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지은 남자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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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괴도 뤼팡이나 셜록 홈즈에서 시작된 추리소설에 탐닉하는 버릇은 아가사 크리스티를 지나,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물에서 시작된 법정 드마마들이 순례가 앨러리 퀸에서 절정을 이루다가 잠시 멈칫 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추리소설(역자의 내용에선 추리소설이란 좁은 범주란다. 법정 소설이란 말이 맞다고 하지만 아직 익숙치 않아서)이란 말에 끌리는 病은 어쩔 수 없었는지 알라딘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이 <미소지은 남자>였다.

초창기엔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처럼 멋지게 차려입은 주인공들이 많다가 - 물론, 여기엔 뤼팡의 펄럭이는 망토나, 셜록 홈즈의 모자며 지팡이까지 갖춘 완벽한 영국신사 차림도 포함된다^^ - 다이하드의 런닝셔츠 바람에 엄청 욕을 쏟아 부어대며 적에 대항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시기로 넘어가더니, 이 책의 주인공 쿠르트 발란더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영화 다이하드의 주인공 존 맥클레인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뭐 런닝셔츠 바람이란 건 아니지만, 어찌 '완벽'해 보인지 않는 허술한 느낌-일테면, 알콜 중독에다가, 업무중 사망사고로 인한 휴직이나, 개인적 삶의 행태까지도-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런 걸 인간적 측면을 강조했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용의자는 나타나 있고, 살인 사건의 현장에 흩어진 잔잔한 조각(예를 들면 부러진 의자 다리 한쪽, 사고차량에 남겨졌던 플라스틱 용기, 변호사 사무실의 협박편지 등등-)들을 펴놓고도 끼워 맞추기 힘든 퍼즐처럼 갖고선 책의 종반부에 이를 때까지 가지고 간다.

처음부터 널부러져 있는 조각에다가 책의 첫머리에 나와있는 말

'우리가 진실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위대한 인물들의 부도덕함이 아니라, 인간이 자주 부도덕함을 통해 거대한 존재로 부상한다는 사실이다.' - 토크빌(프랑스의 역사철학자)

에 모든 것이 밝혀져 있지만, 그럼에도 미소지은 남자 - 알프레드 하더베리의 존재는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결정적인 사건의 해결도 결국은 범인인 하더베리 자신에 의해 밝혀지는데는 좀 허망했다. 그리고, 미소지은 남자를 저지하는 방법은 조금 덜 극적이긴 하지만, 정말 다이하드 2편의 공항이 생각났다.

북구의 우울한 날씨, 황량한 바람 속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룰 받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공항에서 바이바 리파라는 소설속에서 연인으로 나오는 그녀를 기다리는 모습은 일에선 다혈질이지만 인간적인 발란더의 삶의 뒷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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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이광주 지음 / 한길아트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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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국에서는 출판이 비즈니스에 속하나 프랑스에서는 예술을 지향한다. 영국인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지만 프랑스인들은 각자가 구입해서 단골 제본 공방에 맡겨 좋아하는 포장과 디자인을 즐긴다. 영국의 가정에서 책은 한두 중일 동안의 손님에 지나지 않으나 프랑스의 가정에서는 평생의 귀한 벗이다.(115p)

우리네는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책을 안 읽는데, 컴퓨터 통신사용 1위를 차지하게 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요즘의 우리들을 생각하면....

묵독은 악마의 소행(33p)이라던 시절의 이야기하며, 문맹이 많았던 중세 이전에는 성당 자체가 커다란 책이 되어 스테인드 글라스의 그림들이 책이 되는 이야기, 보석으로 아름다운 그림으로 꾸며진 책들의 모습까지...

