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작가들
김광일 글, 한영희 사진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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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인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책들을 많이 만나보면서 왜? 다른 분야의 작가들 이야기는 많이 없을까 하는 의문을 사지다가.... 아하! 하며 느낀 건 좀더 대중적인 부류의 사람들은 흔하게 소위 말하는 미장원에나 가면 읽게 되는 여러 여성 잡지들에서도 많이 보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던 차제 이 책을 만나 즐겁게 읽게 됐다. 여지껏 작가들을 만나는 책들을 가까운 知人이거나, 아님문학 평론가인 경우가 많았던 데 비해 이 책을 현직 일간지 문학 담당 기자가 쓴 책이라 처음엔 어떨까 했는데,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서문'에서 직잡 밝힌 것처럼 기자의 글은 작가의 글보다 그리고 평론가의 글보다 더 쉬워야 한다고 생각(p)한다고 적혔는데, 꼭 그랬나 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잡지류에서 만나는 글들과 차별화가 되는 것은 물론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도 간혹 있지만, 21세기 즈음에 주목받는 신인들과, 자주 언론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분들도 더러 있어 좋았다.

게다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글집이 아니라 사진첩이라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는데, 사진을 찍으신 한영희님의 뛰어난 감각 때문인지, 작가들의 주체할 수 없는 끼 탓인지는 몰라도 자연스런 사진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터뷰어(Interviewer)에 의해 작가를 반나보는 환경이 달라지고, 또 다른 질문과 대답이 나온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인터뷰어(Interviewer)가 좋았다는 게지. 하지만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가졌던 작가들에 대한 환상이 깨어진 부분은 어찌 보상받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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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독약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아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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話者인 내가 신주쿠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낯선 마을에서 만나게 되는 이상한 분위기의 의사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화자는 어찌됐는지 이야기를 시작만 해놓고선 사라져 버린다. 이야기 구성의 허점인가?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편집된 소설이라 짜임새가 엉성한 구석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만주 마루타 생체 실험이 바로 떠올랐는데, 아! 일본에서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미군 포로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자기 민족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선민의식이 여기서도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어두운 분위기의 스구로 의사가 제2차 세계 대전 말기 일본 內 규수 대학 의학부에서 실제 행해진 생체 실험에 함께 참가하게 된 내용이다.

생체 실험의 목적이 혈액에 어느 정도 생리 식염수를 주입하면 죽는지, 어느 정도의 공기를 혈관에 주입하면 죽는지, 양쪽 폐를 어느 정도 절단해 내면 죽는지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 중 스구로는 폐를 어느 정도까지 절단해 내면 죽는지를 알아보고자 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되고, 그 후에 간을 가져가 실제 먹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戰後 재판대에 올랐던 사람들의 이야기한 내용 속에 나타나고 있다.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일을 하고 있는 의사들이 모여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스구로는 절망한다. 이 책은 소설이니 그리 결말을 내고있지만, 과연 그 당시 수없이 저질러진 생체 실험자들도 그렇게 여길지 새삼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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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들의 책사 - 삼국시대 편
신영란 지음 / 생각하는백성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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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작은 살림이나, 나라의 큰 살림이나 같다. 조그만한 가게나 대기업이라도 결국 같다.흥하거나 망하는 게 다 사람의 힘이라는 게지. 흥하는 것도 운영의 묘를 잘 살린 대표자에 든든하게 밀어주는 보조자가 있어야 가능하고, 망하는 데도 결국은 무능한 지도자에 몸만 사리며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사람이 저지르는 일인 것이다.

제왕들의 책사란 이름도 좀 무색할 정도이고, 고구려라는 이름 앞에는 '아!' 라는 감탄사가 덧붙여져 아! 고구려로 시작되는 역사 중 正使쪽에 가까운 책들을 인용하여 쓰여있지만, 거의 野史처럼 전해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다소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늘 그렇듯 빈약한 백제에 관한 사료들 때문에 역시 간단하게-아니, 거의 없다시피 하고 지나가 버리는 것도 삼국시대에 관한 책들의 아쉬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책날개의 선전 문구처럼
' 유능한 책사는 훌륭한 제왕을 만들고,
무능한 참모는 실패한 대통령을 만든다! '고 한다.

하지만 책속에 나왔던 내용이 이 책의 주제를 얘기해 주고 있다.

