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에는 총알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자동차가 텀블링에 가까운 묘기를 부리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속출한다.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처럼 무작정 만화적이지도 않고 원조였던 ‘매트릭스’와도 다른 발랄한 액션을 보여준다. 줄거리 또한 샐러리맨들의 판타지라고도 할 수 있는 간결한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흥을 돋운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 늘어지는 줄거리와 마지막의 어설픈 액션은 영화 자체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킬러로 훈련받는 장면들에서 말이 너무 많았고, 고민이 너무 지나쳤고 결과적으로 그 부분의 분량이 너무 길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원티드’ 또한 많은 영화들이 피해갈 수 없는 ‘예고편이 전부’라는 욕을 먹어도 싼 작품이다. 킬러가 빌딩 창을 부수고 뛰어내리는 장면과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는 주인공을 멋지게 태우는 스포츠카가 나오는 장면은 초반에 소모되어 버리듯이 지나가고, 절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기차 장면도 거의 예고편이 전부이다. 정작 영화의 하이라이트여야 할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는 김빠지는 반전 이후의 사족이 되어 버렸다. 쌍팔년도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의 질주와 대량난사 장면, 뚱보 칼잡이와의 어수선한 대결 장면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기 때문에 예고편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식상하고 보잘 것 없는 장면이기에 빠진 것 같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러시아에서 이미 유명한 액션 감독이다. 부디 ‘로미오 머스트 다이’-‘엑시트 운즈’-‘크래이들 투 그레이브’ 등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 순서대로 점점 질이 떨어지며 소모되었던 안제이 바르코비악 감독이나 ‘페이스 오프’라는 걸작 이후 이렇다 할 성공을 보여주지 못하고 홍콩으로 돌아갔던 오우삼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