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게 뭐지?? 공지영 작가와 수도원 기행은 왠지 그림이 어울려 보이지가 않았다. 여지껏 읽어왔던 그의 복잡한 개인 생활에 관한 얘기를 치부하고서라도, 그의 소설 어디에서도 종교적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던 탓일까? 하긴 종교인이라고 그의 글 속에 종교 냄새가 풀풀 풍기는 건 더 닭살 돋아나긴 하는 얘기지만. 하지만 책 속으로 들어가며 그가 오래 전 영세를 받은 지영 마리아님이 라고 시작되는 얘기하며, 무지 종교적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이 책을 그의 어떤 소설보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시작된 고정 관념이 처음 가게 된 프랑스의 아르젱탱 수도원에서부터 깡그리 깨어지기 시작. 왜냐? 너무 영화 등을 많이 봐버린 탓인지 당연하게도 남자 수도사를 떠올리고 있었으니까. 봉쇄 수도원인 이 곳은 47명의 수녀님의 계시는 곳이란다. 한국분도 2분이나 테제 공동체라는 특이한 수도원은 너무도 기이했다. 신교과 구교를 모두 아우르는 공동체에 관한 내용부터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세월이 50여 년에 달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게 기이하기까지 했다.

내 여행의 윤곽이 문득 선명하게 내게 다가왔다. 그러니 결국 이 세상 모두가 수도원이고 내가 길 위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수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들을 만나려고 내가 이 길을 떠났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250p)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수도원의 수도자만이 수도자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잔잔하게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든든한 백(Back)이 되어 주는 神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작가도 부럽고...

모든 여행은 떠남을 전제로 하지만, 그 만남은 바로 되돌아옴을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함으로 해서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이 여행의 조건인 듯. 현실 도피의 수단인 듯 떠나서도 결국은 맘의 짐을 덜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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