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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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시간에 함께한 일들은 어찌 도니는 건지 당신은 알고 있소이?

당신한테 묻고 싶은 말을 내 딸애한테 물었더니 내 딸은 엄마가 그런 말을 너무 이상해, 하면서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게 아닐까, 엄마~합디다. 무슨 말이 그리 어려운지. 당신은 알아듣겠소? 이젠 지나가 버렸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사실은 모두 여기에 스며들어 있다는데, 느끼지 못할 뿐, 옛날 일은 지금 일과 지금 일은 앞의 일과 또 거꾸로 앞의 일은 옛날 일과 다 섞여 있다는데 이제 이어갈 수 없네.
235

이젠 당신을 놔줄 테요. 당신은 내 비밀이었네. 누구라도 나를 생각할 때 짐작조차 못할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네. 아무도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다고 알지 못해도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뗏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재.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236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이렇게 살아갈까 싶다. 모두 가족만을 위해 살다보니 자신의 삶은 없는 삶. 그런 그에게 삶의 비밀이라도 있었다는 걸 다행스러워해야할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의 모든 딸, 아들들은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어머니를 떠올릴 것이다.
‘끊임없는 받음‘이 당연시 하며 지내는 아들, 딸들이 죄책감을 많이 느끼게 하는 가슴 아픈 책이다.  

너무 착한 책이라 이런 책이 없을 거라는 글이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작가의 요즘 자꾸만 어두워지는 느낌을 조금 벗어난 책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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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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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렘브란트라는 이름에 홀렸다. 그런데 사실은 렘브란트와 미술에 얽힌 이야기는 도입부 이후로는 다시 구경하기 힘들다. 제프리 아처의 [배반의 자화상]처럼 화가의 이름을 앞에 걸지 않고도 반 고흐의 초상화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진지하게 진행되는 책도 있는데 그런 류의 책을 생각하고 읽게 됐는데 많이 실망스럽다.

재미난 직장을 찾아 미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너무나 재미없는 일을 하고 있던 핀이 해고당하자마자 우연히 얻게 되는 유산을 찾아 모험을 펼치게 되는 내용이다. 렘브란트의 그림, 네델란드의 저택, 세 번째인 바타비아 퀸호를 따라 동남아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전 필그림의 버스티드 플러시 보트에서부터 너무나 복잡한 배의 여러 구성들에 머리가 아프다.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미국 영화를 보는 듯한 스타일의 구성인데도 불구하고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들쑥날쑥의 글 솜씨 때문에 재미를 반감시킨다. 현학적 지식들 때문에 설명이 많은데, 각주가 해당 페이지와 함께 책의 끝부분에도 함께 있는 것은 독자를 위한 작은 배려만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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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품절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인생이란 요컨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순간의 연속이며, 때로는 그 어느 쪽도 잃고 싶지 않은 잔인한 선택의 순간이 도사리고 있을 때도 있다

역자 후기 중-253쪽

피지 말아야 할 자리에도 피어나는 게 사랑이라는 것, 위험을 감지하면서도 몸을 담그고 마는, 멈춰 서야 하는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게 사랑이라는 것, 사랑은 이치가 아니라 삶 자체임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을 주저앉히는 것 또한 삶이요, 현실임을 간과할 수 없다.

역자 후기 중-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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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인생이란 요컨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순간의 연속이며, 때로는 그 어느 쪽도 잃고 싶지 않은 잔인한 선택의 순간이 도사리고 있을 때도 있다   

253p

피지 말아야 할 자리에도 피어나는 게 사랑이라는 것, 위험을 감지하면서도 몸을 담그고 마는, 멈춰 서야 하는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게 사랑이라는 것, 사랑은 이치가 아니라 삶 자체임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을 주저앉히는 것 또한 삶이요, 현실임을 간과할 수 없다.  

254p
역자 후기 중 
 

호청년 유카타와 토우코는 조금은 낯선 공간인 태국에서의 4개월의 만남이 추억으로 바뀌어 평생을 산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가 단, 4일만의 만남으로 그랬던 것처럼.  

둘 모두에게 잔인한 그 후 삼십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다. 죽어가는 순간에 사랑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토우코는 기뻤을까? 

그렇지만 이게 일본 소설 스타일일까?  

[냉정과 열정사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만난 그의 책은  거기 까지다. 점점 시대를 앞으로 거스르며 나오는 츠지 히토나리의 전작들은 읽을 수록 그저 그렇다. 역자 후기가 가장 인상적인 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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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
돈나 레온 지음, 황근하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조용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2막 공연을 마치고 마에스트로 벨라우어가 살해당하고
베네치아 경시청의 귀도 브루네티 경감이 이 사건을 조사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벨라우어는 한마디로 사람이 바랄 수 있는 가장 깨끗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도 누군가 커피에 청산가리를 넣었다. 브루네티는 지금까지 쌓은 경험으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돈과 섹스였다. 뭐가 더 중요한 이유인지 순서는 중요하지 않았고, 두 번째 것은 흔히들 사랑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무엇이라 부르든 15년 동안 살인자들을 다루며 그는 이 법칙에서 어긋나는 예는 본 적이 거의 없었다.
91p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이었는데, 읽는 동안에는 이 구절이 보여준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물론 추리 소설을 읽으며 등장하는 많은 용의자들 중에서 누구인지 궁금해했는데, 결국 그 암시를 제대로 읽지 못해 끝까지 범인을 알지 못하게 됐다. 하긴 그래야 더욱 재미나긴 하지만. 

그런데 그 많은 용의자들을 조사하던 것에 비해 긴박감은 줄어든 마지막이 좀 아쉬웠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미국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베네치아의 산 미켈레 섬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으로 귀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베네치아에 묻힌 걸 몰랐는데, 귀도가 부친의 무덤을 다니러 가는 장면에서(92~93) 언급이 되어 검색해보니 사진 자료로도 그의 장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의 특이한 장례모습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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