오늘날에는 종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벨럼', 즉 송아지 가죽이나 양가죽이 쓰였다. 대형『성서』한 권에 210~225 마리의 양이 희생되었다고 하니, 귀족 가문 출신의 수녀가 『성서』한 권의 대가로 넓은 포도밭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48p) 사본 작업은 3백 페이지 정도의 경우 18일 가량 소요되었다. 보통 12명 정도의 사자생들이 나누어서 일했기 때문이다.(28p) 책에 쏟아부은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4세기 즈음에야 개인이 교양을 위해 책을 갖기 시작한 시기인데, 영시의 아버지 초서도 60권의 책을 소유하였다고 하는 데, 당시 20권이면 일반 가옥 두세 채는 소유하였다고 하니.... 유럽 최대의 재벌 가문의 기초를 이룬 코시모 메디치는 장신의 장서로 1441년에 이탈리라 최초의 도서관을(118p) 세운 이야기를 읽으며 문화, 예술에 온 힘을 쏟았던 '역시 메디치가'야 할 만 했다.

서재란 무엇보다도 진리라는 가상의 세계에 열린 금단의 과실을 탐내는 '업'을 짊어진 어리석은 자의 자폐공간이 아닐까.(139p) 라고 하면서도 -이 '결핍'의 시대에 서재는 진정 편안한 귀착지가 될 수 있을까. 1만 권의 서적을 가까이함은 진정 '한 권의 책'을, 그리고 옛 선비의 문방 경상 위 책과 같은 그 한 권을 만나기 위함이거늘, 아직도 그 한 권을 찾지 못한 자괴감을 감출 수가 없다.(140p) -라고 하는 이광주님은 장서광인 아닌가?? ^^ 몰론 이런면서도 책을 열심히 탐닉하며 책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하고, 그 자폐공간인 서재를 갖고 싶어하니.쯧쯧....

그래도 저자가 본받을만한 독서인으로 꼽은 몽테뉴의 '교양인'이 친밀히 사귈 대상으로서 교양있는 신사와 아름다운 숙녀, 그리고 고금의 양서를 든다.(132p)' 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많은 책의 숲을 헤매고 있지만, 이 책도 새겨질『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에 들어갈만 하다. 또 다른 '책의 책'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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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스티븐 C. 런딘 외 지음, 유영만 옮김 / 한언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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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나와 있는 내용처럼 깨어 있는 시간의 75%를 이레 관련된 활동들에-직장에 나가려고 준비하는 시간, 직장으로 가는 시간, 실제로 일하는 시간, 일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간, 그리고 일을 끝내고 긴장을 푸는 시간- 할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ank God It's Friday.' 몰론 우린 '야, 토요일이다.'라고 하겠지만. 이렇게 외치는 일상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꼭 찍어 보여주고 있다.

직장을 찾아 옮겨다니는 것보다 그 직장에서 변화를 꾀하여 활기찬 -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회사에서 메리 제인 라미레즈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새로운 부서에 배치를 받고선 너무나 의욕 없는 분위기의 <유독성 폐기물 더미>라고 불리는 그녀의 부서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을 보고 새로운 전환점을 갖게 된다. 어시장의 상인 로니를 만나 <FISH!>이론을 배워 적용시키는 것이다.

언뜻 간단하게 보이는
1. 나의 하루를 선택하기,
2. 놀이 찾기,
3. 그들의 날을 만들어 주기,
4. 그 자리에 있기 등이다.

결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즐겁고 힘이 넘치며, 스스로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하지만,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나 환경의 변화가 온다 하더라도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마음 없이는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108p)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좀 힘든 일의 뒤끝에 여행으로 피해봤지만, 그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것. 되돌아와도 그 문제는 역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까 말이다.

책 중에 나오는 얘기다. ' 내 인생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하지만 모든 것은 자신이 선택하는 거예요.(111p) 정말 옳은 이야기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라는 것 아닐까? 위 내용이 그닥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쉽다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바꾸려는 의지가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과거는 역사입니다.
미래는 신비입니다.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선물(present)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을 내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생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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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풍수사들
노자키 미츠히코 지음 / 동도원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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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놀라게 하는 내용이 많았던 풍수 관련 책이었다. 먼저 이 글을 쓴 노자키 미츠히코(野崎充彦)교수의 한국 문화에 관련한 유식함에 놀라웠고, 모든 연구에 있어 철저하게 문헌 자료 등을 참고하는 학자적 태도가 대단함을 알았다.

