 본회퍼가 겪었을 고통은 마치 순수함으로 빛나는 것처럼 보였는데...
타일러는 이 순교자에 대한 사랑이 너무 개인적이라서 서로 한번도 만난적도 없고 본회퍼가 타일러라는 존재 자체를 모를 것이란 생각을 하면 스스로 놀라곤 했다. 우린 친구가 되었을 텐데 라고 타일러는 생각한다. 비록 본회퍼는 1906년 독일에서 태어났고 21년 후 미국의 메인 주 셜리 폴스에서 타일러 캐스키가 태어났지만, 또한 타일러가 소화 잘 못 하는 애기로 이유식이나 받아먹고 있을 때 본회퍼는 이미 박사논문을 완성한 상태였지만 말이다.
“오 똑똑한 사람이네” 미래의 로렌 캐스키(드디어 나왔다 타일러의 부인 이름!) 가 타일러와 두 번째 데이트 때 한 말이다. 타일러가 두 번째 데이트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본회퍼 목사의 일대기를 열정적으로 이야기 해 준 모양이다.
본회퍼는 단지 자신의 교회가 나치즘을 묵인하는 것에 맞서 일어섰을 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신앙고백교회를 위한 신학교 설립에도 참여했다. 1939년 미국에서 1년을 보낸 뒤, 그는 독일로 돌아가기로 선택했고,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친구들도 본회퍼에게 나치 독일로 돌아가지 말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그가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독일에 있지 않는다면, 전쟁 이후 독일에서 신뢰를 얻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돌아갔다고 타일러가 말하자 “음, 참 고귀한 행동이었네,” 라고 미래의 캐스키 부인이 반응했다. 타일러는 만약 이 말 속에서 어떤 냉소를 감지했다면, 그녀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중에 생각했다고. 하지만 그는 냉소를 감지하지 못했고, 지금, 서재에 앉아 이 일을 떠올리면서도, 로렌의 말 속에 어떠한 냉소도 없었다고 믿었다. 또 그때 로렌이 아이 같은 말투로 “나는 안 돌아갔을 거 같아”라고 하는 정직함에 타일러는 감동을 받았다고. (이게 감동받을 말이란 말인가)
이 데이트에서 알 수 있는 점, 타일러는 역시 신학생답게 진지했구만. 근데 로렌은 타일러와의 데이트가 재미있었을까? 어쩌면 콩깍지의 힘으로 괜찮다 느꼈을지도...
이제 서재에 앉아 있는 타일러는 만약 그가 1년 전 이 방에서 본회퍼와 함께 앉아 있었다면? 만약 타일러가 본회퍼의 손을 잡고,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 나는—”이라고 말했다면?’
하지만 그는 결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뭘?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계속 읽다보면 나오겠지?
타일러는 다시 본회퍼가 감옥에서 썼던 글을 떠올린다. “성숙한 인간에게는 현재 상황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온전함이 있다.” 본회퍼는 히틀러 암살 계획에 참여했고, 감옥과 자신의 죽음에 직면했고, 모든 것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미성숙한 사람과 달리, 성숙한 사람의 특징은 중심이 항상 자신이 실제로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이 아닐까?”본회퍼는 감옥에서 이렇게 썼다. 이 문장을 생각하면서 타일러는 자신이 있는 이곳 웨스트 아넷에서 자신의 일을 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는다. 그의 일은 신도들에게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진지한 일이었고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스스로에게 ‘사랑이 어떻게 가장 잘 실현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일은 그들의 지도자이자, 스승이자, 본보기가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본회퍼를 본받아 자신의 일을 잘 해나가겠다 생각하는 타일러 캐스키 되시겠다.
이제 이야기는 타일러가 처음으로 웨스트 아넷에 오던 날로 돌아간다.
웨스트 아넷 사람들에게 타일러 캐스키의 등장은 크고 활달한 곰이 강을 헤엄쳐 올라 강가에 기어오르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곰처럼 키가 크고 뼈대가 우람한 큰 남자였고, 그의 손을 잡는 건 곰의 손을 잡는 느낌이었다. 목소리도 큰 덩치에 맞게 깊은 울림이 있었지만 그의 전체적인 인상이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온화한 표정과 반짝이는 창백한 청교도식 눈에 있었다고. 설교는 열정적이고 강렬하게 했지만 교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붙임성 있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해서 교인들에게 감동을 샀다. 하지만 일부 교인들은 그의 친근함과 열의가 진실하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바로 찰스 오스틴이 그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매력적이라고 여겼다. 또한 목사 부인인 로렌 캐스키도 처음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자 여기서 웨스트 아넷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살펴보면, 이 시골 마을이 겉보기에는 깨닫지 못 하겠지만 여기는 엄연히 사회적 계급 구조가 존재한다. 이 곳은 여기 처음 온 조상이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이들은 지치고, 굶주리고, 억압받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은 가난하고 지쳐서 미국에 온 이민자들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았다. 예를 들어 가난해서 이민 온 아일랜드계나 이태리계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와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온 사람들 청교도들이거나 스코틀랜드인들이거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익숙한 이름 버사 배브콕(“다시 올리브”에 나옴)의 메이플라워 호 모형이 집에 있다는 것도 언급된다. 웨스트 아넷 사람들의 조상들은 가난과 지침, 허약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는 자부심이 있다는 의미랄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웨스트 아넷의 계급 사다리 중 위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의 조상이 먼저 여기 터를 잡고 살았으니 말이다.
어쩐지 고집 세고 자존심 센 사람들일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오지 않나?
이런 웨스트 아넷에 타일러 캐스키가 처음으로 설교를 부탁받고 오는 날이다. 캐스키 목사의 설교를 듣고 이 사람을 교회 목사로 찬성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일종의 오디션을 보는 날이랄까. 마을에서 가장 부자인 오기와 실비아 딘의 집에서 목사 부부를 처음으로 대접하기로 하고 교회 집사 부부와 교회 간부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처음 이들 앞에 나타난 목사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했지만 그 부인은 아니었다. 눈도 크고 입도 크고 볼도 동그랗게 커보이던 로렌 캐스키는 목사 부인이라면 기대하는 외모가 전혀 아니었고, 특히나 신고 온 신발은 뒤가 끈으로만 된 것이었다. 4월이지만 눈이 내린 계절에 뒤가 뚫린 신발이라니. 임신까지 했는데 눈길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런 걸 신고 왔담? 게다가 립스틱도 진하게 발라서 컵에 자국을 남길 것 같은 모습. 백화점 특유의 냄새가 좋아서 쇼핑하는 걸 좋아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런 사람이 목사 부인이라고? 웨스트 아넷의 사람들은 첫 인상부터 로렌 캐스키를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로렌도 마찬가지로 교인들의 첫인상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찰스 오스틴은 분명 늑대일 거라며 타일러에게 말해 주고 제인 왓슨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래도 오늘의 만남을 자신이 썩 잘 해내지 못 한 것 같아 로렌은 울음을 터트리고 타일러는 그런 부인을 다정하게 안아준다. 이 둘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한 쌍의 부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타일러는 다음날 웨스트 아넷 교회 설교단 위에 서게 된다.
설교단으로 걸어가면서 가슴속에서 억누를 수 없는 커다란 기쁨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던 타일러 목사.
그날, 웨스트 아넷에서의 첫째 날, 목사 타일러의 기쁨에 찬 모습으로 챕터 2는 끝
아니 이렇게 정리하는 거 왜이렇게 힘들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챕터 3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