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기생생물에 대한 관찰노트
로버트 버크만 지음, 이은주 옮김 / 휘슬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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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순히 마이크로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책이다. 기생충과 박테리아에 대항하는 인간의 투쟁을 기발한 방식과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왜 강아지를 무릎에 올려놓기를 좋아하는가, 몸 속에 들어간 기생충은 왜 내장을 뚫고 나오는가... 그냥 “기생충이니까”라고 생각없이 치부해버릴 수 있는 의문을 치밀한 연구와 꼼꼼한 실험으로 밝혀낸다.

저자는 취재과정을 통해 인류를 발전시키는 사람들에는 우주와 컴퓨터, 불치병을 연구하는 사람들 말고도 기생충과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고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몸 기생생물에 대한 관찰노트’를 읽는 재미는 소름이 끼치도록 기괴한 기생충들의 확대사진, 혐오감에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역겨운 구더기를 이용한 치료 장면 등을 보는데 있다.
특히 모공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진드기들, 상처위의 구더기, 에이리언같은 진드기들의 사진이 압권이다.

하지만 저자의 독특한 유머감각도 책읽는 재미에 한몫 거든다.
행주는 세균을 옮기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오히려 행주질을 자주 하지 않는 독신남성의 집이 더 깨끗할 수도 있다는 식의 표현이나 인간의 몸에서 매일 옷에 떨어지는 박테리아의 양이 매일 땅콩 1/4조각에 해당한다면서 어느 비행기에서 주는 땅콩을 기준으로 했냐고 따지지 말아달라는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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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 수사집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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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매우 재미있는 단편집인 ‘포와로 수사집’은 많은 면에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포와로와 헤이스팅즈대위의 관계도 그렇고, 그들이 해결하게 되는 사건들의 다양함 등에 있어서도 말이다.
사립탐정의 방에는 한 권씩 비치되어 있어야 하는 인명사전이며,(유명인사가 의뢰를 부탁하러 오면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 꼭 한 번씩 훑어본다.) 미신의 저주와 인간의 음모가 얽혀있는 사건(‘이집트 무덤의 모험’), 저명인사의 행방불명 사건(‘납치된 수상’), 우리의 주인공이 패배하게 되는 사건까지 많은 소재들이 셜록 홈즈의 모험담과 비슷하다.

와트슨박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의 전모를 들을 수 없다면 의뢰를 거절하겠다는 홈즈의 태도 또한 포와로와 헤이스팅즈의 신뢰관계와 비슷하다.(포와로는 “헤이스팅즈의 능력은 부족하지만 입은 무겁다”는 식의 농담으로 돌려서 말하긴 하지만.)

정말 많은 점에서 한세대 전의 걸작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포와로 수사집’이 셜록 홈즈의 아류작이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홈즈의 날카로움은 없지만 수더분하면서도 재치있는 해결방식이 나름대로 커다란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다수 장편들보다도 더욱 재미있게 읽은 단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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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쎌 웨폰 (1disc) - 할인행사
리처드 도너 감독, 멜 깁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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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리즈 영화의 1편은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속편에서는 볼 수 없는 원조만의 재미가 있기 마련이다. ‘리쎌 웨폰’ 1편도 마찬가지다.
액션의 화려함이나 명콤비의 유머는 좀 떨어지지만 ‘리쎌 웨폰’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코믹하면서도 약간 느와르적인 분위기도 있고 말이다.

‘리쎌웨폰’ 시리즈는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데, 그만큼 간결한 진행과 깔끔한 액션, 살아있는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머터프의 가족은 ‘코스비 쇼’의 코스비 가족만큼이나 이상적이다. 오히려 코스비 가족만큼 지나치게 부유하거나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정감이 간다.

속편이 진행될수록 한 마리의 상처입은 늑대같던 릭스의 성격이 많이 누그러지는데, 1편에서는 말 그대로 ‘흉기(리쎌 웨폰)’같은 성격이 많이 나온다.
자살하려는 사람과 같이 뛰어내리질 않나,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며 머리에 총을 들이대보기도 한다.

TV 주말의 명화로 여러번 봤지만 역시 DVD만의 매력이 있다. 시원한 화면과 덤으로 멜 깁슨의 궁둥이까지 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의 격투씬은 아무리 생각해도 작위적이고 어색하다. 수많은 경찰들이 범인과 형사가 싸우는 걸 구경만 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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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샘 레이미 감독, 빌리 밥 손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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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레이미같은 재능있는 감독이 걸작을 만드는 데는 유명한 스타도, 엄청난 제작비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심플 플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생각과 의도는 제목에서처럼 정말 간단하다. 우연히 손에 넣은 행운을 사이좋게 나눠갖는 것. 하지만 인생이 어디 뜻한대로 쉽게 풀리던가.
꼬이고 꼬이던 사건은 결국 살인과 또 다른 살인을 부르고 결국에는 변한 것이 없는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주어진 것에 만족하던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우리의 인생이 사소한 일 하나로 얼마나 비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쉽게 얻은 행운이 어떻게 비극으로 바뀌는지를 잘 묘사했다. 이야기 전개가 너무 설득력 있어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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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턴발 4시 50분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심윤옥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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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쓰여지던 당시, 저자가 살아가던 시대와는 다른 이미 변해버린 21세기에 ‘패딩턴발 4시 50분’같은 고전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왠지 모를 낯설음을 느낀다.
도대체 왜 작품 속의 경찰은 용의자와 침 튀기는 공방전을 펼쳐야 하는가?
그 시간에 어디 있었는가? 정말 극장에 갔는가? 거기서 쇼핑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 같으면 용의자의 핸드폰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뽑아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최근의 작품들에서는 치밀한 두뇌로 생각하는 추리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인기수사극인 ‘CSI 과학수사대’를 봐도 추리보다는 증거조사와 과학적 분석에 의존한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수사과정을 보는 것도 무척이나 즐겁지만,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속고 속이고, 윽박지르고 구슬리고 협박하는 과정도 나름대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정교한 추리걸작을 읽는 재미와 함께 요즘의 작품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전적인 멋을 즐길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범인이 밝혀진 뒤 너무 성급하게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마지막 반전을 음미할 틈도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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