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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 중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58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 지음, 김연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 소설 [악령(중)] 도스또예프스끼, 열린책들, 2009 세계문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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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상권을 거쳐서 중권을 읽었다. 도스또예프스끼 소설 자체가 잘 읽히지 않을뿐더러, 번역문의 특성상 즐겁게 읽는다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악령의 정체와 이 소설이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고통을 동반한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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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18세기이다. 대제국 러시아의 강한 기운이 사그라지면서, 1917년 10월 혁명의 힘을 축적하는 시기였다. 10월 혁명의 정당성이나 역사적 의미를 떠나서, 혼란의 시기를 살았던 한 지식인의 고뇌가 이 책 속에는 들어 있다. 물론 작가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그렇다. 그 시대 문학작품의 한 구절을 가져오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시대를 풍자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란의 시기에 저자의 고민이, 이 딱딱하고 고루한 문체와 어우어져 읽는 이에게 그 당시 러시아의 상황을 그래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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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서 깊은 교육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당시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 이후 다수의 독일계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인의 통치시기’였다. 독일인들은 게르만족이고 러시아인들은 슬라브족이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계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많다. 이러한 부분은 민주주의자로서의 도스또예프스키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후 자유주의의 영향과 민족주의와 프랑스 대혁명이후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기존 체재를 옹호하는 관료와 귀족계급의 보수주의 등으로 갈려져 사상적으로 아주 혼란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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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혼란기에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일반백성들이다. 전작 [죄와 벌]이 민중에 삶에 대한 신랄한 고발이었다면, 이후에 나온 이 작품은 귀족과 관료, 지식인의 사회를 중심으로 그 당시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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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이념의 본질은 모두 명예의 부정 속에 들어 있어요. 나는 그것이 이토록 겁없이 대답하게 표현된 것이 마음에 듭니다. 정말이지, 유럽에서는 아직 이런 걸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우리나라에서 바로 이것을 향해서 달려들고 있는 거죠. 러시아 사람에게 명예란 한낱 잉여적인 짐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러시아의 역사를 통틀어 그건 언제나 짐이었습니다. 공개적인 <불명예의 권리>로써 얼마든지 러시아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어요.
571쪽 까르마지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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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