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만화의 섬세함과 정교함이 사라진 애니메이션

섬세한 선과 정교한 그림으로 사나이의 근육과 표정을 그려낸 ‘북두의 권’은 ‘무한의 주인’의 그림체만큼이나 아름답고 화려하다.
확실히 ‘북두의 권’은 만화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만 그 매력을 100% 발휘할 수 있었나 보다. 지금까지 나온 TV판, 극장판의 애니메이션이 전부 시원찮은 평가를 받았고, 최근 나온 3부작 OVA 역시 너무나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신 북두의 권’은 원작자의 소설 ‘저주받은 거리’를 기본줄거리로 했다. 우연히 악당들의 도시와 마주친 켄시로가 그들을 물리친다는 내용, 마치 ‘북두의 권’의 외전같기도 하고 서부영화 ‘셰인’같기도 하다.
이야기는 그럴듯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공허하고 허술한 그림체다.
21세기의 감각에 맞도록 CG까지 사용했지만 오히려 하드고어한 액션과는 겉돌기만 하는데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치였던 이현세의 ‘아마게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전체적인 색상이 원색적이고 어색하다.
한폭의 동양화처럼 묵직하고 절도있게 권법을 표현했던 만화와는 달리, 애니에서 보는 켄시로의 괴조음과 손놀림은 경박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