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 그 창조적인 역사
피터 투이 지음, 이은경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인문교양 [권태] 피터 투이, 마다스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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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권태를 우리가 그동안 꾸려왔던 삶의 방식을 바꿔보라는 신호이며, 더 나쁜 길로 들어가기 전에 현상을 해결하거나, 새로움을 모색해보라는 신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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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를 사소한 감정 또는 사람들이 이따금 내뱉는 불평거리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권태는 우리는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간이 느끼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러므로 권태를 무시하거나 그냥 얕보고 넘겨서는 안 된다. 권태는 그만큼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중략) 권태는 실업이나 주택문제처럼 간단하고 단순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늘 느껴온 살아 있는 정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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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권태를 느꼈다. 사실 이 책뿐만 아니라 독서를 할 때마다 권태를 느낀다. 내가 잘 알고 있거나 궁금했던 부분은 집중해서 읽지만, 흥미가 없거나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여지없이 권태를 느낀다. 그럴 때면, 소리 내서 읽어보기도 하고, 필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딴짓을 한다. 독서를 할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물이나 경험에서 나는 권태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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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권태를 정의하면서 두 종류를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권태는 새로울 것이 없어 뻔하고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의 결과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따분한 연설이나 예배 등에서 느끼는 것으로, 앞 상황을 예측할 수 있으나 빠져 나오기가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나빠지면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이 느껴진다. 둘째, 권태는 어떤 상황이 계속해서 되풀이되어. 사람이 그것에 질려버릴 때를 말한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이 물리도록 싫증이 나버리면, 불쾌감 또는 혐오감마저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구토나 욕지기 같은 말이 권태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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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다. 잘 짜인 서술구조와 인용했거나 참조한 부분을 명확하게 밝혀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은 굳이 현대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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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처음에는 정신없이 이 책을 읽었지만, 좀 시간이 지나면서 첫째 권태가 찾아왔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읽어보려고 했지만, 바로 다음 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가 책을 순서대로 읽게 하였다. 남은 쪽수를 생각하며 계속 읽어보려고 했지만, 첫 번째 도전은 상당히 거세게 밀려왔다. 끝은 보이지만, 중간에 책을 덮으면 처음처럼 몰입하는데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을 했다. 사실 첫 번째 권태는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커피를 한잔 마시면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째 권태가 문제였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질리도록 반복되는 권태라는 단어와 처음 들어보는 책· 그림의 이름 및 그 작가의 이름이 나를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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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권태의 실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권태가 밀려오면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처음 시도한 것은 독서 방법의 작은 변화다. 19세기 러시아 소설 같이 완벽하게 권태로운 책을 읽을 때, 무작정 한 번에 한 권씩 읽던 습관을 버린 것이다. 이전에는 책을 읽다가 집중이 안 되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책을 다시 펼칠 때마다 이전의 몰입상태로 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독서와 뇌파의 상관관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독서법은 한 번에 여러 종류의 책을 같이 읽는 것이다. 같은 계열의 책을 동시에 읽거나 여러 분야의 책을 같이 읽는 방법이다. 논리적인 결과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주관적으로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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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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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는 대개 배부른 몸과 관련이 있는 감정이다. 포만감처럼, 권태는 통상 굶주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권태는 한 개인의 존재 자체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 철학적인 질병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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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는 다양한 상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멜랑콜리아(melancholia:우울), 우울증, 앙뉘(ennui, 권태의 문예용어), 말 드 비브르(mal de vivre,삶의 고통), 염세, 비탄, 타에디움 비타에(taedium vitae : 생의 권태), 아카디아라(기독교 ‘한낮의 악마’), 구토(프랑스 실존주의), 절망 등이 있다. 