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 셀러 작가 아니 이런 경우엔 스터디 셀러라고 하던가? <상실의 시대> 혹은 <노르웨이의 숲>으로 불리는 소설 등으로 많이 알려진 그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여행에 관한 내용의 책이 더욱 좋았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한 <먼 북소리>는 인상적이었다. 그 뒤 또 읽게 된 <하루키의 여행법>도 사진과 이야기 두 책으로 나위어진 걸 아쉬워하며 아껴봤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이 책. 하루키는 여행을 할 때 그 지방의 특색인 우동만 먹기도 하고, 동물원만 다니기도 하는 테마 여행을 주로 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책 속의 아름다운 사진은 함께 동행한 하루키의 부인이 찍은 것이라고 한다.

위스키의 고장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위스키를 맛보기 위한 여행이랄까? 흔히 위스키란 이름앞에는 거의 당연하다고 할만큼 '브랜디드'란 이름이 앞서는데 반해, 이일랜드의 북부에 위치한 아일레이 섬은 브렌디드 위스키보다 싱글 몰트 위스키를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란다. '맛없는' 브랜디드 위스키는 단지 판매를 위해 제조하고, 그들은 '맛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만...대체 뭐라는 건지 싱글몰트를 맛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지만서두 한 번 맛봐야 하지 않을까 싶을 만치. 게다가 싱글 몰트와 생굴의 조화 대목에선 평소엔 별 좋아하지 않아 먹고 싶지 않은 생굴을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일레이 섬에서는 좋은 위스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가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보리, 맛있는 물 그리고 이탄이 그것이다.(41p)

전통적인 방법의 증류와 컴퓨터를 활용한 조제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고, 아기 탄생에서부터 장례에서도 모두 위스키를 마시는 아일레이 섬사람들. 그들의 모든 일상과 싱글 몰트 위스키가 함께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법이다. 그게 어떤 술이든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그 술이 만들어진 장소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물론 와인이나 정종도 마찬가지다. 맥주 역시 그러하다. 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그 술을 구성하고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바래지는 느낌이다. (140p)

우리에게도 지역별로 알려진 술이 있지만, 역시나 그 고장을 떠나선 그 빛을 바래가는 게 아닐까 하며 안타깝다가도, 전통적인 방법을 배우려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요즈음 컴퓨터까지를 이용한 첨단 방법의 사용을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중적인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받아서 조용히 목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25∼26p)

그 독한 위스키가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우리의 언어를 그렇게 확실한 미각의 느낌으로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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