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상
김다은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타이틀 작품인 ‘위험한 상상’은 너무 짧은 이야기가 억지스럽고, 비약이 심해서 별로였다.
두 번째 작품인 ‘개만도 못한 소망’도 독일 통일, 지역 감정같은 대화가 등장하고, 성욕을 못 참아서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 작품인 ‘초대받지 못한 그림들’은 이야기가 너무 길고 정교해서 오히려 소설적 재미는 덜했으며, 남편의 바람을 맞바람으로 풀어 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교차로’는 좀 뜬금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5편의 단편들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남자를 찾아 헤매는 두 노처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말과 말’은 후반부의 반전이 유쾌하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은 관계를 맺던 제자가 임신을 하자 고민에 빠지는 교수에 관한 이야기다. 결말이 좀 어정쩡하지만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관계의 비밀’에서도 젊은 여자와 불륜에 빠져 있는 대학교수와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보험설계사의 갈등이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문장까지 일사천리로 매끄럽게 진행된다.

‘올림피아 호텔 입구의 회전문’은 톱니바퀴처럼 기각 막히게 맞아 떨어져 가는 정부인과 내연녀의 심리 변화가 기가 막히게 펼쳐진다.

‘귀자와 시인’에서는 외동딸을 위해 억척스럽게 돈만 벌어 온 귀자의 순박하고 어리석은 사고방식이 마지막까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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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오늘의 추리소설 - 첫 섹스에 관한 보고서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번 단편집은 전체적으로 어디서 한번쯤 읽어봤던 분위기의 작품이거나 소재와 구성이 너무 뻔한 것이 아쉽다. 작품들의 분위기도 하나같이 미적지근하다.

각각 남자/여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다정다감’은 너무 모범적인 구성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마지막의 반전도 너무 관습적이다.

‘황금은 집’은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것이 장편 분량의 소설을 단편으로 압축시켜 놓은 것 같다.

‘그녀만의 테크닉’은 뻔하다 못해 케케묵은 소재와 설정을 보여준다. 역시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느낌’이 강하다.

‘첫 섹스에 관한 보고서’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언급하는, 굉장히 형이상학적인 작품이다. 마지막 문장이 끝날 때까지 왜 재미가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독특하고 색다르게 게임이론을 소개한 ‘교차로에서 만나다’가 읽을 만했고, 수록된 단편들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보물찾기’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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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SE : 스틸북 DVD (2disc)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원티드’에는 총알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자동차가 텀블링에 가까운 묘기를 부리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속출한다.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처럼 무작정 만화적이지도 않고 원조였던 ‘매트릭스’와도 다른 발랄한 액션을 보여준다.

줄거리 또한 샐러리맨들의 판타지라고도 할 수 있는 간결한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흥을 돋운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 늘어지는 줄거리와 마지막의 어설픈 액션은 영화 자체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킬러로 훈련받는 장면들에서 말이 너무 많았고, 고민이 너무 지나쳤고 결과적으로 그 부분의 분량이 너무 길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원티드’ 또한 많은 영화들이 피해갈 수 없는 ‘예고편이 전부’라는 욕을 먹어도 싼 작품이다.
킬러가 빌딩 창을 부수고 뛰어내리는 장면과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는 주인공을 멋지게 태우는 스포츠카가 나오는 장면은 초반에 소모되어 버리듯이 지나가고, 절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기차 장면도 거의 예고편이 전부이다.
정작 영화의 하이라이트여야 할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는 김빠지는 반전 이후의 사족이 되어 버렸다.
쌍팔년도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의 질주와 대량난사 장면, 뚱보 칼잡이와의 어수선한 대결 장면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기 때문에 예고편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식상하고 보잘 것 없는 장면이기에 빠진 것 같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러시아에서 이미 유명한 액션 감독이다.
부디 ‘로미오 머스트 다이’-‘엑시트 운즈’-‘크래이들 투 그레이브’ 등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 순서대로 점점 질이 떨어지며 소모되었던 안제이 바르코비악 감독이나 ‘페이스 오프’라는 걸작 이후 이렇다 할 성공을 보여주지 못하고 홍콩으로 돌아갔던 오우삼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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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시즌 6 박스세트 (7disc) - 일반 킵케이스
존 카사르 감독, 바네사 펄리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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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팔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3개월째, 11주 동안 미국 곳곳에서 연쇄테러가 일어난다.
지난 시즌에서 지옥 같은 엔딩을 맞았던 잭 바우어가 귀환하고 다시 가장 힘든 24시간이 시작된다.
첫 회부터 테러범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는 죽음의 계약을 맺게 되는데, 곧 엄청난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된다.

