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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술잔
현기영 지음 / 화남출판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란 제아무리 상상력이 분방하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태어난 고향 땅과 거기에서 보낸 유·소년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법이어서, 그 시절을 소재로 한 소설을 한두 편 남기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게 더 심한 편이어서~~(39p)'라고 작가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고향에 대한 편린들과 4.3항쟁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짤막한 얘기들이 시간차를 두고 있는 탓에 계속 중복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 좀 단점이었다.
또 대체로의 이런 류(?)의 에세이들이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마냥 썩은 정치판에 대해 또, 예전에 비해 비인간적으로 변해 가는 사회상들을 여지없이 토로하는 코너를 넣고 있는데 좀 식상했다. 모두들 어투는 다르지만 같은 소리일 뿐 신문 기사의 칼럼란과 뭐가 다를 게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집을 짓거나 소설을 쓰거나 간에 완성된 다음에 반드시 쓰다 남은 여분의 것, 혹은 잘려나간 자투리(6p)'들로 엮어진 2부의 잎새 하나 이야기나 시인, 소설가, 화가 등을 만나는 5부의 변경인 캐리커쳐가 훨씬 좋았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