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편 영화와 짝을 이룬 그림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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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저주
존 셰스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여태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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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
코이즈미 타카시 감독, 후카츠 에리 (Eri Fukatsu)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7년 1월
22,000원 → 8,800원(60%할인) / 마일리지 90원(1% 적립)
2011년 10월 10일에 저장
품절
축구 선수 윌리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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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빌리 엘리어트- 아웃케이스 없음
스티븐 달드리 감독, 게리 루이스 외 출연 / 블루키노 / 2012년 5월
17,600원 → 9,800원(44%할인) / 마일리지 100원(1% 적립)
2011년 10월 1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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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 규슈.시코쿠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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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늘 시간에 쫓겼다는 것이다. 가파른 물가 때문이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일 없이 빈둥거리기를 좋아하는 내 여행 방식을 포기해야 했다. 다시 일본을 여행할 때는 시간적, 물질적 궁핍에서 벗어나 더 깊은 산골이나 섬으로 들어가 그저 느리게 걷고, 한가롭게 소요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rologue 나의 일본 여행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 中

1권의 가팠던 호흡의 원인이 2권의 프롤로그에서야 밝혀진다. 게다가 일본 여행의 시작이라는 시코쿠는 불교 순례길은 2권의 제일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뭐야? 일정이 모두 거꾸로 잖아? 왜 이렇게 편집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파트부터 읽어도 상관이 없는 책이긴 하지만 구지 산티아고에 버금가는 종교적 순례길의 감동을 위해 시코쿠를 마지막에 편집해야만 했을까? 싶다. 
 

 

가만히 나무를 바라본다. 가까이 귀를 대면 깊고 푸른 나무의 숨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이 나무가 살아온 수천 년의 시간을 생각해본다. 이 섬의 삼나무들은 느리게 자라난다. 다른 섬의 삼나무들이 30년이면 자랄 높이에 다다르기 위해 이 섬의 삼나무들은 300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디 자라는 만큼 그들은 오래 살아남는다. 오래 가기 위해서는 느리게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왕복 아홉 시간을 걸어 이 나무를 만나고 돌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잠시나마 세상의 시간 따위는 잊어버린 채 이 숲의 시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수십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지구의 모든 것들을 백 년도 되지 않아 소진해버리는 우리들. 후손도, 미래의 삶도 생각하지 않는 이토록 짧고 허망한 시간 개념이라니. 조몬스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그토록 느리게 흘러가는 지구의 시간을 잠시나마 호흡하는 법이 아닐까.
- 신들의 세계를 허락 없이 기웃거리다 야쿠시마 中 024-025

아무튼, 조몬 삼나무의 야쿠시마도, 에머랄드그린빛 오키나와도 멋지지만 아무래도 시코쿠의 순례길은 대단했다.  

 
나는 ‘종교적인’ 사람보다는 ‘영적인’ 사람이고 싶다. 특정한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기보다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신의 마음이 깃들어 있음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무언가를 간구하는 기도보다는 감사하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이고 싶다. 인간이 한없이 약하고 미천한 존재임을 신 앞에 겸허히 인정하는 사람이고 싶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나라에는 신이 많다. 800만 신을 모신 나라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세사의 모든 신이 다 모셔져 있다. 마을마다 서 있는 신사에서 손을 모으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가미사마(신)’께 나도 손을 모은다. 물집의 완쾌를 빌려다가 다시 바꾼다. 지금 이 순간이, 이번 생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그저 감사하다고,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절간의 부처님, 빙그레 웃으시는 것 같다.
- 일본에 끌리는 내 마음은 아직 반쪽짜리 31번 지쿠린지~40번 간지자이지 中 189 
 

