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펼쳐보는 전함 크로스 섹션 - 1800년대 영국 목조 군함을 살펴본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스티븐 비스티 그림,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진선아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문화 [전함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진선아이, 2011

·

역사를 되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직접 가볼 수도 있고, 영상매체를 이용해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볼 수도 있다.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책이며, 가장 좋고 편하다. 책이 좋은 점은 시간· 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어느 매체보다도 월등한 장점이 된다.

·

역사책 선택에 있어서,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 학자가 아니라면 [지도로 보는 세계사]나 초등학생용 [이야기 세계사]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시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미시사라는 것은 아직 학계에서 정확하게 정의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 전체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포착하여 아주 작은 사실을 파헤치는 역사 방법론이다. 대표적인 저서로 [구더기와 치즈]가 있다. 하지만 좀 더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도 미시사의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저자가 역사를 연구한 학자는 아니지만, 책의 내용을 본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책은 영국 포츠머스 항구에 영구 정박되어 있는 영국 제국 군함 빅토리호를 바탕으로 쓰여있다. 처음에는 B4 크기에 몇 페이지가 안 되었기에 놀랐지만, 책을 읽으면서 감탄을 했다. 물론 초등학교 3·4학년을 기준으로 편집해놓았기에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순화되어 있지만, 그 시대상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정말 세세하게 정리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개인적으로는 함선에서의 계급관계와 배의 구조에 대해서 궁금했던 것을 알 수 있었고, 얼마 전 보았던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에 보면, 빨간색 제복은 입은 군인과 파란색 제복을 입은 군인이 나온다. 파란색 제복이 수병이고, 빨간색 제복은 오늘날의 해병대였다. 세밀한 그림과 함께 아이들과 읽어보고, 영화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

2011.11.03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문장들
박성환 엮음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잠언집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문장들] 박성환, 문학동네, 2002

·

내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잠언에 대한 생각은 극단적으로 부정적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편견이겠지만, 잠언은 자기 개발서 같이 무조건의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에서 많이 보인다. 그것들은 무의미하다. 좀 더 나쁘게 말하면, 지면의 낭비요 잉크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출처 불명의 말들을 사용하는 작가들은 아마도 그와 비슷한 작가가 쓴 어느 책에서 베꼈을 것이다. 자신이 읽어봤다면, 적어도 몇 페이지까지 정확하게 표기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책 이름이라도 적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동을 받았다면 어떤 식으로 감동을 받았는지 써야 하지 않을까?

·

또한, 그 한 줄의 글은 문단과 문단 사이에 있을 때 제 가치를 갖는 것이지, 혼자 뚝 떨어져 있는 것에서는 본연의 감흥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 한 줄의 말이 내 가슴으로 다가 온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

낯설게 하기

·

부자는 감추어둔 보물을 시간마다 살펴보지 않는다.

가끔 보아 즐거움을 무디게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축제도 오랜 세월 드물게 베풀어져야 진귀하고 장엄한 법

(<소네트> 52번 3행 ~ 6행)

·

책의 설명으로는 시인 셰익스피어가 사모하는 이의 부재에 대해 스스로 위안하는 말이라고 적혀있다. 영어로 된 원문도 붙어있기에 녹 쓸어가는 영어독해실력도 체크해 볼 수 있어도 좋다. 그리고 연인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지만,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 내 삶에서 나오는 작은 행복이 무디어져 즐거움과 감사함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불만 불평에 싸여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독서목록에 올려놓았다.

·

학문

·

학문의 목적은 다른 방법으로 알아내지 못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고,

숨어있어 인간의 상식으로 알아낼 수 없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사랑의 헛수고> 1막 11장 55행 ~ 57행)

·

내가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답이다. 한때 [준동함령 개유불성(蠢動含靈 皆有佛性) ] 이라는 말에 의미를 두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개유불성 - 누구나 불성이 있다 - 도를 깨우치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는 불교의 화두에 사로잡혀 그냥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이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모든 지혜를 그냥 주지 않는 한, 아니 그런 친절한 신은 없기에 읽고 또 읽어야 참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끝 2011.10.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 - 2004년 윗브레드 상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5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청소년 소설 [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 제러딘 머코크런, 미래인, 2011

·

뿌리 뽑힌 나무가 선체에 부딪히면서 우지끈 뚝딱 하는 소리가 났다. 나무는 삼키기엔 너무 큰 먹이를 만난 괴물 오징어처럼 분이 안 풀린 상태로 다시 물속에 가라앉았다. 아직 뿌리를 박고 있는 나무들 위로 물이 소용돌이치며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간이 만든 온갖 것들이 오만 가지 소리를 내며 선체를 치는 소리도 들렸다. 오, 하느님! 우리 배에 마법이 거린 것 같았다! 인간이 만든 것은 빠짐없이 파멸로 향했고, 그 길목에서 쇠가 자석에 붙듯 우리 배에 들러붙었다. ······ 물이 전후좌우로 날뛰고 밀려들면서 성난 바람처럼 포효했다. 한 편으로는 노래 같기도 했다. 한 가지 음으로 이루어진 노래였다. 알지 못할 곳에서 거대한 물 덩어리들이 몰려와 모든 방향으로 쏟아졌다. 온 세상이 한옆으로 기울었나? 그래서 세상 모든 물이 이쪽 지평선에서 저쪽 지평선을 향해 한 가지 목적으로 움직이는 걸까? 세상의 고기잡이 그물처럼 반으로 접히고 있었다. 생물, 무생물 할 것 없이 모두 멀리 머리 떠내려갔다. ······ 어둠이 어찌나 짙은지 물처럼 콧구멍과 목구멍으로 들이치고 눈과 폐를 채웠다. ······ 물은 땅에 덮어씌운 시커먼 쇠껍데기처럼 보였다. 자연세계의 색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15-19쪽

