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마이클 크라이튼처럼 SF의 최첨단을 달리지도 않고, 스티븐 킹처럼 숨이 막힐듯한 스릴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그에게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
인간과의 접촉을 시작한 개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지, 수많은 관문으로 이루어져 있는 저승 세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작품 '파피용'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쉼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과연 새로운 지구를 찾아서 멀고도 긴 여행을 떠난 14만 4천명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1천년이란 긴 세월의 여행의 끝에 그들은 어떤 종착역에 도착하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들이 책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그런 식의 중독성이 작품 자체의 기발함이나 의미심장함과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날이 갈수록 중구난방 거창해지기는 하지만 과학적 상상력은 조금씩 퇴색되는 것 같다.
초기 작품 '개미' 시리즈에서 느꼈던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파피용'의 우주여행 이야기는 너무 무난하다. 이전의 '뇌'에 비해서도 그렇고 전작 '나무'의 한 에피소드를 장편으로 늘여놓은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읽어보지 않고는 경험할 수 없는 베르베르의 글 솜씨는 충분히 흥미로우며 그 규모가 일반 독자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수십 km에 이르는 우주선과 1십4만의 여행객이라니 말이다.

그리고 파피용 안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살인 사건...
문득 '동방불패'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강호를 떠나겠다는 주인공 영호충에게 한 검객이 이런 말을 한다.
"어디든지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바로 그곳이 강호"라고.

또한 이 작품에도 개미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소설 속의 과거 밀폐 실험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종이 개미라는 사실과 14만의 공동체가 개미의 협력을 배워야 한다는 내용 말이다.

그런데 열린 책들 출판사가 번역에 무척이나 세심하게 신경 쓰는 곳인데 편집진이 바뀌었거나 초심을 잊었나 보다. 고양이를 '그녀'로 직역하는 등의 무신경함이 곳곳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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