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그의 책을 사서 읽었던 때가 생각난다. 뭔데 베스트에 자꾸 뜨지? 했었는데, 이제 그의 새 책이 나오면 궁금하다. 얼마전 그의 첫 소설 ‘스키다마링크’와 최근 작 ‘종이 여자’를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고 ‘눈이 번쩍!’^^해 꺼내들었다.

역시나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이 속도감이 난다.

 

크리스마스 연휴의 복잡한 JFK 공항에서 휴대폰이 바뀌게 되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요리사 조나단과 파리서 일하고 있는 플로리스트 매들린이 휴대 전화기 때문에 서로의 사생활을 일부 알게 되고 궁금해 하다가 좀더 깊숙이 사생활에 관여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휴대폰이 없으면 생활이 곤란한 현대의 시대에 있을 법한 이야기에, 조금 우리나라 드라마 같은 뮈소의 분위기-우연이 너무 겹치는-가 잘 어우러져 흥미롭게 진행된다.

 

매들린은 스스로 백기를 들고 새로운 감정에 투항했다. 낙하산도, 탄력 좋은 로프도 없이 허공으로 뛰어내릴 때의 아찔한 느낌이 밀려 왔다.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다시금 떠올렸다. JFK공항에서 우연히 몸을 부딪치지 않았더라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수로 휴대폰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30초만 일찍, 혹은 30초만 늦게 카페에 들어갔더라면 그와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 사람을 그 자리에 있게 한 건 바로 운명의 힘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운명을 일컬어 ‘천사의 부름’이지, 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25 잠들지 않는 도시 中 314P

 

플로리스트의 과거인 매들린의 런던 경찰 시절을 마감하게 했던, 앨리스 딕슨 사건과 생生의 마감을 하려던 순간에 조나단을 도와줬던 소녀의 이야기가 액자소설처럼 들어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으면서 연결되어 있는 운명(‘천사의 부름’) 같은 존재와 연관된다니..

 

운명은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것일까?

운명은 어떻게 해도 만나지는 걸까?

 

아무튼 이번 책은

뮈소의 첫 책처럼 추리기법도 있고,

여지껏 그의 책들처럼 달콤한 로맨스도 함께 있어 더욱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라톤에 관련된 에세이라고 많이 홍보가 되었다.

물론 제목이 마라톤과 관련되는 내용에서 뽑아졌고, 엔딩 파트가 마라톤에 관한 내용이 집합체이긴 하다.

하지만 이 책 그렇게만 회자回刺된다는 건 많이 아쉽다.

 

요즘 복고풍 복고풍이라 하면서

영화나 드라마나 많이 나온다.

7080이라 하면서 음악도 장르도 다양하다.

 

김연수 작가는 70년생이면서 80년대 학번에 묘하게 걸쳐 있고, 대학 전 생활을 경북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조금 더 다양하게

읽힌다. 언젠가 다큐에서 창작하는 이들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었는데, ‘스물에 나이었으면 못 표현했을 것이, 지금의 나이에서는 표현을 잘 할 수 있다’라는... 작가도 40대가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난 입담으로 또 공감도를 높여준다.

 

젊은 사람이 몇십 년을 더 살게 된다면 아마도 늙은이가 될 것이다. 이게 별일도 아닌 것 같은데, 가끔씩은 좀 놀랍기도 하다. 그 몇십 년이라는 게 지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쏜살같이 사라진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내가 마르코 폴로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서 감옥에 갇혀서도 지루할 틈이 없이 지난 생애를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었대도 억울하진 않을 텐데, 그럴 리 만무. 해서 마르코 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삶을 살아 보자고 매 순간 다짐하는데도 그게 쉬운 일 만은 아니다.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中 16p

 

삶의 수많은 일들을 무감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순식간에 노인이 될 것이다.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행복하해고 괴로워하라.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中 21p

 

진짜 인생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게 진짜 인생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뜻하지 않은 폭설이라면 최고의 인생이리라.

