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잃어버린 세계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확실히 코넌 도일만큼 유쾌한 성격의 작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사진을 보면, 이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명망 있는 노작가가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진을 찍다니, 이 무슨 귀여운 짓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당시 코넌 도일이 저명인사들에게 '들통 났다. 튀어라.'라는 전보를 쫙 보내서 그날 런던역을 부산하게 만들었다는 유명했던 일화도 생각난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이 가득한 SF소설 '읽어버린 세계'에서도 그런 식의 유쾌함이 가득하다.
낭만적인 아가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옹다옹하는 첫 장면부터, 그녀를 위해 모험에 나선다는 철없는 동기, 학식 높은 과학자들의 옹졸한 자존심 싸움, 시트콤의 상황 같은 챌린저 교수와 유인원 왕과의 관계...
바이메탈 주의, 바이스만 주의 같은 구시대의 과학이론들을 읽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최신하이테크이론으로 무장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잃어버린 세계'도 100년 뒤에는 이 작품만큼이나 촌스러울까?)
어쨌든 코넌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는 비행 기술과 인공위성 탐색기술이 절정에 달한 현대에는 경험할 수 없는 소박한 모험의 세계를 탐험한다. 말론은 겨우 남미의 정글을 맴돌면서 자신들이 달에 있는 것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강조한다.
9일 동안 고작 193km를 이동한다는 것 또한 요즘 같은 초스피드 시대에는 경험하기 힘든 여유로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황한 과학적 설명과 잡다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잃어버린 세계'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친다.
확실히 이런 구시대의 유물 같은 이야기 속에도 낭만과 신비가 가득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