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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기호학자라면 솔직히 움베르토 에코와 知人밖엔 생각나지 않는다. 불가리아 태생의 줄리아 크리스테바라는 기호학자는 우연히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된 이름이었다. 다른 책을 구해보려고 하다가 쉽지 않았던 터에, 소설이 검색되어서 에코를 생각하며 구해 읽어보게 되었다.
기호라는 게 의사소통을 하는 수단으로 있는 문자와 언어가 대표적이고, 無言의 시그널 램프조차 기호에 속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도입부는 기호학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책에 몰두하기가 힘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하고 있는 건인지...라는. 애꿎은 번역자의 잘못이 아닐까 하고도 영 개운치가 않았다.
possessions은 여러 개의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한다. '소유' 라는 뜻을 비롯해, '장악', '제어', '초자연적인 힘의 지배를 받는 상태', '마귀들림', '마음 속이 악마', 심지어 철학 사전에는 '어머니가 아이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기 위하여 유아 상태로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무의식적인 성향' (307p) 등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 모든 뜻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첫 장면에 나타나는 산타 바바라의 잘려진 목의 주인공, 글로리아 해리슨.
탐정기자인 話者 스테파니 들라쿠르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음악에 생각이 많은 경찰 서장의 생각과 스테파니가 관심많은 미술의 언저리도 들락거리면서, 정신 분석의 입문까지.
근 1여년이 지난 후 피하고 싶었던 대화에서 다시금 윤곽이 드러나는 범인....제리의 언어교정 교습을 하고 있는 폴린 가도. 글로리아의 새로 생긴 애인 피쉬와의 싸움 끝에 스의스 가숙학교로 보내기로 한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처럼 돌보던 동생 에므릭의 익사 사건 후 새로운 언어를 배워 새롭게 살면서 만나게 된 동생을 대신할 인물, 제리를 독점하고자 저질러진 살해. 과거 의대생이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외과의사용 의료도구로, 싸운 후 피쉬가 죽이고 난 뒤의 글로리아의 목을 잘라 버리는 행위.
이 시각,
마이클 피쉬는 정부를 목졸라 살해하고,
하녀 헤스터 벨리니는 검정 하녀복을 입은 채, 은수저를 들고방황하고,
브라이언 와트는 에이젠슈타인 총서를 읽으며 즐거움을 만깍하고,
연쇄살인범은 벌써 몇 시간 전에 칼을 들고 도주해 버리고.
아무 증인은 벗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폴린은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297p)
스테파니가 모든 고리들을 연결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지만 그럼에도 묻어버리고 마는 또 다른 possessions(마음속의 악마)를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