이러한 단어를 주제로 하는 책들은 대부분 두 번째 권태에 대해 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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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소설가들은 논리와 이성을 거스르는 감정 상태를 절묘하게 묘사해내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 형상화와 은유의 형태를 빌려, 예술은 과학의 명확성과 비함축적인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서, 굳이 언어 사용하지 않고서도 권태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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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은 곳에 동요라든지, 압박, 부조화, 불안 따위를 갖고 있지 않은 인간은 없다 -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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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로버트 플루칙은 권태와 혐오감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를 내놓았다. 그는 각종 정서가 생명체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적응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서 동물과 인간은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에 해로운 물질을 멀리할 수 있다. (중략) ‘혐오감은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일종의 회피반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뉴 사이언티스트, 2004,1,114). 그러므로 혐오감은 ‘위험 물질’에 대한 진화적인 반응인 셈이다. 이 연구를 하기에 앞서, 로버트 플루칙은 권태가 혐오감이라는 1차적인 파생물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태가 혐오감과 마찬가지로 적응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보다 가볍거나 내향적인 방식을 따른다고 했다. 혐오감이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면, 권태는 전염병 같은 사회적 상황, 즉, 온전한 정신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갑갑하고 무료한 상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혐오감과 마찬가지로 건강에 이로운 감정이다. 이 둘 다 질병이나 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진화된 반응이다. 27-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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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권태와 더딘 흐름을 나타내는 좋은 상징이 된다. 빌리언과 오르바르 뢰프그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세계]라는 책에서 시계가 세상을 장악해버린 느낌에 대해 묘사했다. 저자 중 한 명은 자신의 차가 수리되기까지 6시간이나 기다린 적이 있다고 한다. 시계가 세상을 장악해버린 이 긴 시간 동안, 시간은 단순히 지루한 게 아니라 ‘끈적거리며 들러붙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중략) 그러나 수리가 다 끝나 차를 가져가야 하는 시점이 지나버리자 시간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내 희망과 인내심 위에서 끈적거리며 들러붙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매 분 매 초가 하나하나 천천히, 온 심혈을 기울려 경험해야 하는 무언가로 변했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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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에 의한 망각· 여행· 섹스라는 이 세 가지 치료약은 단순한 권태든, 실존적 권태든, 모든 권태를 해결하는 가장 흔하고 상투적인 수단이다. (중략) 이러한 상투적 수단은 망각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망각은 기억을 서서히 흐리게 하다가 종국에는 자신에 대한 인식마저 지워버린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내가 했던 일들을 다시는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이미 내가 아니다. 이런 상실은 죽음과 맞먹는다. 일종의 자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성적인 것이든, 새로운 뭔가를 빠르게 경험이든 할수록 그만큼 빨리 권태로워진다. 새로운 것은 또 다른 무한함이 된다. 서서히 또 희미해져 간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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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적인 권태란 좌절, 식상함, 우울, 혐오, 무관심, 무감각, 갇혀 있다는 느낌 등의 서로 연관된 장애들을 두루 포함한 말이라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 있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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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의 허구적(시적) 환기는 20세기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모더니즘 때문이다. 모더니즘은 전통의 상실이나 위기로 대표되는 세속적이고 분열된 세상, 즉 권태의 전형적인 상황 속에 고립된 개인을 위치시킨다. 권태는 의미 있는 일을 찾지 못하고 나태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심리적 상태를 이해하는데 편리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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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란 일시적으로 피할 수 없고 싫증 난 환경에 의해 생겨나는 경미한 혐오감이라는 사회적 정서다.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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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두려움이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밤에는 꿈까지 지배한다.