·

대홍수가 일어나는 장면을 묘사해놓은 것들이다. (노아의 두 아들이 배에 올라타려도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장대로 내려치는 장면도 나온다) 청소년 소설이기에 어느 정도 완곡한 표현을 썼다. 하지만, 그래도 끔찍하다. ‘노아의 방주’는 종교인이 아니라도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기존의 이야기를 동화로 다시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보여 줄 것인가? 이러한 고민부터 원작과 비교되어 끊임없이 작가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창조된 인물, 노아의 딸 - 팀나의 입에서 시작된다. 소녀의 눈에 비친 아버지 - 노아의 모습은 처음에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더 큰 공포 때문에 상쇄되어버린다.

·

굽이치는 물 때문에 표류물들이 자꾸 한군데로 모인다. 물에 빠져 죽은 것들이 한데 모여서 여기저기에 끊임없이 뒤척이는 죽음의 뗏목을 만든다. 다리와 팔과 뿔과 날개와 천막 장대가 서로 포개진다. 입과 귀가 만난다. 거품 나는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음모를 꾸미는 것 같다. 원한으로 가득해서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신에게 반란을 일으킬 모의를 하는 것 같다. 31쪽

·

이야기는 장마다 이야기의 화자가 다르게 나온다. 이것이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인 것 같다. 대홍수라는 현실과 그것을 보는 사람의 견해차가 나타난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것은 팀나의 올케들의 이야기다. 이들도 작가의 창조력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이다.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처해진 입장에 따라서 같은 사실이라도 다르게 본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

이웃사람들은 처음부터 골칫거리였다. ······ 매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난 아버님 말에 속이 후련했다. 어쨌든 난 그랬다. 다른 식구들은 어땠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 25쪽, 큰아들 셈의 아내 바스맛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하느님이 우리 가족을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에게 온 세상을 선물로 주시다니! - 45쪽, 둘째 아들 함의 아내 사래

·

재미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재난 모험 소설처럼 보인다. [로빈슨 크루소]가 명작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런 명작으로 남을 것 같다. 물론 지구인의 반은 거부할 지도 모른다.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단언하지 말기 바란다. 끝. 2011.10.31

·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그것만 생각해
카림 르수니 드미뉴 지음, 김혜영 옮김, 조승연 그림, 곽이경 해제 / 검둥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청소년 소설 [난 그것만 생각해] 카림 르수니 드미뉴, 검둥소, 2011

·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겪는 사춘기와 동성애.

·

사람에 따라 늦을 수도 있고, 좀 더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단계가 사춘기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이스마엘은 친구이자 담임선생이었던 앙글레 선생님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

몇 달 전부터 아맹의 목에는 탁구공 하나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탁구공은 아맹의 목 안을 떠다니며 높은음에서 낮은음으로 목소리를 변하게 했다. 11쪽

·

다리에 털이 나는 아이, 수염이 나는 아이. 아이마다 성장의 기운은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때는 빠르든 늦든 성에 대해서 관심을 둔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인터넷의 발달로 아마 어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사춘기와 성 정체성 - 동성애 문제를 잘 엮어 놓았다. 이 책의 주제에 속하는 것이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

아빠는 자기 눈을 마주 보라고 강요했다. 그러고는 세 번이나 이렇게 말했다.

- 자, 이제 너는 남자가 된 거야. 아들!

마지막으로 아빠는 나와 악수를 했다. 26쪽

·

부모와 이야기할 때면, 아마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그다음 주, 비밀 서랍에는 더 이상 돈이 없었다. 서랍 안에는 메모 한 장만 놓여 있었다

- 도둑놈

나는 메모를 다시 넣어 두고, 아무것도 보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부모님도 식사 시간 내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흉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39쪽

·

이 부분에서도 크게 한 번 웃었다. 특히 이 두 부분에서 감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벼울지 모르지만, 가슴으로 다가왔다. 독자가 책에서 감동하는 부분은 이런 것이다. 좋은 소재나 주제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독자의 경험과 중첩되는 것이 없다면 쉽게 감동 받을 수 없다. 위에서 소개한 것들은 정확히 내 어릴 적 경험과 일치했다. 잊어버렸던 기억이 생각난 것이다.

