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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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그저 제목이 눈에 끌려서 읽게 된 것도 이유가 될까? 전혀 책에 대한 정보가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과 고독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260 저자후기 중에서)'를 고민하는 뭐 그런 내용의 에세이가 아닐까 했다.

<냉정과 열정사이> 늘상 그 사이에서 고민스럽다고나 할까? 그리고 적절하게 냉정과 열정을 오가기도 하고, 적절할 때 냉정하고, 또 열정적일 수 있어야지 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머리과 가슴 중 무엇이 먼저냐고 하는 말은 웃기는 거다. 게다가 누구는 머리만, 누구는 가슴만 있다는 것도 그렇고.... 쥰세이도 아오이를 만나고 느끼는 중에도 계속 머리와 가슴을, 냉정과 열정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근데 소설이란다. 그것도 작가도 번역가도 2명이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의 관점으로 나뉘어서 쓰게 된 연작 소설의 형태라는 것을 읽고나서야 알게 됐다.

이 책 <Blu>는 남자 주인공 쥰세이의 1인칭 시점에서 쓴 이야기이다. 여자 친구 아오이(靑)를 잊지 못하는 미술품 복원가가 직업인 그. 그의 직업 또한 현재를 발판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과거를 미래로 바로 연결해 주는 유채화 복원사라니.

책을 읽으며 2개의 두오모 성당-피렌체의 두오모와 밀라노의 두오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오이를 잊지 못해, 현재의 애인 메미를 소홀하게 대하고...본래 전공이었던 문학에서 멀어지면서 과거를 복원하는 미술품 복원사라..

그런 그가 과거만을 오가며 10년 전 약속 때문에 결국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피렌체의 두오모를 오르는 쥰세이... 독일인 커플에게 받은 카드 덕분일까? MHMBUONA FORTYNA(당신에게 행복이) 적힌 카드. 아오이를 만나게 되는 쥰세이지만 8년의 공백을 단 사흘로 모두 알게 돼 다시 헤어지고 마는 두 사람. 하지만 미적지근한 라스트가 아쉬움을 남기며 끝나고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쥰세이가 정말 부러워' 인수가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찾게 위해 달려가는 사람이 부러워, 하고 인수는 덧붙였다......(219p)

정말 부러워....

이 책은 특이하게도 두 작가가 실제 연애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릴레이 러브스토리란다. 그것도 모르고 먼저 읽게된 게 츠지 히토나리의 이 <Blu>인데, 쌍을 이룬 다른 책 에쿠니 가오리의 <Rosso>를 읽어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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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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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공지영 작가와 수도원 기행은 왠지 그림이 어울려 보이지가 않았다. 여지껏 읽어왔던 그의 복잡한 개인 생활에 관한 얘기를 치부하고서라도, 그의 소설 어디에서도 종교적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던 탓일까? 하긴 종교인이라고 그의 글 속에 종교 냄새가 풀풀 풍기는 건 더 닭살 돋아나긴 하는 얘기지만. 하지만 책 속으로 들어가며 그가 오래 전 영세를 받은 지영 마리아님이 라고 시작되는 얘기하며, 무지 종교적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이 책을 그의 어떤 소설보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시작된 고정 관념이 처음 가게 된 프랑스의 아르젱탱 수도원에서부터 깡그리 깨어지기 시작. 왜냐? 너무 영화 등을 많이 봐버린 탓인지 당연하게도 남자 수도사를 떠올리고 있었으니까. 봉쇄 수도원인 이 곳은 47명의 수녀님의 계시는 곳이란다. 한국분도 2분이나 테제 공동체라는 특이한 수도원은 너무도 기이했다. 신교과 구교를 모두 아우르는 공동체에 관한 내용부터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세월이 50여 년에 달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게 기이하기까지 했다.

내 여행의 윤곽이 문득 선명하게 내게 다가왔다. 그러니 결국 이 세상 모두가 수도원이고 내가 길 위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수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들을 만나려고 내가 이 길을 떠났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250p)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수도원의 수도자만이 수도자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잔잔하게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든든한 백(Back)이 되어 주는 神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작가도 부럽고...

모든 여행은 떠남을 전제로 하지만, 그 만남은 바로 되돌아옴을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함으로 해서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이 여행의 조건인 듯. 현실 도피의 수단인 듯 떠나서도 결국은 맘의 짐을 덜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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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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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도 편식이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책을 읽을 때도 좋은 습관이 아닌 건 알지만 특정 부류의 책에서는 손을 못 떼는 경우가 있다. 사서 읽고 있는 책들을 누군가 보면서 '왜 이렇게 관련도 없는 미술 관련 책이 많으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화집에서부터 시작해 끝임없이 훑어나가는 책들 중에 한젬마 씨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가 있었다.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또다시 2권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도 그런 편식증의 일종이 아닐까 한다.

