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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옮긴이는 이 작품을 가리켜 ‘착한 범인, 착한 미스터리’라고 했지만 사실 범인이 착하다면 범인으로 합당하지 않은 것이고, 범죄소설이 착하다면 범죄소설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이다.
주인공 유키는 어린 시절 수술중 사망한 아버지의 집도의와 어머니가 가까운 사이로 밝혀지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래서 의대를 졸업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수술했던 의사 니시노조가 있는 데이도 대학병원에서 연수를 밟게 된다.
한편 이 병원에 돈을 요구하지 않는 협박편지가 배달되고 곧이어 경찰들의 추적이 시작된다.
‘사명과 영혼의 경계’는 이 두 갈래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긴박감 넘치게 흘러가야할 이야기는 너무도 느릿한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처럼 짤막한 문고본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차지하게 된다.
게다가 처음부터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계획하고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실행해 나가던 범인은 마지막에 너무나도 선한 마음씨를 드러내 보이며 스스로 후퇴하고 만다.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치밀한 능력의 수사진도 아니고, 천재적인 두뇌의 주인공도 아니다.
복잡하고 탄탄하게 진행되던 범죄도 결국 착한 마음씨 하나로 흐지부지 되고 만다.
취향에 따라서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싱겁게 느끼면서 크게 실망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