지난 다섯 시즌동안 잭의 냉혹함을 충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훨씬 더 잔혹하다. 사람의 목을 물어뜯어 죽이질 않나, 친 가족을 거리낌 없이 고문한다.

잭의 행동이 이제는 도를 넘어서서 다음 시즌쯤에는 크게 정치 문제가 될듯하다. 지난 시즌에는 중국 영사관에 침입하더니, 이번에는 러시아 영사관에 쳐들어간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과 행동에 회의를 느끼는 바우어의 쓸쓸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시즌 내내 잭의 입에서는 더 이상 못하겠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어쨌든 이번 시즌도 초반부터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재난과 위기가 펼쳐진다. 도로 위의 버스가 폭발하고, 주택가에 헬기가 추락하는 것은 오프닝에 불과했다는 듯이 분실된 다섯 개의 핵폭탄 중 한 개가 폭발한다.
그리고 이 핵탄두들은 잭의 아버지 회사에서 도난당한 것이다.(잭이 재벌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좀 의외다.)
이번 시즌은 전체적으로 현장의 액션만큼이나 집무실이나 본부에서의 대립과 논쟁, 암투의 비중이 커졌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러시아와 이슬람 테러집단이 한꺼번에 등장하기도 한다.

클로이는 여전히 믿음직한 잭의 조력자이고 강직하고 유능한 리더 뷰캐넌과 캐런 보좌관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지난 시간 충실하게 잭을 도와왔던 커티스는 시즌 초반 허망한 결말을 맞는다.
아쉽게 사라지는 인물들만큼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많다.
팔머 대통령의 동생인 변호사와 클로이의 엔지니어 전남편 모리스, 잭의 결혼 전 여자이자 현재 형수인 메리언... 5시즌에 이어 등장하는 한 인물은 잭의 형으로 밝혀진다.(5시즌에서 에드워드 노튼이 잭의 동생으로 출연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번 형 캐릭터는 동글납작한 것이 잭과는 영 딴판이다.)
잭은 형과 아버지를 상대로 소리치고, 협박하고, 총을 겨누는 등 콩가루 집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의 셰리 팔머, 니콜 지국장 등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톰 레녹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CTU의 발목을 잡는 밉상 캐릭터로 등장한다. '넘버스'의 천재 수학교수같은 천진난만한 얼굴이 안어울리기는 하지만 초반에 확실한 비호감 모드를 보여준다.

테러-용의자-죽음-배신-음모...
지금까지 '24'를 지탱해왔던 뻔한 구성요소들이 다시 한 번 되풀이되는 시즌6은 확실히 지난 5시즌의 재미를 능가하지 못하는 범작 시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중반부부터는 폭발적인 이야기 전개를 보이며 '24'다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이번 시즌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이 어떤 것인지 여러 번 보여준다. 잭과 형의 관계에서 로건 전 대통령과 마사의 재회에서 말이다.
중간중간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굵직굵직한 비밀들이 밝혀지고, 마지막 엔딩 전에도 아리송한 여운을 남기는 관계가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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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2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스노볼' 2권은 1980년대부터 최근 2008년의 경제위기까지 다루고 있다.
그동안 워런 버핏이 다루었던 굵직굵직한 거래들: 네브라스카 퍼니쳐 마트 인수, 코카콜라 주식 매입, 살로만 브라더스의 위기,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인수 실패 등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세밀하고 상세하게 소개한다. 그 서술이 너무 자세하고 정밀해서 지루한 교양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버핏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 궁금했지만,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은 버핏이 막대한 부를 일구어온 과정을 알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 수록된 지루한 이야기에서 버핏의 뛰어난 통찰력과 단호함, 건전한 원칙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물론 투자와 관련 없는 사적인 부분, 예를 들면 빌 게이츠와의 첫 만남 같은 부분도 인상적이다. 세계 제1, 제2의 부자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소탈하고 솔직한 만남이 말이다.(빌은 버핏의 속임수 주사위 게임에 속지 않고 비밀을 알아낸 유일한 사람이었다.)
게이츠 부부의 결혼식과 찰리 멍거의 일흔 번째 생일이 겹쳤을 때에는 버핏의 성격이 잘 나타난다. 일정이 겹쳐서 한쪽을 실망시켜야 할 경우, 버핏은 보통 화를 더 많이 낼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2권에서는 버핏의 이야기 말고도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의 주인이었던 B 부인의 삶도 감동적이다.
맨손의 러시아 이민자 출신으로 큰 사업체를 일구어 냈으며 100살까지 현역에서 열심히 뛰었다는 점은 충분히 버핏의 존경을 받을만하다.