전체 책을 읽어 내려가며 느꼈던 건 '이게 무슨 그림에 관한 책이야?'였다. 그냥 신변잡기의 여느 수필집의 형식에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랄까? 어찌 생각해보니, 글을 써 놓고선 거기 맞는 그림을 찾아 넣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림을 등한시한 그림책이었다. 그나마 건진 거라곤, 내가 좋아하는 판화가 이철수님에 관한 얘기와 다른 그림에 관한 책들과의 차별화라면 늘 만나던 그런 고전적 그림보다는 최근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정도일 거다. 정도이다. 오히려 부록에 나와있는 미술 용어의 비교라던가, 감상 방법, 인터넷 검색 사이트가 더욱 값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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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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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셀러 작가 아니 이런 경우엔 스터디 셀러라고 하던가? <상실의 시대> 혹은 <노르웨이의 숲>으로 불리는 소설 등으로 많이 알려진 그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여행에 관한 내용의 책이 더욱 좋았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한 <먼 북소리>는 인상적이었다. 그 뒤 또 읽게 된 <하루키의 여행법>도 사진과 이야기 두 책으로 나위어진 걸 아쉬워하며 아껴봤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이 책. 하루키는 여행을 할 때 그 지방의 특색인 우동만 먹기도 하고, 동물원만 다니기도 하는 테마 여행을 주로 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책 속의 아름다운 사진은 함께 동행한 하루키의 부인이 찍은 것이라고 한다.

위스키의 고장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위스키를 맛보기 위한 여행이랄까? 흔히 위스키란 이름앞에는 거의 당연하다고 할만큼 '브랜디드'란 이름이 앞서는데 반해, 이일랜드의 북부에 위치한 아일레이 섬은 브렌디드 위스키보다 싱글 몰트 위스키를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란다. '맛없는' 브랜디드 위스키는 단지 판매를 위해 제조하고, 그들은 '맛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만...대체 뭐라는 건지 싱글몰트를 맛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지만서두 한 번 맛봐야 하지 않을까 싶을 만치. 게다가 싱글 몰트와 생굴의 조화 대목에선 평소엔 별 좋아하지 않아 먹고 싶지 않은 생굴을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일레이 섬에서는 좋은 위스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가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보리, 맛있는 물 그리고 이탄이 그것이다.(41p)

전통적인 방법의 증류와 컴퓨터를 활용한 조제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고, 아기 탄생에서부터 장례에서도 모두 위스키를 마시는 아일레이 섬사람들. 그들의 모든 일상과 싱글 몰트 위스키가 함께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법이다. 그게 어떤 술이든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그 술이 만들어진 장소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물론 와인이나 정종도 마찬가지다. 맥주 역시 그러하다. 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그 술을 구성하고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바래지는 느낌이다. (140p)

우리에게도 지역별로 알려진 술이 있지만, 역시나 그 고장을 떠나선 그 빛을 바래가는 게 아닐까 하며 안타깝다가도, 전통적인 방법을 배우려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요즈음 컴퓨터까지를 이용한 첨단 방법의 사용을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중적인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받아서 조용히 목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25∼26p)

그 독한 위스키가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우리의 언어를 그렇게 확실한 미각의 느낌으로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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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답사기 -상
위츄위 / 명지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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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이 다른 번역(심규호, 유소영. 미래M&B)으로 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는 대는 나름의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시작하는 추천의 말에 나와있는 것처럼 중국과 대만, 홍콩 등에서 1,200만 부가 팔려나갔고 해적판이 26종이나 나왔을 정도로 라고 적고는 있지만, 몇 쪽 지나지 않아 자꾸만 등장하는 오·탈자에 원..... 결국 이 책이 그런 해적판의 대열에 들어서겠다는 게 아님 또 뭐란 말이야.

하지만 책 전체를 두 가지 모두 비교해 본 것은 아니지만 뒤에 출판된 책에 비해서 좀더 문학적 느낌이 많이 살아 있다고나 할까? 후자의 책 번역은 좀더 사실적이긴 하지만, 너무 건조한 문체로 번역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上·下 2권을 읽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 까닭을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소동파나 이백 등이 장소 이동에 따라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긴 하지만 역사적 사실들을 많이 생략하고 나타나 시대적 상황을 잘 알아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 역사라는 것도 책의 일부를 인용해보면...

몇 해 전에 미국은 건국 200주년을 경축했다. ~~ 얼마 전에는 오스트리아가 그들의 200주년을 경축했다. 바다에서는 무수한 돗단배들이 앞다투어 달리는데, 참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때를 같이 하여 우리 쑤저우성(蘇州城)도 조용히 200주년 기념을 자축했다. 이렇듯 오랜 역사에 사람들은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였다.(155p)

하긴 원문을 읽을 능력이 없으니 어떤 번역이 원작자 위추이의 글에 가까운 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책의 또다른 점이라면 지명을 이름에 있어 이 번역은 원음에 가깝게 발음하고, 한자를 보충하였는데, 후자의 번역은 한자를 그대로 읽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요사이는 원음에 가깝게 읽어주는 것이 좋은 듯한데, 보충시켜 놓은 한자가 특히, 이름 같은 경우 자주 사용되지 않는 한자가 많은 터라, 한자 읽기를 함께 썼으면 어땠을까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배제한 번역이 아니었나 싶다.

원제가 <문화고여(文化苦旅)>라고 되어있지만, <문화답사기>라기 보다는 <문학답사기>란 말이 더 어울리는 책이지 않나 싶다. 게다가 上권이 말그대로 답사기라면 下권은 위추이의 여러 잡문들을 모아놓은 에세이의 형태를 띄고 있어, 상권과는 동떨어진 느낌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어설픈 책 묶음이 눈에 걸리고, 그 많고 많던 오·탈자로 온통 얼룩진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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