따라서 일할 땐 초조하고 여가를 즐길 땐 개운치 않다. - 버트런드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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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도 비록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는 못해도, 권태를 느낄 수 있다. 권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성인들만 누리는 특권이 아니다.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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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꼭 상황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로움은 상실감으로서 그보다 더 추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 결과 우울함과 긴밀한 관계를 이룬다. 미국의 작자 윌리엄 데리지워츠는 에세이 [고독의 끝]에서 외로움은 동반자의 부재가 아니라 그 부재에 대한 슬픔이라고 말했다.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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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존재가 아닌 인간에게는 완전히 모순된 가면 속에서의 엄청난 모방이 있을 뿐이다. 창조,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모방이다. - 까뮈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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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쾌락은 그저 다른 누군가의 것이다. 이 게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후, 무감각의 남자 로캉탱은 예상대로 모든 사물이 본래 이름과 동떨어져 있으며,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상태가 병이나 일시적인 발작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기 자신임을 발견한다.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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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와 관련된 문학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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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로모프], 이반 곤차로프

[바냐 아저씨] 안톤 체홉프, 1900

[보바리부인] 스타브 플로베르

[구토] 사르트르

[이방인] 카뮈

[잉여인간의 일기] 이반 투르게네프

[오블로모프] 곤차로프

[감성여행] 로렌스 스턴, 1768

[하품의 언덕] 알렉산더 지노비에프, 1976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1934

[아메리칸 로망 누아르] 윌리엄 말링, 1998

[언터처불] 존 반빌

[비법은 계속 숨을 쉬는 것] 갤러웨이

[엠마] 제인 오스틴, 1816

[벨마쉬: 지옥] 제프리 아처, 2002

[웨일랜드: 연옥] 제프리 아처, 2003

[천국: 수감 일기] 제프리 아처, 2004

[슈판다우; 비밀일기] 알베르트 슈페어, 1976

[순응자] 알베르트 모라비아, 1951

[한낮의 우울] 앤드류 솔로몬, 2001

[이스탄불] 오르한 파묵, 2003


끝. 201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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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할아버지 비룡소 걸작선 41
울프 스타르크 지음, 안나 회글룬트 그림, 최선경 옮김 / 비룡소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외국 동화 [휘파람 할아버지] 울프 스타르크, 비룡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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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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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생긴 외손자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휘파람과 연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잘 풀어가는 동화다.

외할아버지가 없는 베라는 동네에 있는 양로원으로 가, 무작정 닐스 할아버지에게 외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닐스 할아버지도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베라를 외손자로 인정하고 양로원 식구들에게 소개도 하고, 같이 소풍도 다니게 된다. 어느 날 소풍을 가서는 닐스 할아버지는 사랑했던 부인 요한나의 스카프와 자신의 넥타이로 연을 만들어주었고, ‘요한나, 휘파람을 불 수 있니?’라는 노래를 휘파람으로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금세 모르는 사람과 친해질 수 있지만, 어른은 다르다. 내가 만약 닐스 할아버지의 처지였다면,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까?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옛 성인들의 말씀에는 항상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누어 가지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닐스 할아버지가 연을 만들어준 이후에 베라는 저금통을 털어서 외할아버지의 생일을 준비한다. 비싼 시가도 사고, 빵과 돼지 족발도 사고, 커피와 멋진 이벤트도 준비한다.


지금 서울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모르는 아이들이 달려와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의심하는 어른,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무서워하는 아이들. 우린 언제부터인가 자신만의 벽을 세우고 그 속에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이 동화가 더욱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정말 짧고 간단한 이야기 속에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들이 담을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부럽다.


