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의 과장된 찬사는 그저 그런 B급 공포영화를 '관객들이 미처 찾지 못한 숨겨진 걸작' 쯤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확실히 '루인스'에는 화끈한 고어 장면들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공식에 충실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고립된 곳에 찾아 들어간 한 떼의 젊은이들, 그들을 위협하는 원주민과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덩굴식물의 위협, 그들 사이의 갈등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루인스’는 가장 전형적이고 확실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공포를 선사한다. 마지막 엔딩까지 공포영화팬들의 예상에서 한 치도 빗나가지 않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안정적이고 확실한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에서도 B급답게 주인공들은 삽질을 계속한다. 왜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이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뿌리고 불 한 번 붙여보지 않는 것인지,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겁에 질린 여자에게 손을 심하게 다쳤으면서도 굳이 접근해서 꼭 더 크게 다치고 마는지 말이다. 그리고 화려한 CG로 덧칠된 요즘의 관객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너무나 빈약한 특수효과들이 눈을 슬프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인스'만의 공포와 스릴은 적당히 느낄 수 있었으며, 이 영화 덕분에 빼어난 원작 소설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스콧 스미스가 '심플 플랜' 이후 13년 만에 썼다는 '폐허'를 읽고 싶어졌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본 뒤의 가장 큰 수확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