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달 들어 책 한줄 안 읽고 있었다.
그냥 책을 펼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아서 책 읽을 시간에 열심히 드라마를 봤다ㅋㅋㅋㅋ
인기작 "빈센조"를 드디어 다 몰아 봤고 "악의 꽃"도 봤다. "나의 아저씨"는 또다시 봤다. 또봐도 너무 좋았다.
그동안 미뤄뒀던 "베터 콜 사울" 마지막 시즌도 봤다. 이렇게 해서 "브레이킹 배드"에서 파생되어 나온 드라마, 영화는 다 본 셈이다. 내가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한 캐릭터는 제시 핑크맨이었다. 월터 화이트는 처음에는 좀 응원했는데 시즌이 거듭 될수록 진짜로 악인이 되어가는 걸 보고 점점 정이 떨어졌고 반면에 제시가 점점 불쌍해지는거다. 괜히 선생님 잘못 만나서 그저 시시한 동네 양아치 수준으로 살 수 있었던 인생이 죽을 고비를 몇번을 넘기며 철저히 숨어 살아야 하는 인생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제시 핑크맨 그 이후의 삶으로 시리즈 또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 나오겠지ㅋㅋㅋ
아무튼 책을 읽지 않아도 볼 것이 이렇게나 많아서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근데 그렇게 시간을 보냈더니 책 읽지 않은 것에 가슴 한켠이 무거워져 오는 건 뭐야ㅠㅠ

그래서 죄책감을 약간 덜기 위해서 읽진 않지만 책을 사들이긴 했다.
"해류 속의 섬들"은 53년만에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헤밍웨이의 생애 마지막 소설이란다.
이런 책은 사둬야 한다는 생각에 신간 나오자마자 샀는데 책 받아보고 찍힌 자국과 때묻은 자국 때문에 기분이 팍 상했다. 쳇 알라딘은 가끔 이렇게 나에게 실망감을 준다고!
"사라진 스푼"은 몇년간 내내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생각나서 드디어 샀다.

오늘 그동안 책을 읽지 않은 것에 약간의 반성을 하면서 이 책 단편을 몇개 읽었다.
근데 너무 우울해지네... 정지아 작가의 작품들을 최근작부터 시작해서 과거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읽고 있는데 이 단편집의 소설들은 그전의 것들과는 다르게 웃음끼도 싹 빠져있고 고단한 인생사의 현실감이 담뿍 들어가 있어서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가슴 아픈 사연의 인간극장을 글로 읽는 느낌이랄까....나는 이런거 잘 못 보고 잘 못 읽는데... 마음 아파서...
그래도 오늘 11월달 들어 처음으로 책을 잡고 읽었다ㅋㅋㅋㅋ
뿌듯하다.
이제 책 좀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