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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북라인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부터 작가는 의도한 바를 얘기했다. 서로 상반되는 개념들을 묶어놨다꼬.
흔히 알고 있는 사항들이 묶여 잇는 것도 많았지만 - 남자와 여자, 동물과 식물, 물과 불, 오른쪽과 왼쪽이 그러했다.- 그 개념을 풀이하는 데 있어서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도 없지 않았다.
지하실과 다락방 같은 경우엔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지하실은 삶의 장소이며, 다락방은 죽음의 장소이다.(90p)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의아해서 곱씹어가며 읽었던 짝으론, 쾌락과 기쁨, 말과 글, 기호와 이미지, 순수와 순결, 역사와 지리 등이 있었다. 일상적 관념을 뒤집어보기가 이렇게 나타날 수 있다니 놀라웠다.
특히, 재미있었던 건 <사랑과 우정>이었다. 상반된 개념이라고?? 의아해하며 읽다가 고개가 끄덕여지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었다.
사랑과 우정을 비교해 보면, 처음에는 사랑이 우세한 듯하다. 사랑의 정열에 비하면, 우정 관계는 가볍고, 싱겁고, 별로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호성이 없는 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로 나누는 우정을 나누는 경우가 아니면,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랑은 서로 나눌 수 없다는 불행으로부터 자양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멸은 우정은 죽여 버린다. 반면에 사랑의 격정은 사랑하는 대상의 어리석음, 비겁함, 천박함 따위의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다고? 때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탐욕·욕심 등의 가장 나쁜 단점들 때문에 더욱 격렬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추잡한 것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22~23p)
이 얼마나 신랄한 어투인가?
책 처음부터 망설여지다가 내게 온 후 한참이나 지나 읽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라는 제목으로 새로 출판된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이 생각나고, 또 한 책이 있었다.
그런데, 집에서 찾아보니 에고에고 바로 그 책 아닌겨.
한뜻에서 98년 출판된 <상상력을 자극하는 100가지 개념>이란 제목의 바로 그 책이었던 거다. 출판사가 바뀌었다고 제목이 이리 바뀌었다고 해줌 좀 안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원제는 <이상의 거울> 내지는 <생각의 거울>정도가 될터인데...
하지만, 책제목이 바뀌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번역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읽히는지 확실히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그 전에 읽을 땐 좀 지루한 느낌이 많았던 책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