 1번 절부터 88번 절까지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신곤슈(眞言宗, 진언종)의 창시자인 고보 다이시를 따르는 1200킬로미터의 시코쿠 불교 순례길. 카미노데산티아고의 800킬로미터보다 긴 길이 가까운 곳 일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게 이 책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길 위에서 우리는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는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을 들여다볼 뿐이다. 걷고 있을 때 우리는 머리를 쓰지 않는다. 찾아오는 모든 만남에 몸으로 정직하게 반응할 뿐이다. 가야 할 길이 험하고 고달플수록 감사할 일은 늘어난다. 눈은 밝아지고 마음은 담백해진다.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고,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이 보인다. 천년 전부터 오늘까지, 욕심 없이 순하게 걷고 또 걸어 자기 자신이 되었던 익명의 순례자들. 그들이 지금 나를 붙잡아주는 걸까. 지구 위에 이토록 영적인 길들이 있다니, 새삼 고맙다.
- 길 위에선 만남도, 헤어짐도 잠시 24번 호쓰미사키지~30번 젠라쿠지 中 155

글쓴이가 길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이렇게 영적인 길들을 따라 나서는 그. 이제 또 어떤 새로운 길을, 새롭게 보게 될 길을 우리에게 일러줄지 궁금하다.

책을 덮으려는 마지막에 이르면 사누키 우동이 너무나 먹고 싶어지는 책. 결국 우동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우동집으로 가게 되는 후유증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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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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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도시의 조건은 이렇다.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는 곳, 산으로 둘러싸인 곳,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규모. 너무 번잡하지도 너무 적막하지도 않은 분위기. 도시로서의 편리함을 갖추었지만 미적 품격도 느껴지는 곳. 지금 머물고 있는 도시 마쓰모토는 그 모든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도시 마쓰모토 中 118-119


걷고 싶은 길이라 그러리라 예상은 했지만 내가 본 일본이 아니다.

홋카이도 하면 눈 덮힌 겨울만 떠오르는데 도보여행가라 7월의 늦봄(??)인 홋카이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을 기약하며 포기하며 일정에 너무 쫓기는 것처럼-2권에 보니 그 이유가 나와 있긴 했다. 너무나 가파른 물가 때문(2권 프롤로그 中)이었다고 하더만....- 바쁘게 이동한다. 로프웨이, 오토바이 등 다양한 탈거리를 이용하면서 가는 그의 도보여행이 조금은 낯설다.  

김남희라면...하면서 인정하면서 보는 걷기의 기본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었는데....

나같은 사람은 같은 길을 걸어도 이름을 알지 못해 ‘이름모를 들꽃’이 되었을 - 각시원추리와 라리꽃, 금매화, 신부의 볼연지 같은 해당화, 바위틈에 솜다리, 연분홍 붓솔 같은 범꼬리, 보라색 마발톱꽃, 흰털쥐손이풀020p,  분홍 꼬리풀, 연보라 초롱꽃, 노란 금매화, 보라색 바위도라지, 둥근이질풀 069p, 노란 해바라기, 붉은 양귀비, 보랏빛 라벤더 077p- 들꽃들의 이름을 등장시켜주는 글쓴이가 고맙다.

무엇보다 책의 말미 부록에 있는 실질적 여행 Tip이 있어 좋다. 각 구역이 끝나고 같이 있었으면 더 보기 쉬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여지껏 그의 책과는 다르게 중간 중간 일정을 포기해서인지, 원고가 바빠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걷기 템포와는 다르게 숨 가쁘게 읽혀져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 싫어하는 내게도 걷고 싶게 만들어주는 책이긴 분명하다.

 

걷기는 풍경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여행이다. 발자국으로 남기는 몸의 흔적이자 지구에게 건네는 몸의 인사다. 길 위에서 기다리는 모든 만남을 몸고 마음에 새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거대한 조각보 후라노와 비에이 中 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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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 - 어느 사회학자의 인문학적 일기장
유승호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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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에든버러에 도착하고 첫날, 여권을 잃어버리고 갑자기 공식적 정체성이 상실된 일(16p)이 일어나고, 성찰 여행이 시작된다. 
 

