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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레스토랑에 어서 오세요.
치매. 보기만해도 두렵고 슬픈 단어. 사람의 기억을 갉아
먹으며 결국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병. 환자는 다 잊어 버리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픈 기억이 남는다. 누구나 늙어서도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노후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치매에 걸린 사람들이 직원으로 일을 하는 요리점이 있다고 한다. 발병
초기의 환자들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일하고 내일 까먹는. 그런 노인환자들이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치매에 걸리기 전부터 자주적이고
일하는 것을 좋아한 분들로 모였다고 한다. 책속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세상 행복해 보인다. 일하는 노인들의 웃음은 매일 새롭게 피어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순수한 웃음일지 모른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풍경이다. 이 감동실화는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게 해준다.
책에서 저자가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구상하고 실현하게
된 계기를 알 수 있다. 일본 NHK PD인 그는 능력도 뛰어나고 참 열정적인 것 같다. 기획과 실행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이 스토리가 KBS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비단 치매 환자들뿐 아니라, 고령화 시대에 노인 문제라든지
장애우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나라에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요리점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전부 치매환자이기에 기본적으로
체력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배가 고프다거나 하면 비상 사태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감 속 요리점이라니 내가 다
진이 빠진다. 그래서인지 나는 치매환자들보다 두발 벗고 달려 환자들이 무리하지 않도록 여러 상황을 해결하는 저자와 보호센터 직원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너무 슬플 것 같은 책이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활발함이 책을 뚫고 나에게 전해 진다. 요리점을 개발한 저자도, 요리점을 운영하는 보호센터 직원들도, 일하는 노인들, 피아노 연주자 등 전부
세상 활발하다. 그들에게선 긍적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실제로 일본에서 운영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최근엔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복지제도가 우수한 노르웨이에서도 이 포맷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다. 일본에서는 이 요리점에 온 손님들 중에서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주문을 잘못 받았다고, 자잘한 실수를 한다고해서 화를 내거나 크게 따지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모르고 이
요리점을 찾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왠지 이 요리점을 한국에서 운영한다면 참 위험할 것 같다. 좋은 취지로 시작하여 잘되다가 나중엔 그 의미가
퇴색해버린 경우를 많이 봐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요리점의 취지를 잘 이해하였으면 좋겠다. 영화처럼 감동적인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끝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길 바란다.
캘리그라피로 읽는 책속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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