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생 디지팩 (2disc)
김태우 감독, 한석규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음란서생'은 사극의 탈을 쓰고 노골적으로 대중문화와 인터넷문화를 풍자하며 관객을 웃긴다.(댓글, 동영상 같은 표현들이 사극의 형식과 겉돌지 않고 웃음의 소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토록 재미있는 '음란서생'도 최근의 한국영화가 앓고 있는 중병을 피해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왜 우리나라의 영화들은 코미디면 코미디, 멜로면 멜로, 액션이면 액션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 작품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이야기를 섞어놓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시종일관 유쾌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한 문제를 논하지 않나, 가볍게 웃으며 진지함을 비웃던 주인공이 가슴 아픈 사랑에 목매기도 한다.
(특히 왕이 내뱉던 애절한 대사들은 왜 그리도 감정이입이 안 되던지.)

그렇게 중후반부에 길게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좀 지루하기도 했고, 후반부는 보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했다. 혹시 '스캔들'이나 '왕의 남자'처럼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해피하게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재치 넘치는 대사와 애교스러운 유머를 잊지 않는 ‘음란서생’은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다.

특히 한석규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스캔들'의 배용준은 너무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사극에는 어색하다고 생각했던 반면에 한석규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나직이 내뱉는 대사들이 사극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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