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올해의 추리소설 실종
김성종 외 지음 / 신원문화사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98년도에 가장 뛰어났던 단편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고 꽤 짜임새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김성종의 '실종'은 작가의 명성에 비해 좀 밋밋하지만 마지막의 반전이 기억에 남는다. 대도시의 범죄에 대한 감흥과 말단 형사(소시민)들의 애환이 양념처럼 등장한다.

'두 사람이 가는 지옥'에는 코난, 김전일류의 트릭이 등장하는데, 간단하지만 재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핏줄'은 재미있지만 과연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절대적인 사실, 진리를 기준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추리가 진행되는데 갑자기 그 절대적인 사실의 예외가 발생한다. 한 편의 허무개그같다.

이 밖에도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작품들이 몇 편 있다.
'달밤 이야기', '몰래 카메라'가 그렇다. '블랙 레이디'는 애드가 알렌 포의 괴기소설을 떠올리게 하는데 꽤 재미있었다. 그리고 '표적'은 한편의 사이코 스릴러다.

'신디 크로포드에 대한 전망'은 뒷표지에 나와있는 단 두 줄의 소개글이 이 작품의 완벽한 스포일러다. 출판사의 부주의함이 매우 실망스럽다.

'유리벽 속의 아내'는 역시 마지막의 반전이 놀랍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생각날 정도로 오싹했다.
'방문객' 또한 구성이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반전이 인상적이었다.

'애첩'과 '진정한 복수'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이다.
'애첩'은 짤막한 이야기 내내 반전과 재반전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중편이나 장편으로 다시 써도 될 것 같다.
'진정한 복수'는 완전범죄를 계획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상투적인 시작을 했지만, 나중에는 범인과 피해자의 구분이 애매해지고 역시 반전이 뛰어나다.

98년도판은 올해의 추리소설 모음 중 가장 뛰어난 편에 속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재와 작품성격이 너무 편협한 점이 아쉽다.
살인, 범죄ㅡ, 납치...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탐욕, 배신과 복수, 섹스와 치정...(그래서인지 제목들도 하나같이 섬뜩하다.) 꼭 이런 것들만 추리소설의 소재가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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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3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죠 ㅠ.ㅠ

sayonara 2005-05-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 '올해의 추리소설' 시리즈 중에서는 (진정으로) 98년도가 최대의 수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물만두님께서는 어느 해의 작품집을 추천하실런지...?! ^_^

물만두 2005-05-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류성희를 좋아해서 그 작가 나온 건 그냥 좋아요. 하지만 모두 그저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