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아웃케이스 없음
다니엘 크레이그 외, 마크 포스터 / 20세기폭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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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전편의 상영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액션이 좀 감질나기는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짤막하게 끝내버리고, 무작정 액션을 퍼부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카지노 로얄'의 은은한 멜로라인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
본드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도 본드걸의 매력도 심지어는 악당의 카리스마조차 전편에 훨씬 못 미친다.

게다가 액션이 비교적 약했다는 전편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 쉴 새 없이 쏘고, 쫒고, 부수지만 다소 정신없고 어수선한 느낌뿐이다.
비록 '본 얼터메이텀'의 액션을 담당했던 댄 브래들리를 영입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그 자신도 욕심이 지나쳤는지 본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절제된 액션은 찾아볼 수 없다. 본드를 비롯한 주인공들은 시종일관 어지럽고 과장된 몸짓으로 공중곡예를 선보이고 육탄전을 벌이거나 이미 다른 액션영화들을 통해서 익숙해진 장면들을 반복할 뿐이다.
특히 제임스 본드가 옆 주택의 베란다로 뛰어내리는 장면은 '본 얼터메이텀'에서 강렬하게 한 번만 구경할 수 있었던 장면인데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의 본드는 날다람쥐처럼 수시로 날아다니니 오히려 그 스턴트가 무감각해질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무뚝뚝한 표정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007같지가 않다. 그저 육탄전을 담당하는 말단 현장요원의 분위기만 물씬 풍기는 007이 아직도 친숙해지지 않는다.

액션의 중간중간을 채우고 있는 줄거리들이 뚝뚝 끊어지는데다가 갑자기 새로운 장면들이 펼쳐지는 것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정신이 없을 뿐이다.
본드를 안내하던 볼리비아의 요원은 별다른 설명이나 과정도 없이 뜬금없이 본드와 한 침대에 있고, 보트에서 본드에게 구출된 ~~는 갑자기 파티장의 그린 앞에 나타난다. 계속 그렇게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다 보니까 적의 본거지인 사막 한가운데의 호텔에 와 있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과연 ‘퀀텀 오브 솔러스’가 ‘카지노 로얄’보다 재미있었는지 재미없었는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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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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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마이클 크라이튼처럼 SF의 최첨단을 달리지도 않고, 스티븐 킹처럼 숨이 막힐듯한 스릴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그에게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
인간과의 접촉을 시작한 개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지, 수많은 관문으로 이루어져 있는 저승 세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작품 '파피용'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쉼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과연 새로운 지구를 찾아서 멀고도 긴 여행을 떠난 14만 4천명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1천년이란 긴 세월의 여행의 끝에 그들은 어떤 종착역에 도착하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들이 책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그런 식의 중독성이 작품 자체의 기발함이나 의미심장함과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날이 갈수록 중구난방 거창해지기는 하지만 과학적 상상력은 조금씩 퇴색되는 것 같다.
초기 작품 '개미' 시리즈에서 느꼈던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파피용'의 우주여행 이야기는 너무 무난하다. 이전의 '뇌'에 비해서도 그렇고 전작 '나무'의 한 에피소드를 장편으로 늘여놓은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읽어보지 않고는 경험할 수 없는 베르베르의 글 솜씨는 충분히 흥미로우며 그 규모가 일반 독자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수십 km에 이르는 우주선과 1십4만의 여행객이라니 말이다.

그리고 파피용 안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살인 사건...
문득 '동방불패'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강호를 떠나겠다는 주인공 영호충에게 한 검객이 이런 말을 한다.
"어디든지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바로 그곳이 강호"라고.

또한 이 작품에도 개미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소설 속의 과거 밀폐 실험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종이 개미라는 사실과 14만의 공동체가 개미의 협력을 배워야 한다는 내용 말이다.

그런데 열린 책들 출판사가 번역에 무척이나 세심하게 신경 쓰는 곳인데 편집진이 바뀌었거나 초심을 잊었나 보다. 고양이를 '그녀'로 직역하는 등의 무신경함이 곳곳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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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인스
가터 스미스 감독, 제나 말론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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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의 과장된 찬사는 그저 그런 B급 공포영화를 '관객들이 미처 찾지 못한 숨겨진 걸작' 쯤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확실히 '루인스'에는 화끈한 고어 장면들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공식에 충실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고립된 곳에 찾아 들어간 한 떼의 젊은이들, 그들을 위협하는 원주민과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덩굴식물의 위협, 그들 사이의 갈등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루인스’는 가장 전형적이고 확실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공포를 선사한다.
마지막 엔딩까지 공포영화팬들의 예상에서 한 치도 빗나가지 않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안정적이고 확실한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에서도 B급답게 주인공들은 삽질을 계속한다.
왜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이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뿌리고 불 한 번 붙여보지 않는 것인지,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겁에 질린 여자에게 손을 심하게 다쳤으면서도 굳이 접근해서 꼭 더 크게 다치고 마는지 말이다.
그리고 화려한 CG로 덧칠된 요즘의 관객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너무나 빈약한 특수효과들이 눈을 슬프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인스'만의 공포와 스릴은 적당히 느낄 수 있었으며, 이 영화 덕분에 빼어난 원작 소설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스콧 스미스가 '심플 플랜' 이후 13년 만에 썼다는 '폐허'를 읽고 싶어졌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본 뒤의 가장 큰 수확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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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우즈 완전판 6
다카하시 히로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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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라는 개념도, '넥스트 레벨'이라는 개념도 찾아볼 수 없는 극강의 액션 만화 '크로우즈'는 6권에 이르러서 그 정체를 확실히 밝혔다.
'크로우즈'의 주인공 보우야는 처음 등장하는 1권에서부터 이미 사상최강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스즈란 고교 의문의 강자인 린다만과 무승부를 벌이더니 교내 최강의 폭력조직 반도일파를 간단히 작살내고, 모두가 두려움에 떠는 살인(!)집단 무장전선을 거의 혼자서 박살내버린다.

