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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2 : 망자의 함 (2disc)
고어 버빈스키 감독, 키이라 나이틀리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전편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캡틴 잭 스페로우의 매력은 이번 속편에서도 여전하다.
언제나 휘청거리는 듯 건들거리는 몸가짐, 진지한 듯 싶다가도 역시나 갑자기 비굴모드로 돌입하는 태도, 촌철살인의 코믹 대사들은 또 한 번 해적 영화사상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수많은 팬들이 이 작품에 열광했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개인적으로는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1편과 3편 사이에 끼어있는 줄거리는 느릿느릿하기만 하고, 해적 영화라면 응당 나와야 할 뻔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목숨을 담보로 벌이는 주사위 게임은 지루하기만 하고, 선술집에서의 난장판은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럽지만 그리 신나지 않다. 주인공들이 찾아 헤매는 망자의 함 이야기에 집중하지도 않은 채 3편의 예고편으로만 채우면서 러닝타임 143분을 끌고 간다.
아기자기한 칼싸움과 비교해서 화면을 압도해야 할 문어 괴물과의 사투는 더욱 실망스럽다.
최근 ‘킹콩’이나 ‘엑스맨3’같은 경이로운 스펙터클에 익숙해진 관객 눈에는 마치 싸구려 SF영화에 나오는 괴물처럼 배경과 겉돌기만 하고 부자연스럽다.
또한 길고 긴 러닝타임을 보내면서 이제 막 클라이맥스로 접어들어야 할 시간에 갑자기 캡틴 바르보사가 등장하면서 끝이 나버린다.
아마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본받아 이런 스타일의 3부작을 펼쳐 보이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에서는 미나스티리스 공성전이라는 스펙터클한 클라이맥스가 있었기에 엔딩이 허전하지 않았다.
해적 영화라면 차라리 20년도 더 지난 성룡 영화 ‘프로젝트 A’가 훨씬 더 유쾌하고 재미있다.
‘블랙펄의 저주’는 기대하지 않고 봤기에 무척 재미있었지만, ‘망자의 함’은 기대하고 봤기에 실망이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