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쓰여지던 당시, 저자가 살아가던 시대와는 다른 이미 변해버린 21세기에 ‘패딩턴발 4시 50분’같은 고전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왠지 모를 낯설음을 느낀다.
도대체 왜 작품 속의 경찰은 용의자와 침 튀기는 공방전을 펼쳐야 하는가?
그 시간에 어디 있었는가? 정말 극장에 갔는가? 거기서 쇼핑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 같으면 용의자의 핸드폰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뽑아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최근의 작품들에서는 치밀한 두뇌로 생각하는 추리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인기수사극인 ‘CSI 과학수사대’를 봐도 추리보다는 증거조사와 과학적 분석에 의존한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수사과정을 보는 것도 무척이나 즐겁지만,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속고 속이고, 윽박지르고 구슬리고 협박하는 과정도 나름대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정교한 추리걸작을 읽는 재미와 함께 요즘의 작품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전적인 멋을 즐길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범인이 밝혀진 뒤 너무 성급하게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마지막 반전을 음미할 틈도 없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