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1DISC) - [할인행사]
안드레이 바르코비악 감독, 칼 어반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컴퓨터 게임의 영화화라... '하우스 오브 데드', '레지던트 이블', '툼 레이더' 등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작품은 다행히 그런 졸작들의 행렬에서 조금(아주 조금) 벗어나 있다.

하지만 '로미오 머스트 다이'와 '엑시트 운즈'라는 화끈한 액션 영화 안드레이 바르코비악 감독은 아무래도 장르를 잘못 선택한 것 같다. 이연걸이 나오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영화를 찍었던 감독에게 SF호러액션은 무리였던 것 같다.

주인공들은 시종일관 어두컴컴한 복도와 연구실을 헤매지만,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체나 무전기를 통해서 들리는 대원들의 거친 목소리에서 약간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진부하다 못해 케케묵은 줄거리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에이리언2'나 '스타 게이트' 수준의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은 원작의 특성상 그렇다 쳐도 캐릭터들과 주변상황들도 어쩌면 그렇게 뻔한지, 정예요원들은 뒷골목이 불량아 같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무기가 고장 날 정도로 정비 상태가 허술하고 위급한 순간에 총알이 안나갈 정도로 조작이 미숙하다.
고도로 훈련되었을 인간병기들은 괴물이 희생자를 몇 번이나 들어 매칠 때는 가만히 있다가 꼭 도망가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형편없는 사격실력을 발휘한다.

B급 영화에서 보이는 이런 식의 무신경하고 안일한 설정들은 언제나 관객들의 비웃음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이 작품의 문제는 공포액션영화의 본분에도 충실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게임화면을 그대로 재현한 마지막의 액션 장면은 비록 조잡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DVD는 영화의 아쉬웠던 점들을 만회하기 충분한데, 게임 '둠'의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서플과 인터뷰중에 튀어나오는 농담들이 꽤 웃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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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2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더 락이...괴물들에게.. 피플스 엘보(인민의 팔꿈치) 같은 기술 안날리나요.?
아님 락 바텀 이라던지...??

sayonara 2006-05-3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랬다면 SF호러영화가 아니라 코믹액션영화가 되었을... ^^
아니. '블레이드3'에서 혹시 그런 기술이 나오던가요...?! -ㅗ-;

Mephistopheles 2006-05-3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니버셜 솔져 두번쨰 이야기에 나온 골드버그는 레슬링에서 썼던 잭해머라는 자기기술을 영화에서도 써서..혹시나 해서요..^^

sayonara 2006-05-3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ㅎ~ 그러고보니 '블레이드3'에서도 트리플H가 레슬링 기술을 썼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_^
 
음란서생 디지팩 (2disc)
김태우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음란서생'은 사극의 탈을 쓰고 노골적으로 대중문화와 인터넷문화를 풍자하며 관객을 웃긴다.(댓글, 동영상 같은 표현들이 사극의 형식과 겉돌지 않고 웃음의 소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토록 재미있는 '음란서생'도 최근의 한국영화가 앓고 있는 중병을 피해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왜 우리나라의 영화들은 코미디면 코미디, 멜로면 멜로, 액션이면 액션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 작품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이야기를 섞어놓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시종일관 유쾌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한 문제를 논하지 않나, 가볍게 웃으며 진지함을 비웃던 주인공이 가슴 아픈 사랑에 목매기도 한다.
(특히 왕이 내뱉던 애절한 대사들은 왜 그리도 감정이입이 안 되던지.)

그렇게 중후반부에 길게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좀 지루하기도 했고, 후반부는 보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했다. 혹시 '스캔들'이나 '왕의 남자'처럼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해피하게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재치 넘치는 대사와 애교스러운 유머를 잊지 않는 ‘음란서생’은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다.

특히 한석규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스캔들'의 배용준은 너무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사극에는 어색하다고 생각했던 반면에 한석규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나직이 내뱉는 대사들이 사극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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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그리고 두려움 2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밤 그리고 두려움'은 인기 있었던 단편들을 대충 잡다하게 모아놓은 걸작선들보다 훨씬 세심하다.
엄선된 작품 선정, 간결한 문장의 작품 소개와 독자들이 미처 알 수 없었던 배경 설명, 한편의 논문같은 편집자의 서문까지... 이미 한편의 훌륭한 작품이다.

상세한 원서의 서문을 뒤로 배치하고 간략한 소개글을 앞에 배치한 출판사의 배려도 편집자만큼이나 섬세하다.

코넬 울리치의 단편들은 엘러리 퀸처럼 정교하지도 않고, 코넌 도일처럼 기발하지도 않다.
줄거리는 산만하거나 두서없고, 간혹 어이없을만큼 유치한 문장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추리단편이나 스릴러보다 긴박감 넘치며 박진감이 있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펼쳐놓을 수 없을만큼 짤막한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2권에서는 특히 평범한 민간인이 주인공이 되어 살인범을 쫓는 이야기가 많다.