- 옛 속담에 '나라에 어진 한 사람만 있어도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대저 나라가 망하는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망할 때를 당하여 어진 사람이 쓰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로 어진 사람을 쓴다면 한 사람으로도 족할 것이다.(285p)-

하지만, 지금의 시대가 어떠한가? 그 어진 사람을 쓸만한 지도자를 우리가 가졌는지도 의문이지만, 그 어진 사람이 지도자의 측근이 되었던 적이 있었는지는 더더구나 알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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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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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자라면 솔직히 움베르토 에코와 知人밖엔 생각나지 않는다. 불가리아 태생의 줄리아 크리스테바라는 기호학자는 우연히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된 이름이었다. 다른 책을 구해보려고 하다가 쉽지 않았던 터에, 소설이 검색되어서 에코를 생각하며 구해 읽어보게 되었다.

기호라는 게 의사소통을 하는 수단으로 있는 문자와 언어가 대표적이고, 無言의 시그널 램프조차 기호에 속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도입부는 기호학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책에 몰두하기가 힘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하고 있는 건인지...라는. 애꿎은 번역자의 잘못이 아닐까 하고도 영 개운치가 않았다.

possessions은 여러 개의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한다. '소유' 라는 뜻을 비롯해, '장악', '제어', '초자연적인 힘의 지배를 받는 상태', '마귀들림', '마음 속이 악마', 심지어 철학 사전에는 '어머니가 아이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기 위하여 유아 상태로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무의식적인 성향' (307p) 등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 모든 뜻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첫 장면에 나타나는 산타 바바라의 잘려진 목의 주인공, 글로리아 해리슨.

탐정기자인 話者 스테파니 들라쿠르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음악에 생각이 많은 경찰 서장의 생각과 스테파니가 관심많은 미술의 언저리도 들락거리면서, 정신 분석의 입문까지.

근 1여년이 지난 후 피하고 싶었던 대화에서 다시금 윤곽이 드러나는 범인....제리의 언어교정 교습을 하고 있는 폴린 가도. 글로리아의 새로 생긴 애인 피쉬와의 싸움 끝에 스의스 가숙학교로 보내기로 한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처럼 돌보던 동생 에므릭의 익사 사건 후 새로운 언어를 배워 새롭게 살면서 만나게 된 동생을 대신할 인물, 제리를 독점하고자 저질러진 살해. 과거 의대생이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외과의사용 의료도구로, 싸운 후 피쉬가 죽이고 난 뒤의 글로리아의 목을 잘라 버리는 행위.

이 시각,
마이클 피쉬는 정부를 목졸라 살해하고,
하녀 헤스터 벨리니는 검정 하녀복을 입은 채, 은수저를 들고방황하고,
브라이언 와트는 에이젠슈타인 총서를 읽으며 즐거움을 만깍하고,
연쇄살인범은 벌써 몇 시간 전에 칼을 들고 도주해 버리고.
아무 증인은 벗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폴린은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297p)

스테파니가 모든 고리들을 연결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지만 그럼에도 묻어버리고 마는 또 다른 possessions(마음속의 악마)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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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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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가 벗어나 일부러 지도책을 펼쳐 놓고선 찾아갔던 장기곶의 등대 박물관이 생각났다. 길을 밝혀 준다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것도 바닷길을 밝혀주는 일이란.... 하지만, 여러 가지 좋은 기계들의 힘 때문에 아주 한가롭던 '등대 박물관'의 모습만큼이나 사라져 가는 '등대'와 한직이 되어버린 '등대지기'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등대지기'란 말보단 '등대원'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제목부터 <등대지기>이기.

실제 존재하진 않는 듯한 이름 '구명도'라.... 목숨을 구해주는 주는 곳이라는 구명도에서 생활하는 등대지기의 삶이란 결코 녹녹하지가 않다. 거의 귀향살이 비슷한 힘든 생활이 계속 펼쳐지는 데다 주인공 유재우처럼 사람 사귐이 편치 못한 사람을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통속적이지만, 그래서 공감을 유도해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랄까. <가시고기>에서 父情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 <등대지기>에서는 母情에 관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의 인색함으로 나타나는 어색한 母子의 관계. 하지만, 가시고기에서의 체루성을 의도해서인지 등대와 함께 하는 삶을 강조하려다 보니 극적으로 마감시키는 게 억지스러운 느낌이 많았고, 어머니와의 일그러진 가족 관계에서 화해를 시도하게 되는 계기가 결국은 '죽음'과 맞바꾸게 되는 게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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