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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평점 :
먼저 드는 생각
와우!! 부럽다.
학교 다닐 때 없는 용돈으로 LP를 사러 다니면 어머님 하시는 말씀!
“좋은 음악 들으려면 좋은 집만 필요한 게 아이다. 방음 장치도 있어야 하고, 너 돈 꽤나 벌어야겠다.” 하시며 기를 죽이셨는데, 그 꿈의 장소가 이런 ‘지구 위의 작업실’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중요한 건 혼자 숨 쉴 공간이었다. 멍하게 면벽하고 시간 죽이는 것도 작업이다. 나만의 비밀 공간에 틀어박히는 것. 누군가는 그것을 현대인의 로망이라고 표현했다.
28p
나의 로망이기도 하다. 그 현대인의 로망을 실현하고서 ‘도대체 왜 사는지,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지, 이런 사춘기적 질문들과 마주하느라 작업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행동은 커피를 볶아 마시고, 오디오 건사하고, LP 닦아 트는 일인데 그걸로도 한 생애가 흘러’(prologue 中) 가는 꿈 같은 현실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두 개 있던 창문도, 스프링클러도 다 막아버리고
게다가 거의 프로급의 커피에 관한 이야기도 그 로망을 다시금 회상하게 했다.
그의 말처럼 ‘하이소사이어티 쪽은 애시당초 인연이 없지만 쳐다보지도 않고 관심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내 결사의 세 분야 오디오, 음반, 커피만은 끝장까지 가야한다.(쓸쓸한 날에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나는 커피를 볶는다 中 94p)'
몰리라니(이태리), 일리 , 포티올리, 커피명가(국산)
생두 - 에티오피아 모카하마르 G5. 네팔 굴미 오르가닉, 모카 예가체프, 탄자니아 AA 키보
(북아프리카)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모카 하라 G-5, 모카 시다모, 케냐AA,
(남미)과테말라, 콜롬비아 수프리모, 코스타리카 따라쥬 두타, 브라질 옐로 버본
(동남아)수마트라 만델링, 인디아 몬순드 말라바AA, 토라자 칼로시
브라질 산토스, 로스 쿠초스, 휠라 에스페셜, 티피카, 쿠바TL
등장하는 원두의 이름들만 봐도.....와우.....정말, 끝장까지 가신 모양이다.
게다가
기타 커피 관련 이름들...
스위스마르 알펜로스터, 이맥스(국산), 사이폰, 제네카페, 아이로스터
그룹스, 브라운 버 방식 자센하우스
칼리타사 무쇠 그라인더 나이스컷밀
란칠리오의 록키 모델. 마캅. 가찌아 MDK. 라 파보니의 JDL 졸리(이태리)
파에마 S1. 이소막의 헥사곤, 가찌아-파로스, 베이비, 클래식, 아킬레
커피도 제대로 먹으려면 너무 힘들다...ㅠ.ㅠ.
오디오 부분은 더더욱 힘든 용어들이라 힘들게 읽었지만...아무튼...
마음만 젊으면, 마음만 젊으면 무엇이라도! 지금 미국에서는 알파노인들이 화제다. 방송 앵커의 전설 월터 크롱카이트가 91세에 현역으로 복귀했고 팔십대의 현역 앵커 바바라 월터스 할머니는 심지어 여전히 예쁘고 때깔 곱다. 그런데 그것이 멋진가?
늙어도 늙지 않는 무모와 열정이 징글징글하게 느껴지는 기분은 왜일까. 때가 되면 번식으로 후사를 도모하고 사라지라는 유전자의 사명에 어긋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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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장이라니! 이제 컬렉터의 컬렉션질을 새로 정의한다. 그것은 늙어도 늙지 않는 징글징글한 질병! 그러니까 영원한 젊음이다.
- 3만장, 늙어도 늙지 않는 징글징글한 질병 中 50-51p
LP 3만장에 CD 4천장을 모은 징글징글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김갑수와 아름다운 사람들'에게만 말고, 줄라이홀이 공개될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자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