끝. 20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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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빛’나는 나 - 즐깨감 관찰평가 와이즈만 영재학습법
김용세 지음, 이남지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초등 자기개발 [교실에서 빛나는 나] 김용세, 와이즈만 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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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2013년부터 모든 영재교육원 선발 전형에서 지필고사를 폐지하고 관찰 추천제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찰평가‘ 자체가 생소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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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것은 접어두고, 대략 살펴본다면 영재교육원은 선발전형을 시험 점수가 아니라, 평소에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잠재 능력을 꾸준히 키워온 자신감과 창의성 있는 학생에게 더 풍부한 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시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입시제도가 입학사정관제로 바뀜에 따라서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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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에디슨을 생각했다. 이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어딘가에 있을 우리나라의 에디슨같은 가려낼 수 있을까? 이 책 한 권으로 에디슨을 찾아낼 수도 없고, 에디슨처럼 만들 수도 없을 것같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써 놓은 자기개발서이다.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자기개발서이지만, 보통의 초등학교 6학년생이 읽고 이해해서 실천하기는 어렵다. 지금 당장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서 보자, 무수히 쏟아져 나온 성인들을 위한 자기개발서. 달콤한 말로 성공을 보장하고 있다. 과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실천한다고 성공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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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적으로 자기개발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만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개발서만 읽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성격, 환경, 독서 취향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스터디셀러가 되는 자기개발서가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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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줄의 글이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 한 줄의 글이 가슴으로 다가온다면 그 책은 가치가 있다. 집중력을 가지고 책을 읽는 학생이라면 부모의 도움은 간섭으로 보이겠지만,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면 부모가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 중간마다 나오는 각종 문항을 체크하면서, 아이와 부모가 얼마나 다른 시각을 가졌는지 느끼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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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10.19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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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 중 열린책들 세계문학 58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 지음, 김연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 소설 [악령(중)] 도스또예프스끼, 열린책들, 2009 세계문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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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상권을 거쳐서 중권을 읽었다. 도스또예프스끼 소설 자체가 잘 읽히지 않을뿐더러, 번역문의 특성상 즐겁게 읽는다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악령의 정체와 이 소설이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고통을 동반한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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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18세기이다. 대제국 러시아의 강한 기운이 사그라지면서, 1917년 10월 혁명의 힘을 축적하는 시기였다. 10월 혁명의 정당성이나 역사적 의미를 떠나서, 혼란의 시기를 살았던 한 지식인의 고뇌가 이 책 속에는 들어 있다. 물론 작가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그렇다. 그 시대 문학작품의 한 구절을 가져오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시대를 풍자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란의 시기에 저자의 고민이, 이 딱딱하고 고루한 문체와 어우어져 읽는 이에게 그 당시 러시아의 상황을 그래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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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서 깊은 교육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당시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 이후 다수의 독일계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인의 통치시기’였다. 독일인들은 게르만족이고 러시아인들은 슬라브족이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계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많다. 이러한 부분은 민주주의자로서의 도스또예프스키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후 자유주의의 영향과 민족주의와 프랑스 대혁명이후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기존 체재를 옹호하는 관료와 귀족계급의 보수주의 등으로 갈려져 사상적으로 아주 혼란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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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혼란기에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일반백성들이다. 전작 [죄와 벌]이 민중에 삶에 대한 신랄한 고발이었다면, 이후에 나온 이 작품은 귀족과 관료, 지식인의 사회를 중심으로 그 당시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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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이념의 본질은 모두 명예의 부정 속에 들어 있어요. 나는 그것이 이토록 겁없이 대답하게 표현된 것이 마음에 듭니다. 정말이지, 유럽에서는 아직 이런 걸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우리나라에서 바로 이것을 향해서 달려들고 있는 거죠. 러시아 사람에게 명예란 한낱 잉여적인 짐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러시아의 역사를 통틀어 그건 언제나 짐이었습니다. 공개적인 <불명예의 권리>로써 얼마든지 러시아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어요.

571쪽 까르마지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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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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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에서 살아남는 응급치료법
박은기.유가연 지음 / 수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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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법 [위기의 지구에서 살아남는 응급치료법] 박은기 外, 수선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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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재난상황에서의 생존법에 대한 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또한 그런 책들이 국내에 많이 번역되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우리 현실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제일 아쉬웠던 점은 우리 전통 의학의 핵심이면서,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초와 침· 뜸을 이용한 응급치료법을 소개하는 책이 없다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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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난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침을 중심으로 뜸, 약초를 이용한 응급치료법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굶주림에 대처법, 물 부족과 오염 시 생존법 등이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우주선 유입에서 살아남는 법도 있다. 이 부분에서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더라도, 책의 뒷부분에 재난 대비 키트 준비 목록과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가 기재 되어 있어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응급치료법을 한의사와 양의사가 협력해서 썼다는 점을 높이 평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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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침과 뜸은 개인적으로 자신을 위해서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한의사 면허 없이 타인에게 시술한다면 현행법 위반이다. 이 책에서는 구당 김남수 옹의 무극보양뜸을 출혈에 효과적인 것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구당은 침사자격은 있으나 뜸사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활동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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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의 침과 뜸의 시술의 정당성 문제를 떠나서, 한의학계에서 주장하듯이 침과 뜸은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일반인이 위급 상황에서 책만 보고 침을 놓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인공호흡법을 교육하듯이, 위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전통 의학 기법을 책이 아닌 한의사 협회에서 직접 교육을 했으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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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10.14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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