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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 작가와 함께 떠나는 감성 에세이
조정래.박범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4월
평점 :
책상 한 켠에는 그동안 모아둔 낙타와 예수님과 부처님의 사진이 함께 놓여 있다. 살아가기 고통스럽고 힘겨운 곳에 살고 있는 낙타라는 존재가 어쩌면 나와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기외가 되면 낙타를 하나둘씩 사 모았다.
사진으로 놓아둔 예수의 얼굴은 밝고 투명해서 좋아한다. 그리고 그 옆에 일본에 있는 반가사유상은 미소가 참 좋다. 두분이서 서로 친하게 지내시라고 이렇게 한 공간에 마주하고 놓아 두었다. 와불님도 일어나셔서 예수님하고 이야기도 좀 하시라고.....
모아두다 中 447p
이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작가들이 여행을 가는 대단한 프로젝트라니...싶으면서도 사실 전에도 작가들의 여행이야기만으로 엮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어 이 책도 그럴까? 하고 망설였는데 기우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여느 여행 책과 다른 것은, 작가의 문학의 창고 내지는 모태가 되는 서재를 먼저 둘러보고,(내 주변에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종교문제로 시끄러운 모습들을 보고나니 이 서재가 제일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의 호흡을 알 수 있는 글이 직접 나와 좋다.
추억은 의미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기억된다. 의미를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뛰는 느낌에 끌려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의미를 따르는 삶보다 느낌을 만끽하는 삶이 어쩌면 더 즐겁지 않을까?
351p
한 번 간 길을 다시 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용기만이 아니다.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그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각오가, 오직 나와의 다짐이 필요한 것이다.
346p
그들의 고향이었거나, 문학의 고향인 장소를 지인知人들과 함께 하며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어 편하게 읽힌다. 직접적 영향이 있었던 곳도 있고, 때로는 그 지역을 가면 가봐야 하는 곳들도 1박2일, 길어도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함께 다녀보는데 제법 여러 곳을 두루 살펴본다. 물론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고 맛집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글의 끝에 작가가 둘러본 시간 순서대로 여행에 관한 팁도 간결하지만 제대로 나와 있다.
기획이 언제 되어 진행되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함께한 사진들이 모두 늦가을과 겨울이라 조금 쓸쓸한 풍경이긴 하다.
완도, 부안, 양양, 김제, 안동, 영양, 진해, 울진, 강릉, 거제, 단양, 평창, 상주, 화순, 강진, 군산 작가들이 떠난 이 곳들 중 한 곳도 안 가본 곳은 없지만, 누구랑 가느냐? 누가 가느냐?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인데, 다시 한 번 그들처럼 떠나볼 수 있으면 한다.
여행은 즉흥시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재미도 감흥도 사라진다. 바람이 데려다 준 어느 곳에서, 언젠가 내 흥에 취해 보다. 들판, 하늘, 바람은 여행자에게 뜨거운 피를 흐르게 한다.
43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