그리고 책에서는 수지의 헌신적인 삶을 좋게 표현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쉽게 속여 먹을 수 있는 버핏의 부인을 아무도 가만두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버핏마저도 자기가 알았더라면 인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수지가 돈을 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버핏은 자식들이 내미는 손을 냉랭하게 거절하며 빚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철저히 가르친 사람이었다. 수지 주니어마저도 "충분히 많이 배운 것 같으니 이제 그만 하셔야죠."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심지어는 공중전화 속으로 사라진 15센트를 두고두고 아까워했을 정도의 버핏이었으니 수지의 돈 씀씀이에는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버핏이 살로먼의 보너스를 삭감하려 했을 때에는 직원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2008년 이후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몰락하고 실직자들이 쏟아져 나온 뒤에야 사람들이 깨달았을 것이다. 그들의 화려함이 허상에 불과했고, 모래 위에 지은 성과도 같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버핏이 거둔 꾸준하고도 엄청난 수익을 시기하던 학자들과의 대결도 인상적이다.
그들은 줄기차게 효율적 시장 가설을 주장하며 버핏의 성공을 운이라고 조롱했지만, 실제로 이런 탁상공론을 믿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버핏이 몇 번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던 '난소 로또'도 기억에 남는다.
중국 여행 당시 보트를 끌던 사람 중에도 빌 게이츠가 될 사람도 있었을 테지만, 평생 힘들게 보트를 끌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는 버핏의 자신의 성공에 얼마나 겸손한지를 잘 알 수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평생 스무 차례의 투자 사용권만 있다면 훨씬 더 현명하고 큰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버핏의 말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는 평생 같은 집에서 같은 아내와 살았던 것처럼 가볍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버핏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있다.
만약 버핏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주식을 샀더라면 첫 번째 부자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일등이 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위험을 피하는 것을 더 중요시했음을 잘 보여준다.
이는 IT열풍의 와중에서 그의 신중한 투자 때문에 부자 순위가 2위에서 40위로 떨어지면서 수많은 조롱을 받았던 사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추락한 천사'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 자신의 확고한 결심과 선명한 판단에 대한 가장 가혹한 시험대였을 것이다.

의문이 가는 문장도 있다.
흔히 버핏의 격언으로 알려진 것 중에 1원칙으로 돈을 잃지 마라, 2원칙으로 1원칙을 잊지 말라고 알려진 것이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1원칙으로 돈을 잃지 말라... 2원칙은 1원칙을 잊어버리라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책의 끝부분에는 3페이지에 걸쳐서 한국 주식에 관한 내용도 나오는데, 한국의 우량기업들이 매우 싸다면서 버핏은 그것이 북한이라는 위험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후기에는 버핏의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는 양손녀 니콜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 부적절하게도 버핏식의 모범적인 삶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나왔다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버핏의 재산에 대한 노골적인 욕심을 드러내는 부분도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따지고 보면 니콜의 어머니이자 버핏의 아들 피터와 이혼한 메리가 이혼한 뒤에도 여전히 버핏이라는 성을 버리지 않고, 버핏의 명성에 기댄 채 버핏의 이름을 빌려 여러 권의 책을 쓰고 있는 모습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정식 이혼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긴 사정들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존중받는 며느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한때 버핏의 며느리였다는 이유만으로 버핏의 투자 철학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식의 주장도 그리 신빙성 있게 들리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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