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밖의 역사 우리 풍속 엿보기
김경훈 지음 / 오늘의책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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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역사 이야기도 이렇게 재미있게 쓰여지기도 하는가 싶었다. 비교적 짧은 내용들이라 깊이가 있을까 싶었는데, 꽤 깊이 있게 다루어져 있었다. 좀더 상세하게 나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역사 이야기하면 제일 많이 들먹이는 <조선왕조실록>을 이리 저리 엮어 낸 것처럼 왕가와 그 주변의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비교적 많은 사료가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이야기들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내용들도 많았다. 일상생활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문체 탓인지 유쾌하게 읽혀졌다. 물론 이 이야기들이 많은 자료를 가지고 대체로 정확한 기술의 내용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말이다. 특히, 선조들의 삶에서 머슴들의 휴일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알게 됐고, 상투하고 여름나기 등은 아주 유머러스한 삶의 단편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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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산도르 마라이 지음, 임왕준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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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에 대한 오해부터 시작됐다. 책표지 때문이었을까? 산드라가 아닌 산도르라는 이름에서도 여성 작가일거라는 지레 짐작으로 시작되어, 요근래의 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 소설이 나온 건 그것도 여기저기 헤매다 '옮긴이의 말'에서 1920년에 나온 오래된 작품이란 걸 알았다.

게다가 천하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쟈코모 카사노바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베니스의 '탄식의 다리'를 건너곤 유일(?)하게 탈출에 성공했다는 그의 여성 편력에 관한 내용인가 했는데, 볼자노에 와서 그의 오래 전 연인 프란체스카에 대한 회상과 그의 남편 파름므 백작과의 이야기로 엮어지고 있어 허를 찌르는 부분이 많았다. 몇 페이지씩에 걸쳐 긴 호흡으로 그 장황하게 늘어놓는 파름므 백작과, 카사노바와 프란체스카의 각각의 사랑에 관한 대화는 어찌나 장황하게 늘어놓는지 좀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근대 소설 부분쯤에 해당하는 글이어서 였을까? 나는 이 책 헝가리 출신의 낯선 작가 마라이와의 첫 만남 정도에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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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복잡한 세상 & 명쾌한 과학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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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내겐 '과학'이란 자체가 어렵고 복잡하여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하는 골치 덩이였다. 그 과학이란 이름에 '콘서트'란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차례도 보니 음악의 템포를 큰 주제로 묶여진 것도 재미있었다. 제1악장에서 '어리석은 통계학'부분은 특히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제2악장부분인데, 자기 동형이라 불리는 '자기 유사성'의 프랙탈에 관한 내용은 정말 흥미로웠다. 그저 페인트통에 구멍을 뚫어 흩뿌려놓은 잭슨 폴록의 그림에서도, 아프리카인들의 헤어스타일에서도 심지어는 바흐나 비틀즈의 음악에서도 프랙탈 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서의 영업 전략 중 창이 없다든가 하는 등의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그 외의 숨은 전략들도 정말 철저하게 계획된 것에 의해 소비자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의 과학적인 문제를 경쾌한 문구로 재미있게 풀어놓은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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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술잔
현기영 지음 / 화남출판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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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제아무리 상상력이 분방하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태어난 고향 땅과 거기에서 보낸 유·소년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법이어서, 그 시절을 소재로 한 소설을 한두 편 남기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게 더 심한 편이어서~~(39p)'라고 작가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고향에 대한 편린들과 4.3항쟁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짤막한 얘기들이 시간차를 두고 있는 탓에 계속 중복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 좀 단점이었다.

또 대체로의 이런 류(?)의 에세이들이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마냥 썩은 정치판에 대해 또, 예전에 비해 비인간적으로 변해 가는 사회상들을 여지없이 토로하는 코너를 넣고 있는데 좀 식상했다. 모두들 어투는 다르지만 같은 소리일 뿐 신문 기사의 칼럼란과 뭐가 다를 게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집을 짓거나 소설을 쓰거나 간에 완성된 다음에 반드시 쓰다 남은 여분의 것, 혹은 잘려나간 자투리(6p)'들로 엮어진 2부의 잎새 하나 이야기나 시인, 소설가, 화가 등을 만나는 5부의 변경인 캐리커쳐가 훨씬 좋았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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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인숙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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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부터 만나게 되고 나서, 처음엔 지난 연도의 책까지 모두를 찾아 읽게 하는 책이라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연초만 되면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책인데, 올해는 뒤늦게 읽게 됐다.

왠지 정형화된 어떤 틀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으레 문학상에 올라온 책들이 같은 어떤 공통 분모들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봤다. 하긴 신춘문예용이나 문학상을 탈려면 어떻게 써야한다는 둥의 이야기는 많이 회자되고 있긴 하지만...조금씩 잡음도 있었고, 시대적으로 어떤 작품 유형이 많아지고 하는 것들 때문에 얼마간은 좀 매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근래의 책들에 비해 올해 이야기들은 좀 읽기가 수월했다고나 할까? 전형적인 문학상 스타일의 글만은 모아진 것이어서였을까? 실험적인(?) 느낌의 이야기들이 적었을까? 아님, 젊은 작가들이 많았던 탓에 실생활에서 문제되고 있는 주제들을 사용해서 일까?

수상작이야 심사위원들의 관점에서 발표된 것이지만 그 뒤에 이어져 있는 다른 얘기들도 전부 같은 커트라인 선을 통과해서일까? 고르게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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