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동서 미스터리 북스 41
존 르 카레 지음, 임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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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구성이나 줄거리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영화 ‘이중간첩’과 비슷한 첩보스릴러다.

이 작품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구는 ‘안티-제임스 본드’라는 표현이다. 멋과 낭만이 넘치는 스파이의 세계가 아니라 우중충하고 구질구질하기도 한 진짜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인 출신인 존 르 까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이야기는 그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권력과 조직의 일개 부속품에 불과한 남자의 비애와 슬픔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멋진 BMW를 몰지도 않고 미녀와 근사한 섹스를 하지도 않는다.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추격전도 없고 상관의 명령을 가볍게 맞받아치는 속사포같은 말솜씨도 보이지 않는다. 독일의 한 거물을 제거하기 위한 임무를 띠고 이중간첩의 신분으로 잠입한 뒤에 지리하게 자신의 맡은 일을 수행해나간다. 차근차근 수행해나가던 주인공의 임무가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히 망쳐지게 된다. 그리고 계속된 정부와 첩보기관의 음모가 펼쳐진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싸구려 스릴러에서나 기대하던 충격을 선사한다. 통쾌하고 놀랍다기 보다는 서글프고 가슴아픈 반전이다.

이 작품은 지금 21세기에 읽는다면 케케묵은 냉전시대의 비극이지만, 수준높은 고전들이 늘 그렇듯이 여전히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념이란 무엇이고 그 속의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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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3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냉전 종식 전에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더 비장미가 가슴에 와닿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아주 슬픈 작품이었답니다...

40일백 2004-12-3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전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휴전상태일 뿐입니다

한쪽의 힘이 일방적으로 드세면 다른 한쪽은 힘을 비축할 때까지 휴전을 할 뿐입니다

종식이나 종전 또는 승전이라는 말은 한순간의 미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냉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니 21세기에도 여전히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 봅니다



해피 뉴 이어! ^.^

sayonara 2005-01-0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지금 읽기에는 확실히 '우뢰매'만큼이나 생뚱맞죠.

하지만 아직 냉전은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란 걸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