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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이광주 지음 / 한길아트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영국에서는 출판이 비즈니스에 속하나 프랑스에서는 예술을 지향한다. 영국인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지만 프랑스인들은 각자가 구입해서 단골 제본 공방에 맡겨 좋아하는 포장과 디자인을 즐긴다. 영국의 가정에서 책은 한두 중일 동안의 손님에 지나지 않으나 프랑스의 가정에서는 평생의 귀한 벗이다.(115p)
우리네는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책을 안 읽는데, 컴퓨터 통신사용 1위를 차지하게 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요즘의 우리들을 생각하면....
묵독은 악마의 소행(33p)이라던 시절의 이야기하며, 문맹이 많았던 중세 이전에는 성당 자체가 커다란 책이 되어 스테인드 글라스의 그림들이 책이 되는 이야기, 보석으로 아름다운 그림으로 꾸며진 책들의 모습까지...
오늘날에는 종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벨럼', 즉 송아지 가죽이나 양가죽이 쓰였다. 대형『성서』한 권에 210~225 마리의 양이 희생되었다고 하니, 귀족 가문 출신의 수녀가 『성서』한 권의 대가로 넓은 포도밭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48p) 사본 작업은 3백 페이지 정도의 경우 18일 가량 소요되었다. 보통 12명 정도의 사자생들이 나누어서 일했기 때문이다.(28p) 책에 쏟아부은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4세기 즈음에야 개인이 교양을 위해 책을 갖기 시작한 시기인데, 영시의 아버지 초서도 60권의 책을 소유하였다고 하는 데, 당시 20권이면 일반 가옥 두세 채는 소유하였다고 하니.... 유럽 최대의 재벌 가문의 기초를 이룬 코시모 메디치는 장신의 장서로 1441년에 이탈리라 최초의 도서관을(118p) 세운 이야기를 읽으며 문화, 예술에 온 힘을 쏟았던 '역시 메디치가'야 할 만 했다.
서재란 무엇보다도 진리라는 가상의 세계에 열린 금단의 과실을 탐내는 '업'을 짊어진 어리석은 자의 자폐공간이 아닐까.(139p) 라고 하면서도 -이 '결핍'의 시대에 서재는 진정 편안한 귀착지가 될 수 있을까. 1만 권의 서적을 가까이함은 진정 '한 권의 책'을, 그리고 옛 선비의 문방 경상 위 책과 같은 그 한 권을 만나기 위함이거늘, 아직도 그 한 권을 찾지 못한 자괴감을 감출 수가 없다.(140p) -라고 하는 이광주님은 장서광인 아닌가?? ^^ 몰론 이런면서도 책을 열심히 탐닉하며 책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하고, 그 자폐공간인 서재를 갖고 싶어하니.쯧쯧....
그래도 저자가 본받을만한 독서인으로 꼽은 몽테뉴의 '교양인'이 친밀히 사귈 대상으로서 교양있는 신사와 아름다운 숙녀, 그리고 고금의 양서를 든다.(132p)' 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많은 책의 숲을 헤매고 있지만, 이 책도 새겨질『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에 들어갈만 하다. 또 다른 '책의 책'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가 생각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