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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미국 에세이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 문학동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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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부터 이 책을 적극 추천받았지만, 읽지 못하고 계속 미루어 두었던 에세이집이다. 미국 현대소설을 잘 읽지 않았던 터라,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상태였지만,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책 뒤표지에 있는 그의 얼굴처럼 명랑한 책이다. 이러한 유쾌함 속에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작가는 마지막 작품에서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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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생계수단이 아니다.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만하게 만드는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다.
잘하건 못하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진짜로 영혼을 성장하게 만드는 일이다.
-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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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계급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한 나는 하층계급입니다.
범죄 인자라는 것이 있는 한 나는 범죄형입니다.
구속된 영혼이 존재하는 한 나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 유진 데이브 미국 사회당 대통령 후보의 말을 인용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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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지구의 면역체계는, AIDS 그리고 신종독감과 결핵 등으로 우리를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네. 자구로서는 우리를 제거하는 편이 나을 걸세 우린 정말로 무서운 동물이거든.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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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나는 스웨덴 기술을 안 좋게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노벨상을 빼앗기고 말았다. -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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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한발 물러서서 안전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그러다 결국, 마음이 지치고 뉴스가 너무 끔찍하면 유머는 효력을 잃는다. -126 쪽
예술가로서의 그의 예술관, 좌파 지식인과 환경보호론자의 신념, 노벨상에 대한 상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유머. 많은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82세라는 노령에 회고록을 집필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내가 처음 그의 책을 본 것은,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제5의 도살장] 영문판이다. 비닐로 싸여 있는 것으로 보고 가벼운 ‘옐로 북’이라고 생각했고, 작가에 대해서도 그저 그런 소설가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덕분에 나는 그가 마지막으로 힘주어 하는 말을 더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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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엔 두 종류가 있는데, 이건 결코 뛰어남의 차이가 아니야,
하지만, 한 부류는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역사에 대응하고,
한 부류는 인간 그 자체에 대응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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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에서든 사람들의 반응은
예술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가에 맞춰진다네.”
- 그래픽 예술가 솔 스타인버그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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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7년 [타임 퀘이크]를 마지막으로 소설을 쓰지 않았다. 그 후 그는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되었고, 책 속에 있는 그림은 그의 작품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소설가가 아닌, 예술가로서 자신이 한계를 극복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작품들이 역사에 대응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는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는 단지 치열하게 노력했을 뿐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모두 왕의 말들]이라는 그의 단편작품이 있다. 그의 작품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읽지도 않고, 책장에 꽂아둔 그의 첫 장편 [자동피아노]를 읽어볼 예정이다. 201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