이 책은 에든버러의 여행기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 여행기가 아니다. 에든버러에서 보고 느낀 것을 여행 중에 쓴 글이기 때문에 여행기이지만, 일반적인 여행기처럼 여행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에든버러라는 도시를 매개로 우리의 문화와 문화산업, 도시발전에 대한 나의 상념을 담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9p

물론 책의 첫부분에 이렇게 밝히고 있긴 하다.  

  

늘 낭만적인 전원 풍경을 생각하며 환상을 가지고 있던 스코틀랜드의 이야기는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그렇게 밝히고 있으니.. 

 

영국이면서 영국이 아닌 스코틀랜드 이야기.
여행기가 아니면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보기.
프린지 페스티벌을 다녀온 여행 결과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본 학계 보고서 같은 이 책 그러나 이렇게 뮤미건조하게....심지어 꽤나 딱딱하다. 스코틀랜드 아이었어서도 충분히 사유해 볼 수 있는 이야기거리들의 이야기이다.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우리 동해안의 7번 국도는 이미 사라졌다. 물론 물리적인 국도는 여전히 그대로 존재하고 있지만 그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삶과 기억들은 사라졌다. 공간은 있지만 사람들의 생활과 흔적이 없다. 사람들이 없으므로 기억마저 없다. 걸어가며, 운전하며 마주치는 가게들은 텅 비어 잠겨 있고 폐가로 쇠락하고 있다. 교차로에서 반갑게 만난 작은 가게는 가까이 가보면 거대자본의 속물이다. 수십 년을 지키는 가게주인은 간데없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종업원은 아무런 기억도, 기억할 것도 없다. 그냥 아르바이트에 지쳐 다른 이의 인생을 그냥 넘겨짚는 망상자도 ‘멍상자’에 불과하다. 동해안 걷기는 순례라는 이름으로 신성화되었다. 오래 걷기가 드물고 그 드문 것에 생명을 부여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높여 부르는 낱말들. 그런 순례자들에게 작은 동해안 국도의 동네 가게는 제주도의 삼다수 물을 건넨다.
- 여행객의 일주일 中 넷째 날, 주변자의 성공방정식 76-77p

에서는 우리의 7번 국도와 통영의 통피랑 벽화 마을과 함께 에든버러의 투철한 장인 정신이 담긴 건 아닐까? 서비스교육을 받은 건 아닐까 하는 반갑게 방문객을 맞는 친절함과 함께 오버랩 되는 이 장면은 왠지 씁쓸하다.  

 

여행을 다닐 때 거의 기념품을 사고 하지는 않지만, 처음 유럽을 갔을 때 우리나라에서처럼 이곳저곳에도 다 파는 기념품인 줄 알고 다음 도시에서도 살 수 있을 줄 알았던 이탈리아에서 작은 기념품이 생각난다.  우리 나라에서는 강원도나 제주도의 선물샵에서도 꼭 같은 기념품을 살 수 있는데 말이다...  

강원도나 제주도나 꼭 같이 방문객을 맞는 친절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도 싶고, 

파리나 로마처럼 도시 인구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 떄문에 결코 친절하지 않은 곳과는 사뭇 다른 에든버러의 모습이 사랑스럽기조차 하다.  

 

다른 사유의 이유로 나도 에든버러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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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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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견디기 힘들었다.

견디기 힘들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당신에게는 언제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이 찾아오고,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에 짓눌리고, 당신은 허둥댄다. 허둥대며 정상적인 호흡법을 잃는다. 
 

허둥대는 동안, 당신은 그저 들이킬 뿐이다. 세상을 다 빨아들일 것처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 한구석 숨어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숨을 들이키고 또 들이킬 뿐이다.

당신이 더 들이킬수록, 당신은 더 무거워진다. 침잠하고 침잠한다. 당신이 서서히 침잠하는 그곳, 그곳에 아무 것도 없다. 오직 암흑뿐이다. 당신은 절망한다. 끝이라 생각한다. 점차 들숨조차 불가능해진다. 당신은 회복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바닥에 닿는다. 바닥에 닿고 나서야, 닿는 순간의 반동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가느다란 숨이 당신의 기도를 뚫고 나오기 시작한다. 그제야, 어렵사리 당신은 오래전 호흡법을 기억해내기 시작한다.

