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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박병철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교양 과학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크리스 임피, 시공사, 2012
“나는 당신들이 틀렸다는 데 나의 전 재산을 걸 용의가 있다. 이것은 무조건 나에게 유리한 도박이다. 내 말이 맞는다면 나는 부자가 될 것이고, 내가 틀렸다면 세상이 사라질 것이므로 나는 잃을 것이 없다.” 109쪽
저자는 종말론에 대해서 이렇게 대답을 한다. 종말론은, 물론 학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도 있겠지만, 서구의 정신적 기반이 되는 기독교의 핵심교리 중 하나이다. 동양의 대표적인 종교라 할 수 있는 불교에서는 세상은 끊임없는 윤회를 거듭하기에 선행을 강조한다. 기독교나 이슬람교에서는 죽음 이후 존재하는 천국에 가기 위해서 신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에서 인용한 저자의 말은 파스칼이 [팡세]에서 했던 말과 유사하다. “신이 있다고 믿어라. 있다면 천국에 걸 것이고 없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지 않은가.”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파스칼과 20세기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크리스 임피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만큼 교차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생명체의 끝이 죽음이라면, 세상의 끝은 종말이다. 이 책은 죽음과 종말을 아우르는 우주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만물의 끝을 다루고 있다. 천문학이기도한 이 책의 저자는 우주생물학의 세계적 권위자라고 한다.
신생 학문인 우주생물학은 지구를 비롯한 우주의 생명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명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연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주 밖의 생물을 발견한 적이 없으니, 우주의 진화 단계와 지구 생물의 진화단계를 접목하는 학문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 책도 절반 이상의 내용이 지구 생물의 진화에 관한 것이고 우주의 진화는 뒷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우울해진다. 인간은 미약하고,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시간 속에 내재된 속성일 뿐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의미는 세상을 제 뜻으로 처음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알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을 넘나드는 지식의 보고처럼 보일 것이다.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간 저자의 탁월한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큰 병을 얻어 병원에 누워있었던 사람이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이라면 행복한 결말이 없는 이 책은 불쾌할 수도 있다.
저자는 과학자이기에 과학적인 사실들을 그대로 서술해놓았다. 그러면서도 “과학은 근본적으로 인간 활동의 산물이기에 인간처럼 복잡다단하고 종종 틀릴 수도 있다.”한다. 이 책에서는 죽음이 어떻다는 것을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1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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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