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마일은 너무 멀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96
해리 케멜먼 지음, 이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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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의 작가인 해리 케멜먼은 머리말에서 스스로를 가리켜 ‘범죄학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그러한 지식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문학의 주된 목적이 독자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칫하면 잊기 쉽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끝맺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의 머리글이 다른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솔직하고 겸손해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해리 케멜먼의 8가지 단편들은 저자의 겸손함이 오히려 거만함으로 느껴질 정도로 놀랍고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살인이라는 소재도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데다가 현란한 트릭을 펼치기에는 분량도 짤막하지만, 보석같은 단편들에서 순수한 추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의 얄팍한 개인기에 의존하지도 않고, 몇몇 고전단편들처럼 너무 뻔하지도 않다.
주인공 탐정은 다 알고 있었다는 식의 겉멋이 지나치지도 않다. 이런 일에는 으레 이렇게 생각하기 나름이지 하는 식의 상투적인 태도도 없다.

단지 범인의 조그만 실수도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의 주인공 닉 웰트와 어수선하고 복잡한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끝낼 줄 아는 작가의 재능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사소한 문제는 동서추리문고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산만한 번역체다. 작품을 읽는 내내 “그런 여자애가 자신을 방위할 수 있을까요?” 하는 식의 어색한 번역문이 자꾸 거치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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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3-0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많이 번역해주는 건 좋은데..정말 번역은 맘에 안 들죠..
좀더 잘 하면 좋겠는데. 가끔은 내용이 눈에 안 들어오기도 하구..쩝.

sayonara 2005-03-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십수년만에 재출간이면서 어째 기본적인(!) 교정 한 번 안봐줬는지 원망스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