들숨과 날숨

당신은 살고 싶어진다. 당신을 살리고 싶어진다. 그것은 지나가는 사람이었을 뿐. 그것은 지나가는 사건이었을 뿐. 조금은 비열하고 조금은 이기적이며 그렇기에 적나라하게 생존에 충실해질 수 있는 그 순간, 당신은 자맥질하기 시작한다. 위로, 위로, 수면을 향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최초로 두 눈이 수면 밖 세상을 향할 때, 당신은 안도한다. 세상이 거기 그대로 있다. 아연하게, 깨닫는다. 당신이 해저에서 짓눌려 있을 때나, 수면 위로 떠올라 있을 때나, 세상은 그저 <거기>에 있었다. 당신에게는 언제라도 세상에 대한 태도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

생존에 충실한 자는 나아가기 마련이다. 세상을 향해, 주어진 아직 남은 시간을 향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낯섦을 이기고, 자석처럼 등짝에 들러붙은 무기력을 이긴다. 새 출발을 위한 팡파르는 없다. 대단한 응원도 없다. 당신은 현기증을 느낀다. 혼곤한 피로를 느낀다. 그러나 차분하다. 바닥에 발이 닿았을 때의 차가운 느낌을 기억할 뿐이다. 그 차가움이 머리까지 차갑게 식혀주었음을 느낄 뿐이다.

이제 당신은 매우 먼 곳까지 시계가 훤하다. 두 팔을 뻗어 헤엄을 시작한다. 한 번의 내뻗음이 두 번의 내뻗음으로 이어지고, 두 번의 내뻗음이 세 번의 내뻗음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 내뻗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당신은 아직 알지 못한다. 아직 알고 싶지 않다. 들숨과 날숨이 좋을 뿐이다. 움직임이 좋을 뿐이다. 다시 더워지는 심장이 좋을 뿐이다.

당신이 아는 것은 다만 이것, 어떻게든 또...살아진다.

더워진 심장은 이제 가까운 뭍에서 쉬고 싶어하지 않는다. 살아 있음을 더 오래, 더 진하게 확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가장 먼 뭍으로 향한다. 가장 멀고, 가장 뜨거운 뭍에 절망으로 식었던 발을 데고 싶다. 아주 잠깐 뒤돌아 볼까 하지만, 그뿐이다. 당신은 그대로 앞으로 간다.

한 쳅터가 끝이 난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다. 늘 멀어진 끝은 차고, 다가가는 시작은 따뜻하다.
.
.
.
.
.
그래서 나는 아프리카로 갔다.
- 프롤로그 솟아오르기 中 004-005p  

 
이 책은 그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바쁜 일상에 언뜻 봐도 두꺼운 분량이라 편하게 잡히지 않았다.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다 이번 기회에 잡고 앉아 읽기 시작했는데,
이 프롤로그에서 먼저 먹먹해진다.

어떻게든 또...살아진다.

 

그래
그래서
아프리카로 가는 구나...! 
 

그러면서도 용맹함의 상직이었던 부족인 마사이족이 이제는 더이상 용맹과는 거리가 멀고, 사파리를 온 사람들 덕분에 동물들이 먹여살리는 이야기에는 씁씁했고, 한편으로는 아슬아슬 부분이 꽤나 많았다. 특히, 고아원을 운영한다는 던과 댄을 만나고
동아프리카로 갈 때부터 들고 다녔던 풍선과 학용품, 모기장과 헌 옷가지를 가지고 우간다의 서남쪽 부뇨니의 고아원 방문을 할 때는....
결국 '이럴 수가' 싶을 정도로 호의의 마음이 바뀌어 버리게 만드는 일 등 말이다.

