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라톤에 관련된 에세이라고 많이 홍보가 되었다.

물론 제목이 마라톤과 관련되는 내용에서 뽑아졌고, 엔딩 파트가 마라톤에 관한 내용이 집합체이긴 하다.

하지만 이 책 그렇게만 회자回刺된다는 건 많이 아쉽다.

 

요즘 복고풍 복고풍이라 하면서

영화나 드라마나 많이 나온다.

7080이라 하면서 음악도 장르도 다양하다.

 

김연수 작가는 70년생이면서 80년대 학번에 묘하게 걸쳐 있고, 대학 전 생활을 경북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조금 더 다양하게

읽힌다. 언젠가 다큐에서 창작하는 이들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었는데, ‘스물에 나이었으면 못 표현했을 것이, 지금의 나이에서는 표현을 잘 할 수 있다’라는... 작가도 40대가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난 입담으로 또 공감도를 높여준다.

 

젊은 사람이 몇십 년을 더 살게 된다면 아마도 늙은이가 될 것이다. 이게 별일도 아닌 것 같은데, 가끔씩은 좀 놀랍기도 하다. 그 몇십 년이라는 게 지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쏜살같이 사라진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내가 마르코 폴로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서 감옥에 갇혀서도 지루할 틈이 없이 지난 생애를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었대도 억울하진 않을 텐데, 그럴 리 만무. 해서 마르코 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삶을 살아 보자고 매 순간 다짐하는데도 그게 쉬운 일 만은 아니다.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中 16p

 

삶의 수많은 일들을 무감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순식간에 노인이 될 것이다.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행복하해고 괴로워하라.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中 21p

 

진짜 인생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게 진짜 인생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뜻하지 않은 폭설이라면 최고의 인생이리라.

해삼물, 운하, 맥주, 친구 中 70p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누구나 절반은 이미 러너인 셈 中 83p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는 헤드폰을 끼고 배낭을 맨 채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가던 노인을 본 일이 있었다. 잘 타더라. 리스본에서는 젊은 연인들 옆에 혼자 앉아서 우아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백발의 할머니도 봤다. 오래 산 사람과 그보다 덜 산 사람이 서로 뒤엉켜 살아가되 오래 산 사람은 덜 산 사람처럼 호기심이 많고, 덜 산 사람은 오래 산 사람처럼 사려 깊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롤러블레이드 할아버지, 에스프레소 할머니 中 126-127p

 

너무나 콕콕 마음에 닿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뭐랄까

한 번씩 내게는 좀 힘들다 싶으면서도 ‘어? 이 감독?’, ‘어? 이 작가?’ 하면서 대한 새 작품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근처를 서성이다 접하게 되는 감독이나 작가가 있는데 내겐 김연수 작가도 사실 그러하다.

이렇게 쓰게 되면 책 중에도 이런 독자들에 대한 비난 아닌 비난이 있던데, 나도 그 비난에 일조한다.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들에서 더 매력을 느낀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잡식처럼 듣는 내게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작가는 덕분에 한 곡, 한 곡마다 얽힌 추억의 냄새가 있다는 건 축복일 거 같다.

 

2부 ‘생맥주, 취한 마음, 호시절의 마라톤맨’으로 넘어가면서 그의 소설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왜 나는 그의 소설이 그렇다고만 인식하고 있을까?) 위트 있는 글솜씨가 드러난다.

우주선 어쩌고 하는 마라톤과 관계된 글들이 많아서 일까? 삶 전체를 관조하는 듯한 특히 ‘2009년 하늘의 목록’부분에서부터 더 인상적이다.

 

‘한 번 더 읽기를 바라며 쓰는 글’

대박

반드시

한 번 더 읽어야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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