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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산문 [느낌의 공동체] 신형철, 문학동네, 2011
제도와 인간과 예술의 동시다발적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 정치학과 윤리학과 미학은 한 몸짓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간단하지만 명확한 설명이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저자는 김훈의 [풍경의 상처]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산문 중에서 그것을 이룩했다고 한다. 그는 그런 글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평론가의 본질은 창작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인과 소설가들의 작품을 날카로운 단어로 사정없이 자르고, 냄새를 맡고, 씹어보는 사람이다. 창조하는 것은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절대 분해하는 사람이 알 수 없는 꿈이다. 우리나라의 초창기 산업들이 그러했다. 외국에서 좋은 자동차나 기계 같은 것을 가져와 끊임없이 분해하고 모방했다. 그래서 지금도 일등은 없고, 이등만이 있는 것이 아닐까? 모방을 통해서 창작이 나온다. 많은 소설가는 도스토옙스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거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그 또한 다른 어떤 위대한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분해해서 읽지 않는다. 한 단어 한 단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살아 있는 유기체의 몸짓으로 읽는다. 롤랑 바르트가 이야기했듯이 작가는 [필사자] 일 뿐이다.
이 책의 많은 대부분은 시에 대한 이야기다. 짧은 시보다 더 많은 단어를 써 가며 칭송하지만, 아쉽다. 시를 잘라먹는다는 것이. 살아 있는 유기체를 큰머리만, 비약한 다리만 두고, 평가한다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그것이 장편 소설도 아니고, 빈칸 없이 쓰면 원고지 한 장에 들어갈 뿐인데. 원래 이 글은 글자수의 제약을 받는 지면에 쓰였다. 하지만 책에서는 시의 전문을 살려서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
우리는 항상 오늘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과거의 잣대에 매여 과거를 살아간다.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2006년에서 2009년에 걸쳐 써진 짧은 산문은 오랜 옛날 고문서를 보는 것 같다.
끝. 201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