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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 인피니티 특별할인
왕가위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인피니티(Infinity)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모두들 이 작품을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부른다.
헐리우드의 ‘오션스 일레븐’에 비길 정도로 초호화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일반관객들이 이해할 수 없는 느릿한 이야기 전개와 찾아볼 수 없는 총격액션 때문에 철저하게 외면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상업적 예술영화’를 만들려고 한 왕가위 감독의 의도는 정말이지, 의미심장했다고 생각한다.
‘아비정전’에는 화려한 총격전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우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싱거울 정도로 허전한 줄거리에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만나고 헤어진다. 감독은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과 사랑, 서로 엇갈리는 운명을 표현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바람둥이 아비(장국영)가 보여주는 쓸쓸한 표정, 스쳐지나간 사랑을 잊지못해 외로워하는 수리진(장만옥)의 모습, 경찰에서 선원이 된 유덕화의 담담한 연기, 짝사랑에 가슴아파하는 장학우의 안타까움...
그리고 마지막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양조위의 멋진 연기. 속편에서 장국영의 형으로 등장할 예정이었던 양조위가 잠깐 보여주는 연기는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머리를 만지고 지갑을 챙기면서 외출준비를 하는 장면은 솔직히 연기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간촐하지만 말이다.
이밖에도 장국영이 쓸쓸하게 혼자 탱고를 추는 장면, 어머니를 찾아갔다 박대당하고 당당하게 걸어나오는 장면, 장만옥과 유덕화가 나란히 걷는 장면 등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너무나 많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