건축과 관련한 풍수 이야기에서 전국 각 지역 17군데의 후보지 중 현재 '독립기념관'의 장소를 정하게 된 이야기 등은 오히려 그의 글을 통하여 처음 앍게 된 뒷이야기들이라 흥미로웠다. 특히, 제1전시관을 보고 느끼는 노자키의 생각은 머리를 치게 만드는 놀라운 얘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고대 아시아 민족 분포도의 설명에 적힌 '일본 민족은 그 형태상 다종족이고, 체질상으로도 차이가 크다. 특히 교토와 나라 지방 주민이 체질상 일본보다는 한국과 상당히 가까운 것은 고대 한국인이 많이 이주했던 것에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121p)라는 글을 읽고 전쟁 전의 일본 황국 사관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이 아니냐고 하는 내용이 있다. 일본이 단일 민족 국가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대륙의 긴 역사를 가진 조선 민족이 단일 민족일 리 없다는 상식이 현재의 한국에서는 별로 통하지 않은 채, 반대로 명확한 근거도 없이 그저 대륙 지향국가(또는 민족) 팽창주의적인 주장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워오던 역사 교육 자체를 부인할 만한 얘기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덧붙여서 이렇게 반문하곤 했다는 데야.... '일본인의 선조가 한반도에서 건너온 것이라면, 일본은 섬나라로서 이민족의 침입이 적은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 쪽이 순수한 한국인의 혈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륙과의 교류가 잦은 한국인 쪽이 잡종일지도 모르겠군요.'(123p)라고 얘기하는 부분에선 이율배반적으로 일본인에 대해 얘기하는 한국인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과 관련이 있는 부분인 단맥설에 관한 부분도 여러 면모로 알아보고는 나오는 얘기가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실시한 것을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여러 이야기들을 종합해 놓은 것을 보며, 당연히 단맥을 위한 쇠말뚝이 아니었나 하고 알고 있더 내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오히려 그가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내 주장이 이러니, 저러니 하지 않고 양택, 음택을 두루 다니며 조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가 만난 한국의 풍수사들은 다들 제각각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면이 많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임응승 신부님이 '신비의 추'를 가지고, 수맥을 찾아다니는 내용도, 부산에 관한 내용 백경귀포(白鯨歸浦)라고 붙인 것은 한국 전통적인 풍수 해석에 있어서는 여지껏 없던 풍수 해석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의아함을 표시하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일본에서 1994년에 출간된 이 책이 왜 이렇게 늦게(2000.3) 출판됐을까 하는 의문점이 있었다. 물론 풍수의 내용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뒤늦은 감이 있었다. 하긴 그렇게 92~94년 사이를 다니다 보니 前 중앙박물관으로 쓰인 조선 총독부에 관해 느끼는 내용도 담겨 있어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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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건들건들 앗, 이건 예술이야! 80
마이클 콕스 지음, 마이크 필립스 그림, 오숙은 옮김 / 주니어김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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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김영사에서 나온 이 시리즈들은 아주 재미있다. 몰래 먹는 과자보다 훔쳐먹는 과자가 더 맛있다고 했던가? 애들이 읽는 책을 뺏어보는 재미가 수월찮다. 특히, 난 과학시리즈보다는 이 '앗, 이건 예술이야'시리즈가 더 좋다. 물론, 역사 시리즈도 재미있긴 하지만.

<수리수리 미술이>의 마이클 콕스의 글이었는데, 가볍게 읽으면서도 건축의 역사와, 세계의 중요 건물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사진이 아니긴 하지만 그 건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그려낸 만화 같은 보충 그림들도 좋았다. 다소 '앗, 세상이 이런 일이'라는 어떤 책의 제목처럼 진기하고, 신기한 듯한 건물 쪽 이야기들의 에피소드에 너무 치우쳐져서 유머나 쇼킹한 뉴스만을 강조한 게 좀 아닌가 싶었지만, 책을 즐겨하지 않는 요즘 애들의 감성에 맞추려 한 게 아니었나 하며 용서(?-^^)하기로 했다.

저렴한 가격이라 재질이 별로 이지만 그런 정도는 내용은 비어있으면서 지면만 많이 할애하면서 2,3권으로 불려 책값만 많이 받으려하는 그런 책에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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