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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라틴어 수업」 한동일
저자께.
안녕하세요, 저는 캘리그라피하는 30대 여성
Grin입니다. 선생님이라 해야할지, 작가님이라 해야할지, 변호사님이라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편지를 쓰기 전부터 막막했습니다. 고민 끝에
선생님이라 하기로 했어요. 나이로 보나 학업으로 보나 여러 모로 앞서 계신 분이니까요. 「라틴어 수업」 책으로 선생님을 알게 되었어요. 무슨
뜻의 제목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예쁜 표지에 적힌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이란 문구가 끌렸어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일지도
궁금했고요. 책을 다 읽은 지금,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10000000% 듭니다. 아무래도 인생책을 만난 것 같아요. 책을 읽는동안
선생님, 선생님하고 자꾸만 부르고 싶었어요. 마치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미 책으로 위로를 받고 있었으면서도 실제로 대학에서 펼쳐진
선생님의 강의를 직접 듣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왜 저는 학생이 아니고, 나이가 많은 겁니까. 선생님을 이제야 알게 된 게 무척
아쉬워요. 사실 아마 대학생 신분으로 청강했더라도 이제는 종강돼버린 선생님 수업이 그리워서 아쉬움이 큰 건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평소 살면서 라틴어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제 인생과
연관이 있다면 캘리그래피를 하면서 알파벳을 공부하거나 예쁜 문구를 찾는 과정에서 라틴어를 만난 것, 제가 하던 온라인 게임에 나온 명칭
정도겠네요. 라틴어가 그렇게나 체계적이고 복잡하고 어려운 언어인 것도 이번에 알았어요. 책을 읽으면서 매력에 푹 빠져버렸답니다. '공부'와 담
쌓고 산 지 10년도 넘은 저는 이 책에 짧게 소개된 문법조차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자꾸만 알고 싶어집니다. 저를 위로해주는 책을
쓰신 선생님께 빠진 건지 라틴어에 빠진 건지는 확실치 않네요. 선생님께서 중간고사 과제로 내주신다는 '데 메아 비타'는 독자인 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과제를 받은 학생들이 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멍하니 있다가 어느 순간 술술 써내려가고, 이윽고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처럼 이 책을 읽고 잠든 날, 꿈 속에서 크게 울던 저는 실제로 펑펑 울면서 깨어났습니다. 제 인생이 너무나 구슬퍼서 잠결에 한동안
울었습니다. 제 인생 제가 이렇게 살아와놓고는 환경에 대해 불평하고 합리화를 하고 모르는 척했지요. 그런 제가 틀린 것을 알았기에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었어요.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 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것없게 만드는 가운데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주겠냐는 말씀에 저 밑바닥에 있던 자존감이 꿈틀했습니다.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 그리고
케루빔. 자신에, 또 무엇인가에 최우등, 스스로를 위로하는 케루빔 천사가 돼라는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참, 이 책엔 상당히 종교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하나도 거부감 드는 부분이 없었어요. 오히려 라틴어와 결부된 이야기이니 흥미로웠지요. 저로서는 생소한 이야기라 이해가 안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와닿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뭔가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칭찬받고 싶고, 젠체하고 싶은 유치함이 저에게도 있었지요. 저는 부끄러워 했고요. 어쩜 선생님은 그리 저를 훤히 들여다보신 것 같을까요.
비난하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앞으로 무엇이 될까, 끝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셨어요. 그 마음은 그저그런 유치함이
아니라 '위대한 유치함'이라고요. 참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마음조차 위대하다 해주시니 제가 뭐라도 된 것처럼 우쭐해졌죠. 자신감이
생겼어요.
아지랑이 이야기는 제 마음을 살랑살랑하게
해주었습니다. 아지랑이를 뜻하는 라틴어를 설명하시며 우리 마음의 현상까지 들여다보게 하셨지요. 라틴어로 '보잘 것 없다'는 뜻을 가진 아지랑이가
웬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볼 수가 없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보잘것없는 것', '허풍'과 같은 현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힘들다고요. 힘들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요. 선생님께선 그 어려운 라틴어도 이렇게 삶과 연관지어 쉬운 흐름으로 알려주십니다. 라틴어도 배우고, 삶에 위로도 받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인생책이지요. 라틴어 좀 할 줄 알면 있어보일 수 있다는 '위대한 유치함'도 실현 가능하고, 라틴어와 관련된 이야기로 마음을
다독이며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시니까요.
한국인이 자주 쓰는 '카르페 디엠; 오늘
하루를 즐겨라'라는 말도 그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단 걸 배웠습니다. '카르페'란 말이 어떤 품사인지,
어디서 나온 말인지, 시제는 무엇인지 등 상세하게 알려주시지만 결코 어렵거나 머릿속에 넣기 싫은 주입식 공부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매우
흥미진진했고, 내가 이것을 알면 뿌듯해질 것 같았죠. <라틴어 수업>은 참 재밌는 책이에요.
문장 하나에서도 라틴어는 그 구성이 빈틈없지요. 어원과
뜻, 문법뿐 아니라 로마인의 정서, 역사, 문화 이런 것들까지 알 수 있게 설명해주셨어요. 선생님의 광범위한 지식에 전 연신 감탄을 했지요.
그간 해오신 강의를 토대로 실제로 수업하시는 것처럼-요즘 애들 말로 '음성지원'돋는 형식으로-이야기를 들려주듯 쓰여진 책이라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라틴어의 기본 구성, 명구, 로마인의 문화, 자존감, 진리, 사랑, 희망, 삶을 살아가는 방식,
무엇을 위해 살아야할지 등을 가르치셨죠. 책 말미에 있는 제자들의 편지에서도 얼마나 명강의였는지 실감이 납니다.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요. <라틴어 수업>, 정말 감명 깊게 잘 읽었습니다.
#그린캘리그라피 G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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