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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7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가 벗어나 일부러 지도책을 펼쳐 놓고선 찾아갔던 장기곶의 등대 박물관이 생각났다. 길을 밝혀 준다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것도 바닷길을 밝혀주는 일이란.... 하지만, 여러 가지 좋은 기계들의 힘 때문에 아주 한가롭던 '등대 박물관'의 모습만큼이나 사라져 가는 '등대'와 한직이 되어버린 '등대지기'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등대지기'란 말보단 '등대원'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제목부터 <등대지기>이기.
실제 존재하진 않는 듯한 이름 '구명도'라.... 목숨을 구해주는 주는 곳이라는 구명도에서 생활하는 등대지기의 삶이란 결코 녹녹하지가 않다. 거의 귀향살이 비슷한 힘든 생활이 계속 펼쳐지는 데다 주인공 유재우처럼 사람 사귐이 편치 못한 사람을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통속적이지만, 그래서 공감을 유도해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랄까. <가시고기>에서 父情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 <등대지기>에서는 母情에 관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의 인색함으로 나타나는 어색한 母子의 관계. 하지만, 가시고기에서의 체루성을 의도해서인지 등대와 함께 하는 삶을 강조하려다 보니 극적으로 마감시키는 게 억지스러운 느낌이 많았고, 어머니와의 일그러진 가족 관계에서 화해를 시도하게 되는 계기가 결국은 '죽음'과 맞바꾸게 되는 게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