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시 반에 멈춘 시계 - 양장 - 문원 아이 시리즈 13
강정규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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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른들을 위한 동화 [다섯시 반에 멈춘 시계] 강정규, 문원, 2002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있는 감동적인 줄거리를 가진 동화다. 언제나 무뚝뚝한 아버지. 손자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내는 할머니. 항상 옆에서 살들이 챙겨주시는 어머니.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집안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이 꼭 함께 읽어야 할 동화다.


중학교 다니는 인규는 동네 친구 경호에게 손목시계를 빌린다. 가지고 싶었던 시계. 그러나 시골 버스정류장 변소에 빠뜨린다. 손목시계는 점점 더 깊이 똥통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드디어 아버지는 변소에서 손목시계를 찾기 시작한다.


요즘 아이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요즘 시골집들도 모두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어 있으니,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 아이들에게는 단지 냄새는 똥이지만, 그 시절 똥은 농사를 짓기 위해서 꼭 필요한 소중한 것이었다. 이젠 아득하게 멀어져 버린 그 때의 추억들을 이 책 속에서 다시 떠올린다. 꾸불꾸불한 고향길. 시골 정류소의 냄새 나는 변소. 묵묵히 지켜보는 아버지.


단지 작은 실수로 잃어버린 시계 때문에 할머니와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쌀을 팔아서 경호에게 새 시계를 사 주었다. 하지만 동네에는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인규가 시계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팔아먹었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아들의 명예를 위해 아버지는 30리 길을 똥지게를 매고 간다.


누구나 이렇게 억울한 누명을 써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질적인 것은 해결할 수 있지만, 조직이나 집단 속에서 억울하게 소외된다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 일을 아버지가 해결한다. 현덕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처럼 고향 집에 계시는 아버지가 보고 싶어지는 동화다.


끝 201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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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고 싶은 작가 01 한국 어린이 문학
강정규 지음, 윤문영 그림 / 계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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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돌] 강정규, 계수나무, 2007


이 동화를 읽으면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1974년 발표한 강정규 선생의 처녀작이다. 야학 선생으로 아이들이 가르치며 읽었던 [소나기], 그는 그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정말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 심연에 숨어 있는 갈망이 글을 쓰게 만들고 작가는 탄생한다.


아직 내 가슴 속에 깊이 다가온 책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자질이 없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동화의 제목 같은 돌에 관한 진한 추억은 가지고 있다.


주인공처럼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아이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 동화와 완전히 반대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거기다가 아버지는 큰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이셨다. 당시 우리 집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한밤중에 이사해야하는 처지였다. 나는 이사하는 것보다 2층 내 방 창문에 두고 온 장난감 비행기 때문에 가슴이 더 아팠다. 아버지가 외국출장을 다녀오면서 사주신 대한항공 모형비행기. 비행기를 잃어버리고, 초등학교 생활은 내도록 우울했다. 항상 아이들과 싸움을 하고, 항상 지각을 했다.

어느 미술시간 우리 반에서는 돌에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 그림을 그려서 자기 마니또(수호천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친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 애가 나에게 돌을 주었다. 감색 바탕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있는 삼각형 모양의 돌을. 왜 나에게 주었을까?


아마 고향 집 어딘가에 그 돌이 아직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그 시절 그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끝. 201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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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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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느낌의 공동체] 신형철, 문학동네, 2011


제도와 인간과 예술의 동시다발적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 정치학과 윤리학과 미학은 한 몸짓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간단하지만 명확한 설명이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저자는 김훈의 [풍경의 상처]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산문 중에서 그것을 이룩했다고 한다. 그는 그런 글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평론가의 본질은 창작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인과 소설가들의 작품을 날카로운 단어로 사정없이 자르고, 냄새를 맡고, 씹어보는 사람이다. 창조하는 것은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절대 분해하는 사람이 알 수 없는 꿈이다. 우리나라의 초창기 산업들이 그러했다. 외국에서 좋은 자동차나 기계 같은 것을 가져와 끊임없이 분해하고 모방했다. 그래서 지금도 일등은 없고, 이등만이 있는 것이 아닐까? 모방을 통해서 창작이 나온다. 많은 소설가는 도스토옙스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거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그 또한 다른 어떤 위대한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분해해서 읽지 않는다. 한 단어 한 단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살아 있는 유기체의 몸짓으로 읽는다. 롤랑 바르트가 이야기했듯이 작가는 [필사자] 일 뿐이다.


이 책의 많은 대부분은 시에 대한 이야기다. 짧은 시보다 더 많은 단어를 써 가며 칭송하지만, 아쉽다. 시를 잘라먹는다는 것이. 살아 있는 유기체를 큰머리만, 비약한 다리만 두고, 평가한다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그것이 장편 소설도 아니고, 빈칸 없이 쓰면 원고지 한 장에 들어갈 뿐인데. 원래 이 글은 글자수의 제약을 받는 지면에 쓰였다. 하지만 책에서는 시의 전문을 살려서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


우리는 항상 오늘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과거의 잣대에 매여 과거를 살아간다.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2006년에서 2009년에 걸쳐 써진 짧은 산문은 오랜 옛날 고문서를 보는 것 같다.

