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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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소설보다 먼저 영화 평론, 책 소개 등으로 접하게 됐었는데, 감칠맛 나는 그의 입담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이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단 소개를 여러 군데에서 읽고 소설을 접하게 됐다. 과연 그럴만했다.

멕시코 이민사에 관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처음이 아니어서 일까? 상대적으로 하와이 이민에 대해서보다 덜 알려진 1905년 멕시코 이민 1033명 중 몇 명을 주인공으로 전개된다. 황족도, 무당도, 보부상도, 소매치기도 함께 화물선에 실려 한 달을 넘게 가서 만나게 되는 마른 땅. 유카탄 반도. 하와이의 옥수수 농장보다 훨씬 열악한 에네켄 아시엔다(애니깽 집단농장)에서 선인장 가시 같은 에네켄 가시에 찔려가며, 열악한 환경에서 거의 집단노예로 생활하는 그들을 만나게 된다.

집단 농장에서의 계약 기간이 4년으로 끝날 무렵 흩어져 도시로, 미국으로, 때론 멕시코의 혁명군으로 또, 과테말라 내전의 용병으로 들어가 '신대한국'을 건설했다가 뿔뿔히 흩어진 그네들의 삶을 에필로그에서조차 억울한 역사라고 울부짖기보다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우리네의 슬픈 멕시코 이민사와 멕시코 혁명사가 함께 어우러진 소재를 다소 메마르게 엮어내는 이야기가 오히려 호소력을 더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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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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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은 <풍경과 상처>를 처음으로 늘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짧은 문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기자 출신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켜가면서도 기자가 이런 감성으로...하는 생각이 들어가면서 말이다.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에서 기자적 문체(?)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그가 뒤늦게 다시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이 '거리에 관한 짧은 기록'에 많이 담겨 있는 듯 했다.

그의 일상도 얼마간 훔쳐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데,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에서부터, 자주 등장하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컴퓨터가 아닌, 연필과 지우개로 글을 쓰는 작가. <자전거 여행>에서도 이미 느껴졌지만, 자전거에 대한 사랑과 함께 운전을 하지 않고, '허공을 휘저으며 흔들리는 두 팔은 직립보행 이전의 아득한 원시적 추억을 실현~(5p)하는 인라인스케이트에 거의 열광적(?)인 그를 만난다. 마지막 부분의 인터뷰도 그에 관해 더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기자 생활에서의 글들과 <자전거 여행>에서의 글들을 모두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느낌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자전거 여행>을 다시 열어보니 중복되는 문장이 많아 아마도, 그 책을 내기 전의 초고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강했다. 여행기 같은 경우엔 책으로 내게 될 때는 다시 한 번 길을 가고 문장을 다듬기도 한다던데, 그 전의 문장이 아닐까 하는 느낌 말이다.

또, 어느 책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성에 대한 시선의 문제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것 때문에 조금은 성의 없어 보이는 책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혀지는 매력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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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의 중국식당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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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집을 읽게 된 건 어느 문학상에서 수상을 한 이후였다. 그의 특이한 이력-국문학 전공자가 먼 나라 독일에 가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관심거리였고..- 때문에, 소설 쪽은 좀 나은데, 시집 쪽은 더욱 문학상을 수상한 책들이 읽기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시집을 사서 읽게 만들었다.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이란 책 소개가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짧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전체적인 느낌은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드려다 보는 느낌 같다고나 할까? 독일 유학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 느낌들과 어우러져, 먼 이국 땅에서 회상하는 어린 시절의 잔상들, 또,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의 발굴현장에서의 이야기들이 함께 고리를 만들어 엮어나가고 있었다. 역시나 시니컬한 시선이 많이 들여다보이는 내용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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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장 - 개정판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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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존 그리샴 하면 변호사가 주인공인줄 알고 책을 열었다. 거의 대부분의 책이 그의 전직 때문인지 변호사가 주인공이었으니...하긴 이번에는 순수 소설(?)을 썼다고도 하지만. 근데..변호사의 아들인 법대 교수 레이가 일단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시골의 이름 있는 애틀리 판사의 유언의 관한 소환장으로 시골집에 오게 되지만 이미 숨진 아버지를 만날 뿐이다. 그리고 청렴결백의 아버지가 남긴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는 3백만 달러..

그 거금의 출처를 밝히려는 노력이랄까? 여지껏 봐오던 미국 변호사와는 다른 드물게 청빈을 생활화하며, 많지 않은 월급에도 많은 기부를 하고 도움을 주는 것을 끝임 없이 해왔던 변호사의 감추어진 뒷모습이 어떻게 밝혀질까 흥미진진했다. 생각지도 않은 돈을 보게 되고 나서 달라지게 되는 마음. 가정적으로는 모두 불행한 두 아들. 특히, 온갖 종류의 약에 절어 사는 둘째 아들 포레스트와 대조적인 레이는....의외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여지껏 그의 책에서 보던 박진감은 많이 떨어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잔잔한 재미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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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집
이대환 지음 / 실천문학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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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낯선 책으로 지인의 권유로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은 예상 외의 수확이었다. 1권으로도 이렇게 대하소설의 느낌을 낼 수 있구나..싶었다. 해방 직후 무렵부터 80년대를 무렵에 이르는 '외딴집' 식구들의 이야기이다. 칠포댁의 세 아들 - 명호, 명도, 명수와 그 손자 대에 얽힌 질곡 많은 삶의 이야기들이다. 큰 정치적 부분, 해방, 한국전쟁, 80년대를 거쳐가긴 하지만 그 정치적 부분들을 뛰어넘어 그 속에 녹아있는 주인공들의 삶이 3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외딴집'을 비껴 가는 듯 하면서 함께 이야기 속에 시대적 상황이 잘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세밀한 가족 이야기들..-칠포댁과 며느리 정화의 이야기, 지하 활동을 벌이던 동생을 사고로 잃고 지게에 지고 오던 명호, 명호의 딸과 동생을 호열자로 잃게 되는 이야기며, 승표와 모 인희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등등 작가의 글 솜씨 때문인지 군데군데 콧날이 씽긋해질 정도로 가슴 뭉클한 부분이 많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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