해삼물, 운하, 맥주, 친구 中 70p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누구나 절반은 이미 러너인 셈 中 83p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는 헤드폰을 끼고 배낭을 맨 채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가던 노인을 본 일이 있었다. 잘 타더라. 리스본에서는 젊은 연인들 옆에 혼자 앉아서 우아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백발의 할머니도 봤다. 오래 산 사람과 그보다 덜 산 사람이 서로 뒤엉켜 살아가되 오래 산 사람은 덜 산 사람처럼 호기심이 많고, 덜 산 사람은 오래 산 사람처럼 사려 깊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롤러블레이드 할아버지, 에스프레소 할머니 中 126-127p

 

너무나 콕콕 마음에 닿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뭐랄까

한 번씩 내게는 좀 힘들다 싶으면서도 ‘어? 이 감독?’, ‘어? 이 작가?’ 하면서 대한 새 작품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근처를 서성이다 접하게 되는 감독이나 작가가 있는데 내겐 김연수 작가도 사실 그러하다.

이렇게 쓰게 되면 책 중에도 이런 독자들에 대한 비난 아닌 비난이 있던데, 나도 그 비난에 일조한다.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들에서 더 매력을 느낀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잡식처럼 듣는 내게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작가는 덕분에 한 곡, 한 곡마다 얽힌 추억의 냄새가 있다는 건 축복일 거 같다.

 

2부 ‘생맥주, 취한 마음, 호시절의 마라톤맨’으로 넘어가면서 그의 소설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왜 나는 그의 소설이 그렇다고만 인식하고 있을까?) 위트 있는 글솜씨가 드러난다.

우주선 어쩌고 하는 마라톤과 관계된 글들이 많아서 일까? 삶 전체를 관조하는 듯한 특히 ‘2009년 하늘의 목록’부분에서부터 더 인상적이다.

 

‘한 번 더 읽기를 바라며 쓰는 글’

대박

반드시

한 번 더 읽어야하는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 네팔 트레킹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김남희 글.사진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도 운동을 하지 않아 운동 소리를 하면 ‘난 그냥 malling족族이나 할래’하고 마는

 

에베레스트 등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지구라는 별에서 제일 높은 산이어서 굳이 오르고 싶은 걸까?

싶을 때가 있다.

같이 올라갔던 동료를 얼음덩이 같은 산에 묻고 돌아오는 이야기를 들을 때나

동상에 걸려 결국 자신의 사지四肢를 자르고서도 다시 오르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이 책에도 오스트리아인 로버트에 관한 이야기가 비슷하다.

 

까탈스러운 여자의 네팔 트레킹은 뭐랄까? 조금 다르긴 하다. 일단 일반인(?^^)이 하는 트레킹이라고 할까? 해발 2,000에서 4,5000 미터 사이를 주로 걷는 트레킹 코스인데, 심지어 김남희씨도 랑탕·코사인쿤드 트레킹 구간은 심지어 포터나 가이드 없이 혼자서 트레킹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산병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 가능할까? 싶었는데 ‘비스따리 자누스(천천히 가라)’만 지키면 고도 적응도 힘들지 않은 듯 하고, 한국의 여러 산들과 비교해 나오는 걸 보면 난이도가 그다지 힘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 밥 먹기가 몹시 힘들어진다. 우선은 야채를 씻어서 조리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감자, 양파, 양배추····· 종류에 관계없이 전부 껍질만 벗기고 그대로 쓴다. 행주로 쓰고 있는 걸레를 본다거나, 세제를 푼 대야에 한 번 담갔다 빼는 게 전부인 설거지, 야채와 고기 및 모든 재료를 닦지도 않은 칼 하나로 요리하는 광경 등등 이런 걸 보고 나면 화기애애한 식사 분위기 조성이 힘들어진다. 또 음식의 유통기한이나 신선람, 위생을 따져서도 안 된다. 우리가 먹었더 수프도 유통기한이 6개월 넘게 지났고, 통조림 과일 역시 깡통 껍질이 다 벗겨지고 찌그러들어 생산년도를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명랑한 식사 문화 건설을 위해 비위가 약한 분들은 절대 부엌에 들어가지 말 것! 도무지 풀 수 없는 수수께끼 하나는 조리과정을 이토록 간략히 함으로써 조리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될 만도 한데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평균 대기시간이 한 시간이라는 사실.

"포터를 동물처럼 다루어선 안 돼!“ 中 84-85p

 

물론

이런 충격적인 부엌 이야기도 있고, 14일간이나 머리를 감지 못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이야기도 있고, 독일인에게 “포터를 동물처럼 다루어선 안 돼!‘ 코너에서 함께 가는 포터를 배려하지 못한 것처럼 되어 혼줄이 나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암튼,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왜? 떠날까? 하는 의문은 그의 일정을 따라 가면서도 계속 든다.

