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의 "대 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었다.

몇 년 전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을 읽었는데 사실 그 책 내용이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한테는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신작 소설도 사서 읽어보게 되었다.


주인공 영두는 창경궁에 있는 일제강점기 때 만든 유리온실을 복원하는 과정에 참여해 보고서를 쓰는 일을 맡게 된다. 창경궁과 그 주변 공간은 영두가 중학생 시절 서울에 올라와 하숙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영두의 짧았던 하숙 생활은 어린 영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상처를 다시 꺼내 말하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데...

한편 영두는 유리온실 복원을 위해 여러 자료를 조사하면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전쟁 시절 창경궁 유리온실을 드나들던 일본인 여자아이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 아이가 쓴 글들에서 당시 유리온실의 모습을 그려나가던 중 영두는 중학생 때 살았던 하숙집의 주인 안문자 할머니와 그 옛날 글 속의 일본인 여자아이가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해서 잔류 일본인인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과 마주하게 된다.

유리온실 복원 작업이 진행될수록 영두의 과거 상처도 영두의 회상 속에 복원되어 떠오르는데, 과거의 그 시간 속에는 문자 할머니가 내밀었던 따스한 손도 함께 기억된다. 그동안 할머니가 어떤 상처를 감추고 살아왔는지를 이제 알게 된 영두는 그때 할머니가 영두를 보살피려고 했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상처의 시간을 살아낼 때 할머니에게 따스한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이 할머니를 살게 했음을 그래서 영두에게도 그 따스한 손이 미치기를 바랐던 마음을.


창경궁 유리온실 복원이라는 큰 줄기 속에 시간과 공간 속에 묻혀 있는 개인의 아픈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담은 소설이었다.

빠르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서사가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지만 읽으면서 불만인 점도 꽤 있었다.

너무 딱딱 필요한 자료만 골라 나오고, 뭐 이렇게 자꾸 다 연결되냐 싶은 사건들... 한마디로 우연의 남발.

사실 나는 이 소설에 좀 더 큰 스케일의 미스터리를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실망한 부분도 있다. 너무너무 쉽게 사건이 풀린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가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한 요소가 아니라 인물과 인물의 개인사, 감정, 상처, 치유 이런 것들이 우선이라 애초에 내가 잘못된 기대를 품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제목 보고 낚인 다 내 잘못이요! 그래서 별 셋 주고 소심해서 페이퍼만 살짝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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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17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금희 소설을 그전에 별로 좋게 읽지 않았다가 [경애의 마음]이 좋았거든요. 오오 이건 좋은데~ 했었는데 음.. 역시 경애의 마음만 좋은가봐요. 하하.

망고 2024-10-17 09:07   좋아요 0 | URL
이 소설도 재미있긴해요 많은 분들이 오별을 주시고 있고...그냥 제가 기대했던 장르?가 아니라서 저는 불만이 좀 있었던거고요;; 많은 분들이 좋게 읽었는데 저만 이래서 소심해졌어요ㅋㅋㅋㅋㅋㅋ

참미 2024-10-18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별은 (특히 신간이면) 대부분 광고라서.. 전 이런 후기가 더 와닿네요. 글 잘 보았습니다~!

망고 2024-10-18 12:18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 소설 저한테는 불만인 점이 꽤 있었지만 섬세한 문장이 마음에 와닿기도 했어요. 그런 부분을 독자들이 좋게 본게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blanca 2024-10-18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금희 작가의 팬이라 나오는 족족 다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다 읽고 왠지 리뷰를 못 쓰겠더라고요. 좋은 점도 많았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있는데 잘 표현을 못하겠어요. 개인적으로 저도 <경애의 마음> 진짜 좋았어요.

망고 2024-10-18 12:25   좋아요 0 | URL
그쵸? 아쉬운 점! 저도 좋은 점도 많았어요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도 많았고. 근데 미묘하게 불편한 지점도 있었고 개연성에서 갸웃한 부분도 있었고...저도 <경애의 마음>이 더 좋아요ㅎㅎㅎ
저는 외국 작품엔 삼별 이별 막 주고 별로다 이런말도 하겠는데 한국 작품에는 왠지 박하게 말을 못 하겠어요ㅋㅋㅋㅋㅋ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가...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