·

작가는 모로코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이스마엘과 가족은 자신의 경험에서 그려진 것 같다. 그것을 바탕으로 다문화, 동성애, 사춘기를 짧지만 유쾌하게 풀어냈다. 하지만 이 책이 학부모에게 선택되어서,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조숙하다.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책이다.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끝 2011.10.29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플레이션의 습격
자오샤오.천광레이 지음, 차혜정 옮김, 이진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경제이론 [인플레이션의 습격] 자오샤오· 천광레이, 위즈덤하우스, 2011


인플레이션 시대가 오면 가계나 기업이 보유한 자신의 실질가치가 하락한다. 돈이 많이 풀리게 되면 물가가 오르고,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해서 다시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실질 소득은 줄어들며 가계 경제의 타격이 심화 될 수 있다. - 감수자 이진원 (로이터통신 한국지사 국제뉴스 팀장)


이런 교과서적인 설명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전세값· 기름값· 전기세는 올라가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문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느냐에 따라서 그 파급효과는 폭풍에서 쓰나미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자오샤오 교수는 중국이 인플레이션 경제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경제시대는 중국특유의 경제· 정치구조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발전단계로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경제계획이 시행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견해는 미국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서구 정부가 경제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장에) 유동성(돈)을 주입함으로, 세계적인 거품경제가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성장이란 시장 주체가 제공하는 성장이다. 그러나 2009년 중국의 경제 성장에서 정부가 기여한 분량은 최소한 절반은 되었다. ······ 미국 같은 ‘수퍼기업’ 정부는 불황의 예측을 몰아낼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속에서 다음 위기를 기다린다. - 저자의 서문 중에서


책의 첫머리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먼의 [불황의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신케인즈 학파에 속하는 그는, 보이지 않는 손 - 시장이 도덕적 해이 등으로 인해서 작동하지 않으므로, 보이는 손 -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성장이 동양적 시스템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멈추고, 서구 자본주의 형태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있다. 결국 저자는 미국중심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간섭과 통제가 이루어지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슈퍼 기업’으로 변해 성장을 구가하며 유권자들의 구미를 맞추려 한다. 성장만이 미덕인 분위기에서 불황은 실종되고 호황만이 존재한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그렇다. 임기가 끝나 정권이 교체될 때 전보다 더 큰 거품이 낀 상태라도 상관없다. 임기가 끝났으니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이다. 50쪽


중국학자의 이러한 비판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단순한 나꼼수식의 비아냥을 넘어서, 저자는 서구경제학의 역사적 성장 과정을 하나씩 집어가며 문제를 재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부나 학계가 경제위기에 대해 속수무책일 때마다 노벨상은 경제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있어 보이는 경제학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2008년 당시 자유시장 논리를 주장하는 경제학자가 조명을 못 받은 것도 시기적인 이유가 크다. ······ 왠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 진상을 감추려는 의도가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57쪽


부자 나라가 불황을 타개하려면 우선 금리의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가 불황을 피하려면 먼저 고정금리부터 포기하고 은행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위기가 출현할 때 정부는 과감하게 긴급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 폴 크루먼 58쪽



저자는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시스템과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비판과 중국식 자본주의의 특수성에 대해서 상당히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정부가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면서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경제현상이 되었다. 인플레이션 경제는 불청객처럼 찾아온다. 일반인들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산배분을 하여 자신의 자산을 최대한 보호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손실을 피해야 한다. 234쪽


마지막 3부 그중에서도 6장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자산배분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좋았던 기억들이 이곳에서 실망으로 변했다. 이 책은 1억 명의 중국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중국인구가 10억이 넘으니, 소위 상위 10%에 적용되는 말이다. 지금 중국의 상위 10%는 우리나라의 상위 10% 이상의 구매력과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산의 배분과 포트폴리오는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여유자금이란 그 돈이 없어도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돈을 말한다. 즉 통장에 돈은 있지만, 혹시 가족 중에 누가 큰 병이 났을 때 써야 할 정도라면 그것은 여유자금이 아니고 필수자금이다. 필수자금은 손실을 볼 수 있는 주식이나 환금성이 땅에 투자를 하면 안 된다. 지금 금 가격이 사상 최대로 상승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다. 대공황의 그림자다.


1928년 일부 국가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경제 공황은, 1929년 10월 24일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을 기점으로 전 세계로 확대된다. 이러한 경기침체는 1939년까지 거의 10년간 지속했고, 우리는 그 시기를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라고 부른다. 얼마나 지독했는가는 단순한 수치로도 알 수 있다. 1931년 미국에서만 2,300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고, 1932년 미국 노동자의 1/4이 실직했고, 세계무역의 총 가치가 반 이상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대공이 194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끝났다.


좀 더 비약하자면 대공황은 전쟁을 일으키고, 한쪽이 처참하게 부서 저야 끝난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무기의 발달로, 한 번 더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인류가 공멸하기에 가능성은 작다. 문제는 치열한 경제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중국의 환율 정책을 옹호하고, 미국 달라 중심의 경제체재를 비판하고 있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여유자금 없이 사는 일반인만 처참하게 부서지는 그런 전쟁이 시작되었다.


끝 2011.10.29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