 

산을 오르는 이의 고독감을 상상해본다. 등반이라는 행위는 오직 자신과의 싸움일 뿐,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하는 철저히 고독한 길이다. 죽음의 공포와 맞서 싸워야 하고, 지독한 외로움과 손잡아야하는 등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죽음까지 감당해야만 하는 냉혹한 행위.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건 결국 자신에 대한 재발견과 긍정이 아닐까.

여행은 인생이라는 차의 엔진 같은 거야 中 170p

 

왜 이런 일을 할까? 싶다.

그런데 ‘Because it is there"(65p)이라니.

 

물론 이 높은 곳에서도 사람들이 산다.

트레킹을 하는 이들 덕분에(??) 먹고 사는 네팔인들. 돈을 구걸하는 아이들. 게스트 하우스를 할 목표를 향해 등산화 한 켤레 제대로 신지 못하고 일하는 포터들까지....

 

부록 ‘네팔 트레킹을 떠나요!’에 여성분이어서인지 아주 상세하게 가이드를 하고 있어 네팔 트레킹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기욤 뮈소의 책처럼 김남희씨의 책들을 보면 한 장 한 장 바뀔 때마다 인용구가 매우 인상적인데,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자들 아니 배낭여행자들의 성지 같은 곳이라면 방콕의 카오산 로드 같은 곳을 들 수 있겠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제2의 도시다. 하지만 전체 인구는 고작 4만 명에 불과하다. 시내에 살고 있는 상주인구는 8천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마을과 다름없다. 믿지 않겠지만 상주인구가 8천명 밖에 되지 않는 ‘제2의 도시’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어쩌면 100미터를 16초에 달리는 국가대표 스프린터가 지구 어느 곳에서 묵묵히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과 같다. 어쨌든 그는 국가대표이고 루앙프라방은 제2의 도시인 것이다.

시간을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 中 32p

 

이렇게 작은 도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도 동남아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의 또다른 성지 같은 곳인가 보다. 자주도 듣던 지명인데 이 책에서 루앙프라방에 대해 제대로 느껴본다.

 

사막 여행을 하면 다들 밤 하늘의 별 세상에 빠지던 이야기들을 여행기에서 많이 봤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중국 남서부 국경과 가까운 라오스 북쪽의 작은 마을 므앙씽이라는 ‘아름다운 별’ 나라에도 가보고 싶어졌다.

 

수백 년 간 자리를 지키는 솜사Somsa 나무를 보러 루앙프라방에 가보고 싶다.

 

책의 말미 Postscript 당신을 위한 루앙프라방적인 문장들이 있다.

그의 다른 책에서 봤던 글이었을까? 조금은 낯익은데 아무튼 작은 사진들과 함께 괜찮은 글귀들이 많은데 활자가 너무 작아 아쉽다.

 

이번에도 그의 책은 사진도 글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라는 부제 답게 더운 지방에서 느껴지는 오후 두 시쯤의 느낌이랄까.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되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여행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테오의 여행테라피
테오 글.사진 / 예담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스트 테오의 세 번째 책이다. 블로그를 통해 보던 여러 책의 작업 중에서 보던 책이 아니라 세 번째 책이 이 책일 줄은 몰랐다. 어쨌든 작년부터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던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역시나 조근조근 다정하게 이야기해주는 그의 여행 테라피에 관한 장소들은 꼭 한 번 가봐야하지 않을까 싶게 한다.

 

물론 무릇 여행이라는 것이

여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테라피가 된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

정말 이런 곳들을 가며 정말 치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맨 처음의 여행지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 아르헨티나 탱고 마을 ‘보카’를 방문해 일주일 동안 탱고 배우기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힐링 여행에 관한 책을 한 권을 봤는데 테오의 책이라 한국의 여러 곳(좀더 쉽게 떠나보기의 실현 가능한 곳?^^)도 같이 나와 있어 더욱 반갑다.

가고 싶지만 너무나 먼 아르헨티나나 남아프리카, 볼리비아 등이 있긴 하지만, 서울의 삼청동 거리나 남산, 하늘 공원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장소도 많고 테오가 사랑하는 곳인지 침사추이와 디즈니랜드의 홍콩도 두 번이나 나오고, 중국, 일본, 태국 등 동남아시아가 많이 나오니 제일 먼저 ‘무작정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때’가는 치유의 장소 인천공항 출국 라운지 카운터 D라도 방문해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