끝. 201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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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감각
문창규 지음 / 감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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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여섯 번째 감각] 문창규, 감서, 2011

이 책은 전작 [기운의 소통]에 대한 보충서라고 볼 수 있다. 기운의 원리와 현상을 전기통신이론을 빌려 와 설명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신경과학, 정신분석학, 심리학, 전자전파 부분과 전래해 내려오는 정신 수렵법과 관련이 있다.

문제는 저자가 자신이 가진 기운에 대한 가설을 설명하기 위해서 BTC, BTF, BF, BTN 이라는 전기통신 용어를 변형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눈에 거슬린다. 과학적 증명이라는 것이 용어를 영어로 쓴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생소한 가설을 이해해야 하는 독자로서 약자가 난무하는 한 장 한 장이 어렵다.

책의 중간 부분에 추운 지방과 더운 지방에 관한 실례가 있다. 추운 지방의 경우, BTC (이 책에서의 정의는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자체에서 발생하는 주파수로 원격 통신하여 교류하는 것이다)가 발달하게 되면, 왕권보다 시민의 영향력이 커지고, 가족과 사회에서 BTC를 주로 관리하는 여성이 존중을 받는다고 한다. 그 예로서 복지정책과 여권(女權)이 발달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대로 더운 지방은 중앙 집권적이고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도 높지 않다고 한다. 이 부분은 명백한 오류로 보인다.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나이지리아의 경우, 아직 모계 사회의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뒤섞여 있고, 종족마다 분리 독립을 하려 한다. 아직도 심심치 않게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이슬람교도이든 기독교도이든 여성이 이혼하고 다른 남성과 결혼하는 문제에 관해서 관대하며, 가정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이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이지리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모계 사회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 많다.

BTC 활동은 문자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한글은 발음을 표기하기가 쉽고, 특정 단어가 오가는데 명확하고 간결하여 한국의 고도성장이나 북한의 폐쇄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의 과학과 철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독일어 알파벳이 발성과 대비해서 명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글을 비하하는 어떤 논의보다 독일을 살며 보면, 독일어는 게르만어 계통이다. 북유럽 대부분 언어가 여기에 포함되며, 독일은 세계 1차 대전을 일으키기 전까지 통일국가를 형성하지 못했다. 괴테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다. 독일어가 프랑스어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발음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북독일어, 남독일어, 오스트리아 독일어, 스위스 독일어 등으로 통합이 되지 않고 있다. 즉 다양한 독일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독일어 문자 자체도 1996년 독일어 정서법 개정 당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독일어나 그 문자 자체보다는 유럽의 뒤덮고 있던 가톨릭에 반기를 든 루터나 칼뱅의 종교개혁이 현대 독일 발전의 원동력으로 볼 수도 있다.

가설은 가설일 뿐이다. 저자가 책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많은 전문가의 연구가 필요하다.

끝 2011.09.25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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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고요를 만나다 - 차(茶) 명상과 치유
정광주 지음, 임재율 사진 / 학지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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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내 안에 고요를 만나다] 정광주, 학지사, 2011


일상 속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것이 명상이다.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저자의 말이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과거에 형성된 틀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틀은 더욱 확고하고 강해집니다. 또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사고 패턴은 특정한 질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23-24쪽


저자는 차명상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명상에는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이 있다. 통찰명상은 심리학에서 [마음챙김]이다. 미국의 카밧진 교수에 의하면, 마음챙김은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 의도적으로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순간순간 체험한 것을 느끼며, 체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저자는 차를 준비하고 마시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명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는 차를 마시는 법이나 차의 종류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두커피를 자신이 직접 그라인더에 갈아서, 물을 끓이고, 거름종이에 걸러서 먹는 일련의 행위도 차명상과 비슷하다. 어느 것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지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일종의 명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독서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차(茶)에도 많은 종류가 있듯이 책도 다양하다. 내가 이야기하는 책은 고전(古典)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살아남아 지금도 읽히는 책을 읽어보라. 오래되어서 고전이 아니다. 고전(苦典)은 어려운 책이다. 요즘 읽고 있는 도스또에프스키의 책들이 그중 하나이다. 왜 살아남았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위해서 읽다가 보면, 긴 문장 속에서 자연히 호흡은 길은 지고, 나 자신은 사라지고 온전히 책 속에 빠져 들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영혼의 샤워는 독서로 할 수도 있다. 저자가 차(茶)속에서 명상을 발견했듯이, 이 책을 통해서 자신만의 명상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소제와 내용, 거기에 어울리는 사진들. 다음 판이 인쇄될 때는 ‘오롯’처럼 자주 사용되어 거슬리는 단어만 정리된다면, 이 책도 오롯하게 고전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끝 2011.09.24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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