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도 운동을 하지 않아 운동 소리를 하면 ‘난 그냥 malling족族이나 할래’하고 마는
에베레스트 등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지구라는 별에서 제일 높은 산이어서 굳이 오르고 싶은 걸까?
싶을 때가 있다.
같이 올라갔던 동료를 얼음덩이 같은 산에 묻고 돌아오는 이야기를 들을 때나
동상에 걸려 결국 자신의 사지四肢를 자르고서도 다시 오르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이 책에도 오스트리아인 로버트에 관한 이야기가 비슷하다.
까탈스러운 여자의 네팔 트레킹은 뭐랄까? 조금 다르긴 하다. 일단 일반인(?^^)이 하는 트레킹이라고 할까? 해발 2,000에서 4,5000 미터 사이를 주로 걷는 트레킹 코스인데, 심지어 김남희씨도 랑탕·코사인쿤드 트레킹 구간은 심지어 포터나 가이드 없이 혼자서 트레킹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산병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 가능할까? 싶었는데 ‘비스따리 자누스(천천히 가라)’만 지키면 고도 적응도 힘들지 않은 듯 하고, 한국의 여러 산들과 비교해 나오는 걸 보면 난이도가 그다지 힘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 밥 먹기가 몹시 힘들어진다. 우선은 야채를 씻어서 조리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감자, 양파, 양배추····· 종류에 관계없이 전부 껍질만 벗기고 그대로 쓴다. 행주로 쓰고 있는 걸레를 본다거나, 세제를 푼 대야에 한 번 담갔다 빼는 게 전부인 설거지, 야채와 고기 및 모든 재료를 닦지도 않은 칼 하나로 요리하는 광경 등등 이런 걸 보고 나면 화기애애한 식사 분위기 조성이 힘들어진다. 또 음식의 유통기한이나 신선람, 위생을 따져서도 안 된다. 우리가 먹었더 수프도 유통기한이 6개월 넘게 지났고, 통조림 과일 역시 깡통 껍질이 다 벗겨지고 찌그러들어 생산년도를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명랑한 식사 문화 건설을 위해 비위가 약한 분들은 절대 부엌에 들어가지 말 것! 도무지 풀 수 없는 수수께끼 하나는 조리과정을 이토록 간략히 함으로써 조리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될 만도 한데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평균 대기시간이 한 시간이라는 사실.
"포터를 동물처럼 다루어선 안 돼!“ 中 84-85p
물론
이런 충격적인 부엌 이야기도 있고, 14일간이나 머리를 감지 못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이야기도 있고, 독일인에게 “포터를 동물처럼 다루어선 안 돼!‘ 코너에서 함께 가는 포터를 배려하지 못한 것처럼 되어 혼줄이 나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암튼,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왜? 떠날까? 하는 의문은 그의 일정을 따라 가면서도 계속 든다.
산을 오르는 이의 고독감을 상상해본다. 등반이라는 행위는 오직 자신과의 싸움일 뿐,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하는 철저히 고독한 길이다. 죽음의 공포와 맞서 싸워야 하고, 지독한 외로움과 손잡아야하는 등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죽음까지 감당해야만 하는 냉혹한 행위.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건 결국 자신에 대한 재발견과 긍정이 아닐까.
여행은 인생이라는 차의 엔진 같은 거야 中 170p
왜 이런 일을 할까? 싶다.
그런데 ‘Because it is there"(65p)이라니.
물론 이 높은 곳에서도 사람들이 산다.
트레킹을 하는 이들 덕분에(??) 먹고 사는 네팔인들. 돈을 구걸하는 아이들. 게스트 하우스를 할 목표를 향해 등산화 한 켤레 제대로 신지 못하고 일하는 포터들까지....
부록 ‘네팔 트레킹을 떠나요!’에 여성분이어서인지 아주 상세하게 가이드를 하고 있어 네팔 트레킹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기욤 뮈소의 책처럼 김남희씨의 책들을 보면 한 장 한 장 바뀔 때마다 인용구가 매우 인상적인데,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