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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 고뇌의 레바논과 희망의 헤즈볼라, Pamphlet 002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공공장소에서는 보기 힘든 책이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가능한 읽지 않도록 권하고 싶다. 도데체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거대한 전쟁 앞에서 우리 개인의 관심은 아무런 힘이 없는 것 같지만, 보는 행위는 대상을 바꿔 놓을 뿐 아니라 보고 있는 나 자신마저 변화시킨다."
그 이름도 낯선 땅의 비극에 대해 그렇게 무관심했던 것이 죄스러운데 이 말은 한편은 위로가, 한편은 비수가 되어 마음에 꽂힌다.
살갗을 뽀송뽀송하게 쓰다듬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의 유혹은 그 에어컨을 무엇으로 돌리는지 잊어버리기에 충분할 만큼은 크다. 그래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질좋은 원유가 가장 많이 묻혀 있다는 이라크가 정돈되고, 가장 경제적인 경로를 따라 송유관이 지나가야 할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등이 정리되고, 그리고 세계지도에 작은 점으로만 찍히는 몇몇 지역이 전세계의 자원을 거머리 피 빨듯이 빨아당기고 있어도 그래도 에어컨바람은 여전히 씨원하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따라 사람들, 아이들의 아픔이 수도 없는 붉은 점을 찍으며 눕는다.
그 많은 생명 중 한줌에 지나지 않을 인간들을 위해 지구의 나머지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모든 것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무시되는 현실에 균열을 일으키게 될 곳은 아마도 여기 한국땅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쿠리아"는 "부강을 사기 위해 심장과 영혼을" 팔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더더욱 부강해지기 위해 자신이 딛고 올라선 그 사다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잊기로 작심한 듯하다.
"나의 풍요는 지구마을 누군가의 궁핍을 수반할 수 밖에 없고 나의 특권은 누군가의 무권리를 전제하고 있기에, 똑같은 지도상에 살아가고 있는 나의 풍요와 안전은 빈곤과 분쟁에 울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레바논, 그리고 수많은 이름 낯선 땅의 전쟁은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니다. 이미 우리 중 많은 이들은 그 전쟁으로 얻는 것이 더 많은 한 줌의 무리에 속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