아무리 주변 학교에 강자들이 많다고 해도 이래서야 그 누가 보우야의 상대가 되겠는가.
이번 6권에 등장한 다키야 상고의 불독 오사무도 순식간에 보우야와 의형제를 맺더니 개그 콤비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개그 만화로 시작해서 폭력 만화로 대성공한 '드래곤 볼'과는 달리 폭력 만화로 시작해서 점차 개그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는 '크로우즈'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학원물이다.(추측컨대 이는 아마도 작가가 장기 연재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초반부터 너무 막강한 강자들을 쏟아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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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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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로 앤 오더 SVU'나 ‘CSI’같은 인기 수사물들의 무궁무진한 소재 선정에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부분이 실제 사건을 토대로 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더욱 놀랍다.
몇 명의 여성들만 사는 집에 침입한 범인이 그들을 묶고 차례로 강간 살해한 사건은 CSI에서도 충격적으로 봤던 에피소드였는데 실제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니 끔찍하기만 하다.

오랜 세월 자신의 일에 몰두하며 피로에 지친 수사관의 고뇌가 느껴졌던 존 더글라스의 책 ‘마인드 헌터’와는 달리 레슬러는 냉철한 이성과 함께 다소 거만한 듯 한 인상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지난 15년간 인질협상 훈련을 받은 미군의 90퍼센트가 자신의 손을 거쳤을 거라는 말이나 주요 강력범죄기관을 설립할 때 중심 역할을 했었다는 언급 등 자기자랑으로 들릴만한 말들이 수없이 많이 나온다.
심지어는 자신이 한 일이 범인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직접 그를 잡았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조차 상당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읽다보면 마법같은 프로파일링이 세심한 관찰과 치밀한 분석에 의한 과정으로 그 어떤 분야보다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적이 드문 곳에 버려진 시체를 통해서 범인이 피해자를 숲으로 끌고 들어갈 만큼의 힘도 없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거나, 범행의 특징이 불분명한 것으로 보아 첫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설명, 아침 6에 이뤄진 범행은 범인에게 가족이 없을 거라는 추론 등...
비싼 화분만을 남겨놓은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보험 사기범의 이야기에서조차 프로파일링은 충분히 제몫을 해낸다.

'마인드 헌터'로 유명한 존 더글라스도 이 책에 종종 등장한다.
멘슨 사건과 관련된 여성수감자를 면담할 때 젊고 적극적인 존 더글라스 요원과 동행했다거나, 이후에는 최근 들어 가까워진 콴티코 훈련원 더글라스를 데리고 갔다, 자신의 뒤를 이어서 더글라스가 콴티코에서 인질협상법을 가르치기도 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살인자와 한방에 단 둘이서만 갖혔던 일 이후 절대로 혼자서 면담하지 않는 방침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읽는 이의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공포스러웠다.(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로 앤 오더 SVU'에 나온다.)

이 책에는 저자가 현대의 매스미디어와 일반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충분하다.
살인자들이  범행현장에 돌아온다는 속설이 진리임을 확인하는 것도 그렇고, TV와 신문이 살인자에 관한 기사를 끊임없이 내보내면서 범행을 부추긴다는 것도 사실이라는 주장, 살인범들이 가난한 결손가정 출신이라는 생각의 어리석음 등을 이야기한다.

그밖에도 냉장고를 버릴 때는 아이들이 들어가 놀다가 갇혀서 질식하지 않도록 꼭 문을 떼어서 버려야 한다는 연방법의 사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맨슨 사건이 치밀하게 계획되고 배후 조종된 살인이 아니라, 정신이 몽롱한 가출 청소년들 내의 권력투쟁에 휘말린 사건이었다는 이야기는 읽을거리들이 충분하다.

인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사회에는 언제나 일정 비율의 비조직적 살인범이 존재할 것이라는 저자의 확신은 다소 마음 아픈 현실을 깨닫게 한다. 안 그래도 우리는 충분히 비정하고 비정상적인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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