엔테베로 돌아갔다. 부뇨니에서 국경을 넘어 르완다로 가서 제노사이드 추모관을 방문하고 고릴라 트레킹을 하려던 애초의 계획은 접었다. 금전과 시간이 두루 문제가 되었으나, 무엇보다도, 닭 사건 이후 친구를 만들 수 없다는 그곳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궁금하다는 것은 일상을 넘어서는 에너지로 새로움을 끌어안을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닭 사건을 마지막으로 배터리는 또 방전되었다. 휴식과 정리가 필요한 순서였다.

모든 여행마다 배터리가 방전되고 충전되는 주기가 있다. 방전될 때 여행자는 길 잃은 미아가 되고 충전될 때 이름 없는 철학자가 된다. 동아프리카의 주기는 유난히 짧았다. 감격의 눈물이 흐르는 신의 정원과 피로한 창녀들의 춤, 고원의 푸른 내음과 용광로처럼 들끓는 먼지, 시계가 멈춰버린 여유와 단돈 2500원에 목숨을 내던지는 제리캔맨, 아이의 토사물을 견디는 형제애와 눈도 깜짝하지 않는 거짓말, 마음을 씻어 주는 호수와 호숫물에 담근 피 흘리는 발...... 아프리카는 특유의 생명력으로 몇 번이나 배터리가 과열될 만큼 에너지를 채워주었다가도 또 특유의 만만치 않음으로 배터리를 방전시켰다. 매력이 넘치지만 다루기 힘든 애인처럼, 가장 아름다움과 가장 고달픔을 숨차게 번갈아 보여주었던 것이다. 찬란한 자연 속에 놓인 극빈이란, 여행자를 꼭 끌어안았다가 서슴없이 내치는 일이었다.

배터리는 초고속으로 충전되었다가 초고속으로 방전되었다.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전력난을 겪는 곳이란 걸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아프리카, 그 잦은 방전과 충전 中521-522p

잦은 방전과 충전을 거듭하며 아프리카를 다녀간다. 또 그녀와 동아프리카 여행기을 다녀오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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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다녀온 사람은 파리를 그리워하기 마련입니다. 뉴욕에 다녀온 사람은 뉴욕을 그리워하기 마련이지요. 그곳에 두고 온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아프리카에 다녀온 사람은 자꾸만 ‘지구’를 생각합니다. 지구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그곳에 용케 남겨진, 두리가 버렸으되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생각하고, 그곳에 슬프게 남겨진, 우리가 조금 더 기름지기 위해 앗아온 것들의 상흔을 생각합니다. 그것들이 치유되고 회복된 미래를 기원하게 됩니다. 
 

당신은 그렇게 아프리카라는 진한 매캐로 지구와 연결됩니다. 네 번째 단계로 들어서는 것이지요. 이제 행도운 바로 옆방의 문을 두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이 두드리지 않아도 지구는 크게 변하기 않겠으나, 두드린다면 분명 더 이로운 곳이 되겠지요.


시작은 아무래도 좋겠습니다.

저처럼 한낱 일상에 지쳐 떠난 자도, 사파리의 낭만을 꿈꾸며 떠난 자도,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말씀드렸다시피 모두 평범해지니까요. 우리 내면의 뜨겁고 차가운 꿈틀거림들이 극진히 실험받고 여과되어 지구를 생각하는 당신으로 탈바꿈되니까요.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지금 마음의 길을 잃어 먼 곳으로 떠나려 한다면, 아프리카를 권하겠습니다. 
 

꼭 저처럼 못난 당신, 지구를 업고 돌아오겠어요.
에필로그 중 549p
 
 
이렇게 지구를 업고 돌아올 수도 있어진다. 언젠가 내가 아프리카에 관한 책을 읽고 그랚던 것처럼 다시금....

폴레폴레(천천히 천천히) 읽어야하는, 폴레폴레 읽어지는 책.   

 

1
여행에도 단계가 있다.

1단계, 새로운 곳에 가서도 거울을 보듯 ‘나’만을 보는 것.
2단계, 나를 떠나 ‘그곳’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3단계, 그곳에 있는 것들과 ‘관계’를 맺는 것.
4단계, 내 것을 나누어 그곳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
에필로그 중 546 p

나는 어떤 여행의 단계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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