‘색다른 사건’에서는 밴드 구성원들이 차례로 살해당하고, 여주인공과 형사가 해결에 나선다.
이번 단편집에서는 보기 드물게 전통적인 범인 찾기 이야기인 셈이다.

‘죽음을 부르는 무대’에서는 기이한 범죄수법과 위험한 수사 방식이 등장한다.

끈질기고 교묘한 추격전이 전개되는 ‘하나를 위한 세 건’은 매우 독특하고 흡입력 있는 작품이다. 초반부의 차분한 묘사와 팽팽한 긴장감, 집요한 추적자, 엉뚱한 우연 등 다양한 재미가 있다.

편집자가 ‘울리치의 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냉혹한 최후의 작품’이라고 한 ‘뉴욕 블루스’는 도시의 밤, 다가오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반전은 예상가능하고 줄거리는 앙상하지만, 역시 코넬 울리치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묘사와 전개방식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1권만큼은 못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쏙 드는 단편집이다. 심지어는 캄캄한 카페트 위에 팝콘 부스러기 떨어져 있는 것 같은 표지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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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sayonara 2006-05-2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 없을만큼 매혹적입니다. 다른 단편들도 읽고 싶은데, 기회가 될런지... -_-;;;

물만두 2006-05-2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줘야 읽죠 ㅠ.ㅠ

sayonara 2006-05-2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 그 말입니다. ㅜㅜ
 
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호숫가에 모인 몇몇 가족들... 우발적인 살인이 벌어지고, 그들은 그 일을 무마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드러나고 아직 가담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신경전도 벌어진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거북함과 우스꽝스러움에 실망했다.
일단 얼토당토않은 설정 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사람들과 그들의 또 다른 비밀이 얽혀드는 이야기는 마치 시끌벅적한 코믹 스릴러를 보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상식이 있고 교양을 갖춘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그런 식의 어설픈 은폐공작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최첨단 과학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21세기에 살인사건을 무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결말부분에 가서 모든 비밀과 진실이 밝혀진다.
결국 그들은 허술한 은폐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으며, 뻔히 밝혀질 것만 같은 진실이라도 감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시종일관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사건 전개는 간결하고, 이야기의 속도도 또한 빠른 편이다.
'호숫가 살인사건'은 전혀 설득력 없는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참으로 희한한 작품이다.

그리고 담당 에디터는 코멘트를 통해서 '이 작품의 결말에는 기존의 추리소설을 뛰어넘는 벅찬 감동이 있어, 나로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라고 썼다. 뭐, 각자가 느끼는 감흥은 다른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코멘트를 읽고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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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올인하는 의미의 작품입니다^^

sayonara 2006-05-2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동안 '변신'도 읽었습니다.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에서는 평작 같드만요.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 쵝오의 걸작은 무엇인지...?! -ㅗ-

물만두 2006-05-2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야행입니다 라고 저는 늘 말하지요^^

sayonara 2006-05-2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ㅅ!
 
소환장 - 개정판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소환장’은 존 그리셤의 수많은 베스트셀러 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간결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장황하고 산만한 배경묘사, 조금씩 늘어지는 문체 등을 볼 때 존 그리셤이 문학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 같다.(역시 예상대로 이 작품 이후에 ‘하얀집’이라는 순수문학적인 작품을 써내고야 말았다.)

운전하는 주인공이 스쳐지나가게 되는 풍경의 묘사가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해졌다. 주인공의 고향 저택에 얽힌 설명을 하는데에는 서너 페이지나 할애했다.
기존의 작품들처럼 템포 빠르게 읽히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소환장’이 ‘타임 투 킬’이나 ‘가스실’처럼 스릴보다 드라마에 중점을 둔 작품은 아니다.

평생을 청렴하고 올바르게 살아왔던 대쪽판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겨놓은 3백만불을 손에 넣은 뒤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묘사와 그 현금의 출처를 추적해가는 긴박한 과정, 마지막에 밝혀지는 돈의 정체는 눈치 빠른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다. 부정한 변호사가 감사의 표시로 억지로 떠넘긴 현금이었는데, 판사는 오늘내일하다가 결국 돌려주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반전은 그 다음에 이어진다. 멍청한 약물중독자 동생의 등장과 이후에 펼쳐지는 주인공의 고생담 등은 마치 ‘파트너’에서처럼 기가 찰 정도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배신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 하는(?) 애매하면서도 여운을 남겨놓는 끝맺음도 인상적이다.

‘소환장’이 비록 존 그리셤의 최고 인기작들인 ‘의뢰인’, ‘펠리컨 브리프’, ‘레인 메이커’ 등에는 못미치지만 나름대로 재미와 멋을 갖춘 괜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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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